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박물관일을 마치고 평일 저녁에도 주말에도 글을 쓰는 일이 이어졌다. 마감이 정해진 글쓰기가 우선이 되고 빨래며 청소와 같은 일들은 최대한 몰아서 해결했지만 그대로 먹는 일만큼은 소홀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나에겐 즐거운 일이기에. 자각하면 자각할수록 이 즐거움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싶어지는 요즘. 나는 바쁜 와중에도 고심 끝에 에어프라이어를 골라 주문했고 관련된 요리책도 도서관에서 대출해보며 뒤적였다. 매번 요리를 해야 하는 순간은 정해진 재료를 창의적으로 조합해내는 나만의 놀이이자 최단시간에 최선의 맛을 내는 게임,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새로운 요리법을 배워나가는 미션이 되고 있었다.
2. 아침식사를 일정한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에도 먹을 게 들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 강박처럼 아침을 챙기기보다는 몸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전날 많이 먹어 몸이 무거우면 아침을 먹지 않고 나가기도 하고 배가 고플 때에는 조금 더 든든하게 따뜻한 게 필요할 때에는 온기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메뉴를 조금씩 바꾸어나간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 오트밀은 두유와도 궁합이 좋다. 과일은 단 것보다는 새콤한 것이 아침을 좀 더 상쾌하게 해준다. 빵에 바질페스토를 바르고 치즈를 얹어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한쪽만으로도 제법 든든한 식사가 된다.
3. 저녁은 언제나 배가 고픈 채 집에 돌아온 상태에서 하게 된다. 당연히 속도가 생명. 파스타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쉽고도 간단한 별미. 오일 파스타의 단순하면서도 재료를 음미할 수 있는 풍미에 빠졌다. 그날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서 바리에이션 해본다. 마늘과 청양고추만 있을 때엔 올리브유에 강하게 볶은 마늘로 향을 내주고 굴소스를 한 스푼 추가해서 깊이를 조금 더. 각별한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에는 마늘과 줄기콩, 완두, 당근 등의 냉동야채 그리고 베지볼을 추가하고 바질페스토를 넣어 바질과 야채맛을 좀 더. 냉장고에 남아있던 송이버섯과 시판용 토마토소스는 고추장 약간과 간장 약간을 더해 좀 더 매콤하고 깊은 맛을. 마지막으로 언제나 통후추 믹스를 넉넉히 뿌려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를 사고 처음으로 개시한 요리는 제주 흑돼지 구이. 기름이 튀거나 연기가 난다거나 주물팬을 긁어내야 한다는 걱정이 없이 간단히 구이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편했지만 내 입맛에 맞는 정도로 구우려면 적당한 온도와 요리시간을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뭔들 그렇지 않겠냐만은, 요리 역시 직접 해보며 체득할 수밖에 없는 무엇인 것이다. 묵은 총각김치는 무부분을 먼저 다 먹고 남은 무청들을 잘게 잘라서 고추장, 설탕, 참기름, 깨소금 등으로 무쳐내니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제법 맛있는 곁들임 찬이 되었다. 그래도 한국식 무침 양념은 여전히 어렵다.
일이 바빠지면서 반조리식품들, 밀키트, 레토르트도 사 먹어보았다. 자의 반 타의 반 선물 받은 것도 너무 많다고 나누어준 것도, 함께 먹자고 일부러 가져다준 것도 거절하지 않고 받았다. 고추장목살찌개, 인도식치킨커리, 한우곰탕, 레토르트는 버섯이나 야채를 추가해 넣어 끓이고 집에서 한 잡곡밥과 야채무침을 곁들여 균형을 잡아준다. 새삼 돈이면 얼마나 쉽게 맛있는 음식을 구할 수 있는지 깨닫지만 한편으론 만드는 즐거움이 없어지는 것 그리고 일회용품이 쌓여가는 것이 불편해진다. 남는 음식 없이 최대한 깨끗이 먹고 비닐팩과 박스는 설거지거리와 함께 깨끗이 씻어 말려 차곡차곡 모은다. 예전에 하우스쉐어를 하며 보았던 철저한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하는 친구에게 배운 것. 비닐을 내놓을 때에도 모을 때에도 부담이 훨씬 덜하고 바싹 말려 곱게 접어 모으면 분량도 확 줄어든다.
4. 일요일 저녁이 되면 도시락을 싼다. 이제는 제법 습관으로 느껴진다. 밥을 넉넉히 짓고 다 될 때까지 반찬을 준비한다. 부러 챙기지 않으면 단백질보단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는다는 걸 깨닫고 점심 도시락에 고기를 늘 넣으려고 시도 중. 에어프라이어에 담백하게 구운 고기와 구운 야채. 에어프라이어 구운 고기와 데친 청경채에 녹말물을 푼 중화풍 소스. 에어프라이어에 기름을 살짝 입혀 구운 고기와 구운 야채, 같이 다시 소스를 얹어 살짝 구워낸 찹스테이크. 몇 번의 시도 끝에 알게 된 건 겉면에 살짝 기름을 발라 구워야 겉면도 바싹 마르지 않고 육즙도 풍부한 상태로 익는다는 것. 그리고 바스켓 안에 도자기로 된 내열 용기로 구우면 더더욱 육즙과 고기의 풍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