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길. 어딜 가든 한참을 움직여야 했다. 하루를 넘기는 곳은 기차 아니면 대부분은 자동차가 이동수단이었다. 달리는 차들이 자가용인지 택시인지 구분할 수 없어도 상관없었다. 도로가에 서서 손을 흔들면 차가 멈춰 목적지를 말하고 흥정을 벌이면 그만이었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았지만 차는 거의가 아우디였다. 외국에서 폐차 직전의 차들을 들여와 쓴다고 했다. 운전사는 언제나 거침없이 페달을 밟았다. 속도계가 100을 넘어 120, 130, 140km를 넘어도 풍경은 쉬이 달라지지 않았다. 메마른 흙과 덤불이 이어지다 이따금 나타나는 숲과 마을 그리고 다시 먼지를 일으키는 누른 땅. 소실점을 바라보며 아무리 가도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이 길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나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거라는, 영영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길 위에서 보내는 순간이 곧 좋아졌다.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거대한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소실점 너머 새로운 소실점으로 달려 나가는 그 순간이 다른 어떤 순간보다도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