의식"주"일상실험
욕실이 생활에 맞춰 어느 정도 갖춰지고 두번째로 눈을 돌린 건 현관이었다.
턱이 높은 현관문을 열면 곧바로 시작되는 거실. 신발을 안에서 벗어야할지 밖에서 벗어야할지 늘 애매했다. 신발을 벗고 나서도 문제. 신발을 둘 곳, 신발장도 필요했다. 현관문턱과 바닥과의 낙차가 현관문 앞의 계단의 거의 두배라 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져도 역시 불편했다. 처음 온 사람들 역시 문턱과 바닥의 높이 차에 당황하고 배달하시는 분들이 물건을 들여올 때에도 어려워하기 일쑤. 계단이 필요했다.
적당한 기성품을 찾으려고 애를 써봤지만 역시나, 아파트처럼 층고도 바닥도 문의 폭도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집에 맞게 나온 물건은 없었다. 높이도, 길이도, 폭도 뒤지고 뒤지다 목재를 반제품으로 사서 만들기로 마음먹고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외부와 내부의 중첩된 경계이자 한숨돌리고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여유를 둘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어야 했다. 더불어 신발과 잡동사니를 넉넉히 수납할 수 있는 여유도. 더불어 그럼에도 거실의 수납장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부엌으로도 연결되는 동선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거실과 부엌이 겹쳐지는 공간을 비워두어야 했다.
생활하며 느꼈던 필요와 앞으로의 생활을 위한 고려를 적어보고 목재로 찬넬선반과 계단으로 쓸 선반을 만들기로 했다. 찬넬선반은 천장끝에서 바닥끝까지 갖고 있는 신발들을 수납하고 남는 공간에는 생활잡화를 수납할 수 있도록 수납력을 최대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프레임을 사서 벽에 고정시키고 얇은 판재를 얹어주면 그만. 간단히 만들 수 있고 편리하게 생활에 맞게 수납의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을 터였다. 찬넬선반을 만들고 목재로 가벽을 세워 자석여닫이 경첩으로 간단한 문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천장부터 신발을 채우고 아래에는 부츠, 우산, 신발관련물품들과 잡화 등을 넣어 보관할 예정이었다. 계단은 친구의 조언에 따라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프레임을 세운뒤 나무를 얹고 역시 아래를 가릴 수 있도록 가벼운 문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인테리어를 하고 남은 물품들, 앞으로도 필요할 잡화들을 넣을 수납공간도 확보할 수 있을 터였다.
문고리닷컴에서 찬넬프레임과 선반바, 선반용판재들부터 구입했다. 찬넬부터 밖고 신발들을 수납해보고 측면과 전면의 문이 될 판재를 아카시아나무로 구입하고 계단프레임은 철제로 계단이 될 두꺼운 판재를 자작나무로 구입했다. 손잡이와 경첩도. 인터넷주문과 배달. 주말마다 조금씩 느리게 배송온 물건들을 느릿느릿 모아서 친구와 일정을 맞추어 일을 하다보니 또 몇주가 흘러서야 나의 작은 현관이 만들어졌다.
현관. 안과 밖의 매개점이자 중간적 공간을 만들어주긴 했지만 현관으로서는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여전히 다 갖추어지진 않았다. 생활하면서 현관에 두어야할 것들을 알게 된다. 아직은 자작나무의 고운 색이 아까워서 신문지를 깔고 지내는 중. 밖에서 들어오는 흙과 먼지를 걸러줄 매트. 들어오고 나갈 때 안심하고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센서등. 겨울외투와 악세사리를 걸 수 있는 걸이와 메모를 붙여둘 수 있는 메모판 등. 생활하면서 이렇게 천천히 천천히 집에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을 편안하게 정돈해줄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