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달랐다. 알마티에 도착해서 공기가 달라진다는 것은 모든 게 달라진다는 것임을 알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나도 모르게 몇 번이고 숨을 들이쉬었다. 나를 에워싼 공기는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웠다. 아무렇게나 자란 풀들이 무성한 초원을 지나 공항 건물로 걸어 들어가는 사이 몇 번이고 머릴 흐트러뜨리던 바람은 꼭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세관과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서자 딱시를 외치며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울 정도로 몸싸움을 벌이는 운전기사들 위로 부서지는 햇살이 투명했다. 그 뒤로 뻗은 가로수와 낡은 건물들은 아주 작은 이파리와 페인트의 붓자국까지 보일 정도로 윤곽도 색깔도 또렷했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한 지평선 끄트머리 능선들조차 겹쳐지고 어우러지며 선명하게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