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요리를 하지 않았다. 바쁘다가 아프고는 기운도 나지 않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약속이 몇 번 이어지고 나니 냉장고문을 언제 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일인가구 살림의 일환으로 요리를 꾸준히 한다는 게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우선은 생활이 규칙적이어야하고 요리의 앞뒤로 이어지는 일련의 활동에도 성실해야한다. 매번 맛있게 음식을 만들고 즐기려면 식재료를 다루고 관리하는 것도, 요리법에도, 주방도구와 기계들을 다루고 관리하는 것에도 능숙해야 창의적인 새로운 시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난 종종 외식을 하거나 냉장고 속 재료를 잊어버렸다. 요리의 때를 놓쳐 식재료가 금세 맛을 잃고 시들해지거나 상하게 만들었다. 매일 세끼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게 번거로워 요리를 시작하는 것부터 망설여졌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아직 서툴고 매번 레시피를 찾아보는 것도 귀찮고 똑같은 재료나 똑같은 요리법에 질리는 간사한 입맛에 남은 식재료를 처치하는 게 싫었다. 적다보니 정말 간사하다. 그래서 실컷 게으름을 부렸다. 그러고 나니 다시 조금씩 요리를 하고 싶어졌다.
2.
난 뭘 먹고 싶더라. 내가 조금 더 쉽게 재밌게 요리에 익숙해지려면. 식재료를 좀 더 잘 활용해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물론 갑작스레 상황이 바뀌는 것도 새로운 식재료를 살 것도 내 손이 마법처럼 변하는 것도 아니다. 있는 자리에서 시작할 것. 요리책을 뒤적이고 냉장고와 상온에 보관하고 있던 식재료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반조리식품들을 최대한 이용해보기로 했다. 시간과 에너지를 단축해주고 내가 기억하는 좋아하는 맛들을 설사 그게 MSG와 각종 첨가물이 더해진 것이라도 좀 더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남은 훈제오리고기는 토스트와 함께 조금은 든든한 아침으로도 애호박과 함께 저녁 주반찬으로도 알뜰히 먹었다. 레토르트 우동에는 대파와 양파를 듬뿍 넣어서 라면에도 대파와 양파, 냉동야채를 추가. 냉동야채와 냉장고에서 쉬어가던 물김치를 파스타에 더했다.
선물받은 빵은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집에 있는 사과잼과 커피와 함께. 에어프라이어가 기름기가 있는 음식의 식감을 극대화해준다는 것을 이틀이 지난 빵을 구워보며 새삼 확인하고 이것저것 실험중. 토스트에 연유스프레드, 냉동모듬베리를 올리니 근사한 디저트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베리가 졸여져 더욱 달콤하고 새콤해진 맛이 바삭해진 겉면과 촉촉한 연유와 함께 입안에 녹아들었다.
내친 김에 에어프라이어로 어떤 것까지 해볼 수 있는지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냉동야채들와 아보카도 소스를 믹스해 구워보기도 하고 냉장고 안에 있던 호일에 싼 김밥을 데워보기도 했다. 물기를 머금은 식재료들을 그대로 데워야하는 경우에는 수분을 가둘 수만 있으면 충분히 촉촉하게 데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선물로 받았지만 냉장고 속에 박혀있던 멸치의 수분을 날리고 호두도 바삭하게 구워 마른 반찬도 뚝딱.
3.
어느 일이나 그렇듯 생각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 나는 요리라는 세계를 알아가고 있고 그 탐색의 과정 자체도 즐기고 있으니까.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쉽게 간과하는 팁들을 아니 나역시도 간과하고 몰랐던 팁들을 다시금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