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의 주말

by 문성 Moon song Kim

상트에 머무는 중에도 주말이 왔다. 여행을 시작한지는 이미 한달이 훌쩍 넘은 뒤였고 여행자의 일과에는 제법 익숙해진 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끼니를 챙기고 어젯밤에 계획해둔 하루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길을 나선다. 그날의 일정은 몸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우연히 마주친 곳의 매력에 달라지기도 한다. 새로운 곳에 머물때면 처음에는 그곳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며 인상을 파악하고 가장 보고 싶은 곳들을 하나씩 천천히 방문하고 탐색해나간다. 숙소나 식사, 산책과 휴식을 되도록 규칙적으로 하며 머무는 그곳에 되도록 익숙해지도록 한다. 그것들이 내가 터득한 여행의 기술이라면 기술이었고 상트에서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상트에서의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침에 눈을 떠 채비를 한 뒤 빵과 과일을 점심으로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그날은 여러번 지나치며 눈여겨 봐두었던 에르미타지 인근의 공원과 기념물들을 둘러볼 요량이었다.
하늘은 여느 날처럼 눈부시게 푸르렀다. 네바강의 반짝이는 잔물결과 건너편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는 사이 햇살은 벌써 뒷머리와 목덜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늘을 골라 길을 걷다가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울창한 숲그림자로 뛰어들다시피 들어섰다. 길게 뻗은 가로수를 따라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며 그곳을 즐기고 있었다.

차츰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들 주말의 느긋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커플들, 벤치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웃음을 터트렸다. 흰 드레스와 검은색 턱시도를 차려입은 두 명을 가운데에 두고 분홍, 노랑, 산뜻한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정장을 입은 친구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상기된 표정의 두 명에게 소근거리는 여자들과 웃음을 보내는 남자들의 모습에 오늘 그곳이 결혼을 하는 자리임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흩어지는 웃음소리와 박수소리. 산들바람에 옷자락이 춤추듯 흔들렸다.
나는 그 모든 것을 홀린 듯 지켜보고 있었다. 청량한 웃음소리, 서로를 바라보는 정다운 눈빛, 느릿한 듯 경쾌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이따금 지나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솨아악 소리를 내며 조각난 햇살들을 보석처럼 쏟아내고 다시 쓸어내는 모습을.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낸 분위기에 사로잡혀 옴짝달싹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상트의 주말이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그 순간 그곳에 있음을 행복해하며 이 사랑스러운 순간을 기억하겠노라 다짐하다가 이 순간이 어찌 이리도 사랑스럽게 여겨질까 놀라워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곳의 사람들은 일주일을 보내고 맞은 주말을 소중하게 보내고 있었다. 내가 매일을 주말처럼 보내는 여행자였기에 그들 속에서 지켜볼 수 있는 동시에 그들을 멀리서 새삼스럽게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 속에 슬쩍 끼어들어 그들의 주말을 엿보고 있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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