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 moon song Nov 27. 2022

예술이 가지는 힘이요.

<우리는 왜 예술을>인터뷰4-(3): 청년기획자 임재환

<우리는 왜 예술을> 

청년기획자/예술가 임재환



예술이 가지는 힘이요. 


기획자로서의 활동이 사회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하세요? 사회참여적인 기획자로서 본인의 활동이 어떤 부분에서 사회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임재환: 저도 작품을 만들면서 엄청나게 많이 고민했던 거예요. 내가 하는 게 사회에 기여하는지 생각하는 것보다는 내가 하는 게 예술일까라고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예술과 사회참여 그 사이에서 교차해서 또는 그 경계에서 실험을 하다 보니깐 내가 하는 게 예술인지 사회참여인지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던 거죠. 거기에 자연스럽게 따라왔던 게 이 사소한 게 남에게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는 건가. 근데 그 사소한 게 조그맣게 느껴지더라도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그게 결국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 영향을 줬을 때, (그걸 본) 사람이 생각을 하게 만들어도 저는 그게 어느 정도 사회기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제가 계속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하는 거 같아요. 내가 하는 한마디 아니면 행동 하나 그거에 따라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거를 인지하고 살아가게 되는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들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예술인지 사회참여인지에 대한 고민은 그럼 일단락이 된 건가요. 본인의 작업을 사회참여적인 예술이자 사회참여적인 활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읽히는데요. 어째서 다른 것이 아닌 예술로 작업을 하기를 택했나요. 그리고 다른 것이 아닌 예술작업으로 얻는 희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예술작업으로서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려 하는지, 그렇다면 어째서 그 길을 택하고자 하는지요. 

임재환: 예술이 가지는 힘인 것 같아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 손 잡고 미술 전시회를 참 많이 갔는데 그러면서 예술이 주는 접근성과 자유로움을 경험했거든요. 만약 사회참여 예술의 분야가 아닌 복지나 정치에서 활동을 한다면 그 분야가 가지는 실질적 변화, 도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예술로 다가갔을 때, 사회참여예술에 참여하는 사람들, 공동체가 비교적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계적 미학의 접근이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상호 접근하는 사회참여예술의 태도를 가지려 해요.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이들이 자신의 ‘예술’ 프로젝트를 빛내고 작가 자신의 이름만 남기는 그런 자세가 아닌, 도덕성을 우선시하고 상대를 고려하는 이타적 사회참여 예술을 하고자 합니다. 제 박사 연구가 한국 미술계에도 적용 가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해하고 있는 만큼 제 사회참여 예술적 실행을 통해서도 선례를 만들고 싶어요.

그럼 이 여러 가지 이야기 속에서 본인이 결국 추구하는 가치는 무언가요? 결국 어떤 가치를 추구했던 건지 앞으로도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싶은 건지 묻는다면, 

임재환: 저는 소통인 거 같아요. 근데 그 단어를 뱉고 생각을 해보니, 아까 답을 했을 때도 제가 사람, 저와 관심사, 제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를 소통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사람들과 그것도 연관이 있는 거 같네요. 그래서 앞으로도. 

나도 어떤 커뮤니티를 기획해서 거기 소속돼서 소통을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 소속된 사람들끼리 소통을 하(고 싶기도 해요.) 생각을 똑같이 하라는 게 절대 아니에요.  반대로 달라야지 더 재밌다고 생각해요. 치고 받든 콜라보를 하든 거기에서 일어나는 시너지가 있고 서로의 발전이 생긴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다양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 아름다운 거 같아요.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 속에서 활동을 하시잖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활동을 이어가려고 노력을 하실 테고. 그럼 그 작업이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기획자로서 추구하는 가치가 실제로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고려하시나요.

임재환: 저는 그런 거 같아요. 제 석사 논문 제목이 ‘사회와 협력하기, 분열된 한반도를 위한 행동주의 예술’이거든요.


오 제목이

임재환: 거창하죠. 분열에 대한 거를 많이 생각했던 거 같아요. 특히 2019년에 연구차 갔다 온 하지만, 집회를 많이 다니면서 태극기 부대와, 세월호가 그 중간에 있고, 노무현 추모제도 가면서 그 틈에, 그 경계에서, 제가 일부러 서서 이렇게 양쪽을 봤거든요. 거기에서 소통이 중요하다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다큐멘터리에서 가끔 그런 실험을 했던 거 같긴 한데, 어떤 건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냥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얼굴 맞대고 얘기해보는 실험들, 그런 걸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거 같고. 요즘에는 특히 서로 주장이 강하게 펼쳐지잖아요. 유튜브도 그렇고, 가짜 뉴스도 그렇고, 양쪽 진영에서 똑같아요. 양쪽 상관없이. 그게 만연한 사회에서, 세계 모든 곳에서, 어떻게 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잔인함이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사회랑 관련이 있죠.


사회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 게 있나요. 기획자로서 사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

임재환: 청정넷에서 많이 배웠던 단어는 숙의. 저의 자기소개에도 쓰여있는데, 숙의. 제 아이디어가 틀렸다고 말하는 청년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 틀렸다는 단어가 나한테는 너무, 가슴에 딱 박히는 거예요. 서로가 틀렸다 바로 삿대질하기보다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르구나 하지만 나의 생각은 이렇다. 이럴 수는 있어도. 너는 틀렸으니깐 배제, 이게 뭐예요. 국회도 그렇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그렇고 제가 속한 뭐 단체에서도 다 그런 거 같아요. 그냥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듣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어요. 전반적으로.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요. 방향을 말씀해주셔도 좋고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셔도 좋아요. 

임재환: 저는 앞서 여러 번 말씀드렸듯 사회참여예술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예술가의 길을 갈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박사 프로그램이 미술사, 이론, 비평 및 미술 실기를 모두 아우르는 곳이라 오랜 기간 북미, 남미, 유럽 등 비한인 국가들의 사회참여예술 역사를 시작으로 한국의 후기 민중미술 시기를 더 연구하고 싶어요. 제가 다니는 학교의 위치로 인해, 미국 기반일 테지만, 관련 연구가 20여 년 전부터 제일 활발히 된 국가이기도 한 만큼 지도 교수님과 관련 학자분들께 영감 받아 공부하려 해요. 

하지만 제 연구는 한국의 사회참여 예술을 한 지점 삼아 연구할 계획입니다. 1990년대 성남 프로젝트와 플라잉시티를 시작해 현대 시기 옥인 콜렉티브, 믹스라이스, 리슨 투 더 시티 등 미술 기관들과 밀접히 작업하는 콜렉티브는 물론 그 외 비예술적 경계를 넘나드는 사회참여 예술가, 콜렉티브, 단체 등의 특징과 도덕적 접근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이 급속히 발전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보니 해외 선례에서 영감을 받아 사회참여 예술을 급히 받아들여 한국화 했다는 말들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진정한 협력의 의미와 도덕성 등 빠트린 요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역사와 복잡성을 알아보고 제 HNK 활동에는 또 어떻게 적용 가능한지 실험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해요.




*청년기획자 임재환은 미술을 전공하면서 사회참여예술에 눈을 뜨고 나아가 사회참여기획으로 작업을 확장한 예술기획자이다. 한 발 한 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정을 다해 작업해온 그의 기획활동을 인터뷰하며 예술기획이 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음을 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다른 이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었다.

** 본 인터뷰는 서울문화재단과 청년예술청 그리고 청년기획자플랫폼11111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하였던 "2020-2021년 청년기획자의 현실을 기록하다"라는 청년기획자 심층 인터뷰를 발췌 정리하고 서면인터뷰를 추가하여 보완한 것이다.


이전 12화 전통적 예술을 깨는 쾌감이 있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