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일상실험
냉장고와 수납장, 식기건조대를 설치하고 식탁까지 주문해 맞춰보고 나서 요리에 필요한 것들을 살 차례였다. 드디어 "식"생활을 집에서 할 날이 왔다. 사두고 인테리어를 해나가는 동안 묵혀두고 있었던 인덕션을 설치하고 목록을 적어보았다. 조리도구. 식기. 정리도구. 보조도구. 틈틈이 오늘의 집과 이케아, 책도 들여다보고 정리해보려고 애를 썼건만 여전히 머릿속이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요리를 하지 않았던 데다가 이제는 아예 모든 것을 새로이 갖춰야했기에 더더욱 막막했다. 그래도 무작정 차가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이케아에 갔다. 정리 되지 않은 목록 그대로 손에 꼭 쥐고.
이른 아침에 도착해서 서둘러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목록에 적어온 것들을 고민하며 줄이고 줄여 최소한으로 카트에 넣었을 뿐인데 계산대에 서자 40만원 가까이 나왔다. 놀랍지도 않았다. 서둘러 계산을 하고 차에 실어 집에 돌아오자 쇼핑을 끝낸 것만으로도 피곤이 밀려왔다. 다음날부터 매일같이 평소대로 생활하며 틈틈이 생각날 때만 조금씩 필요한 위치에 올려놓아봤다. 조리도구며 식기며 물건들 모두 최소한의 것만 샀는데도 올려두자 꽉 차는 공간. 역시나 좁은 부엌임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필요한 물건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편안하게 사용하면서도 조리하기 편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공간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다시 이리저리 물건을 이리저리 배치해보며 정리하고 아무래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은 다시 환불하기로 했다.
초강력 자석걸이를 사서 필요한 물건들을 인덕션 위에 정리. 앞치마를 s자 고리에 걸어 수납장에 고무장갑도 집게로 집어 강력자석걸이에 걸어 식기건조대에 위치를 정해주었다. 세제와 수세미를 올릴 수 있는 바구니를 주문해 달고 세제와 수세미를 올려두고 사온 식기들은 씻어서 식기건조대에 올리고 커트러리 역시 씻어서 식기건조대 수저통에 넣어두고 상부장에 마른 식기와 컵, 반찬통 등을 정리해두었다. 수납장에 냄비받침대와 컵받침대, 테이블보도 정리해두고 나자 어수선했던 부엌이 드디어 부엌다워졌다.
사오긴 했지만 정작 공간에 두자 어울리지 않거나 번잡해지는 물건들을 다시 뺐다. 찬장매트, 커트러리 트레이, 타이머, 욕실매트, 현관매트, 주물냄비 등. 공간에 크기가 맞지 않거나 공간에 어울리지 앟는 물건들을 다시 한곳에 모아두고 영수증에 체크해두었다. 이케아의 좋은 점은 1년간 무료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 심지어 써보고 사용한 흔적이 있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가능한 환불이기에 충분히 활용하기로 했다.
식탁을 자작나무 원목으로 주문한 터라 요리를 올리거나 식사를 할 때 부담을 갖기 싫어서 유리를 주문했다. 주문한 유리가 오고 나서 바퀴를 십분 활용해서 혼자 가볍게 식사할 때, 사람들과 티타임을 가질 때, 둘러 앉아 식사할 때, 이렇게 저렇게 상황을 가정해보며 테이블을 옮겨보았다. 편안하게 굴러가는 게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이 집 자체의 바닥이 너무 오래되어 기울어져있다는 것. 바닥의 수평문제로 식탁이 기우뚱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적절하게 움직이는 수밖에.
부엌이 다 정리되지 않았지만 냄비와 조리도구 식기가 있었기에 드디어! 첫 요리를 했다. 요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간단한 토스트와 살짝 데친 소세지 그리고 드립백 커피. 후식은 무가당 요거트와 얼린 블루베리. 음악을 들으며 차분히 음미하는 커피가 따뜻하게 나를 채워주는 기분. :) 새로운 집에서 또 새로운 나날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