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즐겁게 만든다는 것

의'식'주 일상실험

by 문성 moon song

1.

박물관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다른 프로젝트작업을 하느라 밤늦게까지 일하는 시간이 많았던 3, 4월이었다. 4월초에 끝날 줄 알았던 일은 마감을 하고도 편집과 디자인 논의, 관련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느라 꼬리를 를 물듯 이어졌고 그 와중에 만들어 먹는 일도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여의치 않았다.

누가 꾸준히 올려야한다고 다그친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마음 한 켠에 걸리는 느낌에 틈틈이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었고 결국은 이렇게 3주가 지나서도 글을 쓴다.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이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잠시 멈춰 자문하다가 다시 담담히 적어본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으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거나 먹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 일상을 차분히 기록하고 돌아보며 내 나름대로 나의 하루하루를 음미하며 살아나가겠다는 마음.


2.

요리는 장비 하나만으로도 무한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에어프라이어를 사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며 에어프라이어는 튀김기보다는 미니오븐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련없이 토스터를 당근마켓에 처분하고 에어프라이어를 장만한 건 어느 친구가 에어프라이어에 식빵을 넣어 토스트를 굽는 걸 알려주고 심지어 생지를 넣어 빵을 구울 수도 있음을 알려준 다음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밤새 내린 비로 쌀쌀해진 공기를 느끼며 에어프라이어에 빵한쪽 위에 치즈를 얹어 구웠다. 따뜻하게 배를 채우고 나서는데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 출근길에 부담이 없다. 기분좋게 시작하는 아침.


좀 더 갖춰진 저녁식사를 할 때에도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목살을 구울 때에도, 생선을 구울 때에도, 오리고기를 구울 때에도, 단호박을 찔 때에도,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했다.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거나 기름이 튀는 걸 조심할 필요가 없는 편안함. 내열용기, 적당한 기름, 시간의 조절로 풍미를 조절하며 더더욱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음을 알아간다.



3.

한가지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서도 역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음을 확인한다. 신선한 야채가 먹고 싶어 산 부추 한 단을 새콤한 양념으로 겉절이처럼 무쳐보기도 하고 간자양념에 절여보기도하고 오리고기와 함께 구워 겨자소스를 곁들여보기도 했다. 연두부도 청국장찌개로, 아침식사용 떠먹는 샐러드로 바꾸어보고 오리고기도 굽기도 단호박속에 넣어서 찌기도 해보고 애호박을 찌개에 넣어보고 고기에 곁들여보고 파스타의 부재료로 써보기도 했다.


4.

그러나 반전은 매번 맛있게 먹어도 연이어 똑같은 방법이나 똑같은 식재료를 먹는 건 질린다는 것. 자꾸만 무언가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 궁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입을 즐겁게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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