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궁전, 페테르고프

by 문성 Moon song Kim

러시아 크루즈라는 왕복선을 타고 여름궁전에 도착해서 걸어들어온 길이 바로 이곳이었다. 기억을 더듬다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나 확인해볼 겸 구글을 검색해보니 이제는 왕복선을 타고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고 분수를 뿜는 시간도 정해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그 크기에 압도당하고 또 그 아름다움과 화려함에 경탄하는 곳임은 분명했다.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끝나지 않는 사진들 속의 여름궁전의 모습도 한 여름 내가 방문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저 가로수길을 따라 들어와 궁전에 맞닿은 계단에 올라 뙤약볕보다 눈부시게 빛나던 도금한 동상들과 시원스러운 물줄기 너머 핀란드만을 그 너머 아스라한 수평선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물보라 주변으로 흩어졌다. 그 많은 인파가 분수대 주변의 또 다른 분수들로 울창한 숲속으로 파빌리온과 별장들로 사라지고 다시금 동상들만이 수평선을 바라볼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삼손이 사자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황금분수대를 떠나 보물찾기를 하듯 분수들을 하나씩 찾았다. 아담분수, 이브분수, 피라미드분수, 벨, 우산분수. 제각기 다른 분수들도 색달랐지만 분수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아이들, 갑자기 쏟아지는 분수에 놀라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눈이 마주치는 이들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음을 건넸다. 나 역시도 저절로 웃음으로 화답하게 만들었다. 햇살 아래 옷을 말리는 아이들을 지나 우아한 파빌리온과 짙은 그늘 속에서 느긋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또 다시 분수를 궁들을, 그 속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오후를 보냈다.

150개가 넘는 분수, 20여개의 별궁,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궁전. 표트르 대제가 여름에 머무르기 위해 지어서 여름궁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곳. 다시 그곳에서의 순간을 곳곳의 인상을 떠올리며 소위 러시안바로크 양식을 생각한다. 바로크, 로코코와 러시아 특유의 특징의 결합. 표트르 대제는 상트를 건설하며 상트의 유럽화, 러시아의 유럽화를 주도했고 이곳에 궁전을 세우면서도 프랑스 루이14세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참고했다.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과 조각가들을 동원해서 궁전을 지었고 궁전뒤의 황금분수대에는 그리스정교회의 정통을 이어받은 러시아정교회를 암시하듯 그리스조각상들로 챈웠다. 그것들을 도금해 황금분수대로 만들며 분수대의 한가운데에 사자의 아가리를 벌린 삼손상을 세웠는데 이는 그가 스웨덴과의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크기와 눈부시게 반짝이는 화려함은 권력을 넘어버린 야망의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을 넘어버린 화려함은 권력이 가진 것을 넘어 그 힘을 과시하고 치장하고 싶어하는 속성을 보여준다고 한다면 지나친 단정일까. 예술은 언제나 권력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이들이 발을 멈추고 또 가장 오래 머무르며 가장 즐겁게 누린 것은 도금한 삼손도 황금분수대도 유려한 선을 가진 도금한 건축도 아니었다. 그것은 크기도 모양도 소박한 우산모양의 분수였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물줄기를 쏟아내던. 그래서 모두가 함박 웃음을 터뜨리게 하던.




여름궁전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하다면,
러시아의 여름궁전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http://peterhofmuseum.ru

여름궁전에 대한 한글판 설명이 조금 더 궁금하다면,

위키백과 한글판에는 아직 내용이 없네요. 러시아문화부분 파워블로그님의 글을 링크합니다. :)
여름궁전의 역사적인 배경과 특징을 참고하실 수 있어요.
http://russiainfo.co.kr/2074


이전 16화겨울궁전, 에르미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