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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Nov 21. 2022

전통적 예술을 깨는 쾌감이 있어요.

<우리는 왜 예술을>인터뷰4-(2): 청년기획자 임재환

<우리는 왜 예술을> 

청년기획자/예술가 임재환





실험을 하는 쾌감이 있어요.


본인이 기획자로서 어떤 생태계 안에 있다고 느끼시나요? 어떠세요? 예를 들면, 저는 학예 직군도 있고, 큐레이터나 미술관, 박물관과 같은 것들이 이 분야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또 전시를 만들기 위해 기획자로서 협력하는 공간 디자이너라던가, 도록 디자이너라던가, 이런 분들도 함께 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도 느끼고요. 기획자로서 본인의 활동이 그런 생태계 안에 있다고 느끼시나요?

임재환: 저는 생태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예술, 예술계에 계속 어릴 때부터 머물고, 대학원까지 왔지만 음. (생각) 뭐 여러 이유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냥 그 예술계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을 점점 하면 할수록 제가 하는 거가 그 생태계에 어울리나 그 생태계가 내가 하는 거를 인정하나라는 그거를 함께하고 싶어 하나 생각해보면 이게 점점 더 아닌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반대로 예술계보다는 문화계, 정치계 더 폭넓게…. 예술이라 하자면 다른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그런 지인들을 보거나 인맥을 보면, 제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게 너무 뚜렷해졌어요. 그게 좀 아쉽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예술계를 어떻게 깨고 챌린지 할 수 있을지 기획자로서의 위치를 통해 더 고민하고 공부하고 실험해보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시나요. 예를 들면,

임재환: 제일 컸던 거는, 예술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그 부담감도 그렇고 레지던시를 하는 거, 그다음에 지원금을 따는 거, 전시를 하는 거. 특히 전시를 하는 거는 저는 이제 누가 저한테 다가와서 ‘이 작품 좀 사회 정치적이네, 한 번 보여주면 어때?’ 이러지 않는 이상 제가 막 지원해가지고 하는 게 안 맞는 것 같아요. 제 활동에 있어서. 그래서 그게 좀 답답하게, 제가 활동했던 것과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 거죠.

그냥 그 프로세스가, (작품이) 선보여지는 과정과 내가 그거를 선보여지는 데 지원하거나 (지원하기 위해) 작성을 하거나, 선보여지는 공간(이) 화이트 큐브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보여주는 게 한계가 있는 듯한 느낌? 그냥 저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반대로, 실험을 하고 프로젝트를 하면 그거에 대한 쾌감이 훨씬 크거든요. 이제는 전시를 해봤자라는 생각이 더 들어버리는 거예요. ‘내가 왜 이런 생각이 들지?’ 하는 순간도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너무 아쉽지만, 대학원 동기들도 그렇고 점점 멀어지고 있고 제가 좀 안 다가가게 되는 것 같아요. 반대로 더 가까운 분들은 활동가 분들 아니면 한국학을 공부하시는 분들, 학계에 계시는 분들, 이런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어째서 그 쾌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까요.

임재환: 제가 미술이라는 오랜 보수적 전통을 깰 수 있다는 점에서 크나 큰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물론 그 전통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미술과 예술이라는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를 만들어 엘리트 중심적인 공동체가 형성된 건 부인할 수 없잖아요? 그 세계적인 현상에서 특히 한국 미술계의 보수성을 어떻게 하면 접근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여러 방법들 중 다른 분야의 필드와 협업을 하고 다학제적 시도를 한다면 더 넓은 의미로서의 미술 기획을 실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기획자로 지금까지 활동을 해오시는 동안에 활동에 도움이 된 건 무엇이었나요. 활동을 잘하게 해 준 것, 도와준 것, 영감 준 것이라고 한다면.

임재환: 저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단체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세대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

좀 너무 찬양하나 싶기도 한데, 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가 되게 큰 영감이었고요. 어- 지금 사회정치적인 거(참여)를 한다 하더라도 그 시스템적인 거에 (참여한다는 게) 저에게 굉장히 획기적인 거였던 것 같아요. 그니까, 그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요. 한국에 전반적으로, 여러 도시에 그런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생기는 거 보고. 그리고 최근에 청년과 관련된 지원사업도 많아지고 이런 걸 보면서 말로만 그냥 수기를 모으고, 모여서 만나라 이게 다가 아니라 실제로 (정책이) 이뤄지는 거를 목격을 했잖아요.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것까지) 다 목격을 하다 보니까 음- 그거에 대한 약간 열망이 생겼던 것 같아요.

‘아 내가 활동하고 있는 데는 왜 그렇게 못하고 있지?’ 이러면서 세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이제 제가 참여하고 있는 (곳의) 기성세대에 대한 안타까움, 답답함, 한계, 이런 걸 느끼면서. 사실 나이는 상관없이 운영하는 사람들의 구조적인 마인드 셋이 너무 답답해서 그거를 내가 개혁을 한다고 나섰다가 그 구조 안에서 짓눌리거나 아니면은 그거 다 상관없이 그냥 이끌고 이겨내느냐 이런 기로에 놓여있는 것 같지만.

(청정넷이) 그냥 꾸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네, 그런 것 같아요. 청정넷 자체가 청년들이 모여서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아름다운 것 같고 제가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가 되더라도 그냥 다음 세대에게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네, 그런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함께 활동하시는 기성세대분들에게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까 다른 이야기도 해주셨거든요. 그런 분들을 만났을 때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고, 어떠한 부분에서 답답하고 문제가 있다고 느끼셨나요.

임재환: 그 기성세대 내에서도 좀, 음- 모르겠어요. 약간 진보세력 내에서도 보수가 있듯이. 기성세대라고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아요. 정치적으로 좌우 상관없이. 기성세대가 되어버리고 나면 그 기득권을 놓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한테도 반대로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러지 말아야지. 그리고 실제로 배웠다고 한 거는 아까 제가 ‘어른이 되면 이렇게 해야지’를 실천하는 분들. ‘청년들 너희가 알아서 꾸려봐, 우리가 판을 만들어 줄게. 우리가 돈 모아서 해외에 있는 어른들이 청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해볼게. 네가 한 번 리드를 해봐.’ 이래서 몇 달 전에도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북한의 사람들’ 이런 것도 한 번 해보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은 보면은 배울 만한 것 같아요. 그분들이 어떻게 활동 자체를 진행하는지도 보면서 많이 배운 것도 있고.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기득권들은 그냥 좀 형식적인 것, 말만 하는 거 좋아하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 이뤄지고 말만 무성한 그런 거 거 있잖아요.


요즘 기획자로서 활동하면서 특히 ‘아-요즘에 이런 거에 관심이 간다 혹은 이런 게 중요한 것 같아’ 생각하는 게 있나요. 기획자로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 있으세요?

임재환: 정말 어제까지도 생각했어요. 아까 그 이야기한 그 기득권 마인드셋의 기성세대분들이 제가 활동하는 단체에서는 청년부로 소속이 되어있거든요. 다 45세. 작년에 진행했던 청년 콘퍼런스에 부산지부에서 오신 분이 난 청년이야 하고 왔는데 65세. UN의 기준에 맞춰서 참여를 하신 거였어요.

(그런 걸 보면서) 요즘 많이 생각하는 거는 (청년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그 지원은 누구에게 어느 나이대에 어떤 기준으로 가야 하는지에요. 그러면서 또 자연스럽게 그럼 나의 미래는? 나는  (정부에서 정한 청년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면) 배제가 되는 건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장년 그런 부를 또 만들어야 되는 건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데 아직까지는 청년 세대에 소속이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음- 그냥 그 세대를 넘겨주는 것도 하나의 실험이라고 봐요. 저는.

물론 어떤 단체냐 어떤 담론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기관에서 저를 설득하는 근거가 이제 지역마다 청년의 기준이 다르다, 충청지부에 가면 다 청년이 60대다, 그럼 그 사람들은 뭐 청년민주평등 청년네트워크에 참여를 못하는 거냐, 이러면 조금 할 말이 없어지는 거죠. 그거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어- 지금 청년들과 함께 한반도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서울시에서도 연초에 뭔가 시도를 해보려고 한 거를 보기는 봤는데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모르고 서울시로만 국한시키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어느 단체들이 주최를 하고, 어떤 식으로 진행이 돼야 하는가 그거를 좀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이 줌이 저한테는 되게 가능성을 준 그런 플랫폼이거든요. 줌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하는 행사들, 미팅들. 미 주 내에서도 예를 들어 서부에서 행사가 있는데 동부 사람들은 올 길이 없었잖아요. 예전에는. 이제는 그냥 다 온라인으로 참여를 하는 거죠. 제가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듯이. 그래서 한반도 이슈와 관련해서 국경을 넘는, 한국에 있는 기관들과 청년들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가, 이거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럼 생각을 하고 나면, 지금 말씀하신 대로 교류의 가능성을 찾아보기도 하고 사람들과 모여 회의 같은 것도 하는 그런 활동을 하시는 건 가요?

임재환: 사실은,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민주평통 의장한테 (제안을) 보냈지만 형식적이라는 그런 통보를 받았어요. ‘아, 미안해요. 사실은 형식적인 거였어요.’ 이러는데 ‘어-나는 아무 피드백도 못 받고, 열심히 로고까지 만들어서 내줬더니 이제 아무것도 없는 거네?’ 되게 처참했던 상황이 있었고, 그럼 그거를 제가 속한 지부에 한 번 제출해볼까 했더니 아까 그 한계가 있었던 거죠. 나이에 대한. 그리고 그분들은 다 속해야 된다 하는데, 그게 얼마큼 잘 진행이 되는지 그게 좀 애매하다랄까? 제가 아이디어는 제안을 했지만 그 제안이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이 안 됐을 때에 대한  불안감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안 줘버렸어요. 제 제안서를. 아직까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상태예요.

미국 내에 활동하는 재미교포도 있고, 저 같은 유학생도 있고, 아예 미국인들도 있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자 분도 계시고, 그래서 같이 활동하면서 되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면서. 그리고 아직 실행은 못했지만 최근에 조선학교 관련해서 다큐멘터리 만드신 감독님께서 행사에 강연을 해주셔서 미국, 일본, 한국, 몽당연필 단체랑 모여서 조선학교 관련된 한반도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이래서 내년쯤에 진행을 해볼 것 같아요.
 


*청년기획자 임재환은 미술을 전공하면서 사회참여예술에 눈을 뜨고 나아가 사회참여기획으로 작업을 확장한 예술기획자이다. 한 발 한 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정을 다해 작업해온 그의 기획활동을 인터뷰하며 예술기획이 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음을 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다른 이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었다.

** 인터뷰는 서울문화재단과 청년예술청 그리고 청년기획자플랫폼11111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하였던 "2020-2021년 청년기획자의 현실을 기록하다"라는 청년기획자 심층 인터뷰를 발췌 정리하고 서면인터뷰를 추가하여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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