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일상실험
1.
박물관 개관과 참여하고 있는 전시 오프닝 날짜가 다가오면서 대여작품운송이나 전시디스플레이같은 몸을 하루종일 써야하는 고된 일들을 하다보니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버거워지는 걸 느낀다. 1인분임에도 요리하는 시간도 요리를 하고 나서 설거지를 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손님이 오면 신경이 쓰여서 더욱 여러가지 요리를 하다보니 부담이 두 세배로 늘어나는 것도 부담스러워진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
그래도 하루에 적어도 한끼 이상은 직접 만들어 먹는 습관을 기르려 노력중이다. 이왕이면 간단한 조리법으로 빠르고 손쉽게 요리를 하는 편을 택하고 일요일 저녁에는 일주일치 점심 도시락을 미리 싸둔다. 밥을 할 때에는 두 끼정도의 분량을 해두고 다음날 저녁에 돌아왔을 때 간단한 메인요리와 함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해두려 한다. 배가 고픈데 새로 밥을 해야한다면 기다리는 대신 면과 같은 좀 더 빠르고 손쉬운 요리를 택하는 등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즐겁게 식사를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냉장고문을 열고 찬장문을 열며 어떤 요리를 할까 생각해보고 레시피를 확인하며 재료를 준비하고 양념을 만들다보면 다시금 만드는 즐거움을 느끼고 음식이 완성되고 음미하다보면 나를 위한 수고로움이 뿌듯해진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여유롭게 맛을 즐기는 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 자체가 큰 기쁨이기에.
2.
새로운 시도들과 함께 알게 된 팁들을 공유해본다. 물론 조금만 검색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지만 직접 경험해보고 나니 그 경험을 기억하고 나누고 싶어진다. 신선한 재료들의 다양한 빛깔. 혀로 맛보기도 전에 요리가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맛있는 냄새. 입안에 가득 넣고 음미하며 느끼는 그 맛과 질감과 소리.
- 제철 음식을 활용해서 저렴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뛰어난 맛을 즐긴다.
언니가 나누어준 토마토 두 알을 물렁해질 때까지 놔두었다가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먹었더니 너무나 맛있었다. 토마토는 익혀먹는 게 맛을 배가시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역시나 그렇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나도 모르게 바질페스토를 더해, 버터를 올려, 모짜렐라 치즈와 함께 자꾸만 구워먹고 있었다.
부추오이무침, 미나리강회, 쑥갓 등 잎채소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저렴해지는 시기라 고기나 면 요리에 곁들여서 혹은 밑반찬으로 함께 했다. 특유의 향와 더불어 상큼하게 맛의 밸런스도 맞춰주고 포만감도 더해준다.
- 가지고 있는 식재료들을 다양한 레시피를 참고해서 최대한 활용해본다.
음식은 아니지만 차부터. 선물받고는 오랫동안 그냥 방치해두었던 잎차들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친구 중에 차를 사랑하고 취미로 즐기는 친구를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차분히 이야기를 들었다. 보이차, 우롱차, 영국식 홍차까지.
이어서 무피클, 냉동야채, 스팸, 레토르트곰탕, 김, 다시마까지. 가지고 있던 식재료들을 다른 요리에 곁들이기도 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더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도 하면서 냉장고 파먹기와 곰탕국물로 만든 파스타와 같은 새로운 레시피도 시도해보기도.
- 너무 힘든 날에는 과감히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발을 질질 끌며 간신히 집에 도착하니 발바닥이 터질 것 같이 아파서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렸던 날.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어 떡볶이 세트를 시켰다. 침대에 베드트레이를 펼치고 넷플릭스를 켜고 최대한 게으름을 즐기며 먹다보니 절반도 먹지 못했는데 배가 불렀다. 소분해서 냉동실과 냉장실에 보관해둔 떢복이와 순대, 튀김은 다음날부터 채소나 다른 간단한 요리들과 함께 든든한 한끼가 되어 며칠을 먹을 수 있었다.
- 그리고 다시 기운이 나면, 떠오르는, 혹은 맛보고 싶은 새로운 레시피들을 시도해본다.
에너지가 생겨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을 때, 나는 구립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요리책을 뒤적여보기도 하고 내가 갖고 있는 식재료로 할 수 있는 요리를 구글에 검색해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떠오르는 요리, 예전에 맛보았던 음식을 해보고 싶다거나 검색해본 레시피 중에서 맛있어 보이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찾아놓은 레시피를 기준으로 몇 개를 더 찾아보고 서로 비교해보며 요리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가장 간단한 방법을 찾아 요리를 해본다.
그렇게 얻은 몇 개의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레시피들. 또르띠야 피자. 쉽게 이탈리안 피자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또르띠야에 토마토과육이 든 이탈리안 토마토캔, 모짜렐라치즈를 더하면. 혹 바질페스토가 있다면 거의 완벽. 닭가슴살 갈비양념구이. 퍽퍽한 닭가슴살이 싫다면 양념에 재워 하루이틀 후에 에어프라이기에 버터와 함께 굽는 것으로 풍부한 육즙에 부드러운 살코기를 맛볼 수 있다. 주먹밥. 멸치호두볶음이 어쩐지 손이 안가고 까끌거리는 맛이 영 걸린다면 주먹밥으로 만들면 훨씬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목살양념구이. 양념에 재운 목살을 에어프라이어에 굽는 것만으로 돼지갈비구이와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