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정리가 장기전이 되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정리할 것들을 살피고 있었다. 비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었다. 마침 읽고 있던 <프로젝트333>과 <나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내 삶이 가벼워지는 21일 프로젝트>에서 제안하는 구체적인 실행방법들도 나의 실행을 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듯했다. 그들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겠지만 참고해서 나에게 맞는 것들을 시도해보는 것도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았다. 그래, 내친김에 다른 것들도 정리를 시작해보자 마음먹었다.
2. 불필요한 것들, 왜 가지고 있어?
<나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내 삶이 가벼워지는 21일 프로젝트>는 21일, 3주 동안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면서 정리를 하는 과정으로 이끌고 있었다. 질문들은 대부분 단순한 문장들이었지만 답은 단순히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가장 원하는 욕구는 무엇인가. 다음날은 그렇다면 나에게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다음 질문은 이전의 질문을 토대로 하는 것이어서 허투루 넘기거나 건너뛰기도 어려웠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다이어리의 빈 페이지에 답을 적어 내려며 물건으로 만든 번잡함이 공간 그리고 시간 결국은 마음의 번잡함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건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들도 거꾸로 마음이 복잡해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거나 난잡하게 늘어놓는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것들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필요한 순간들인가? 선뜻 답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가져갈 것인가? 나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가? 역시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는 걸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정리를 해야 하나? 함부로 정리해서 혹 필요한 순간이 생기면 어쩌지? 저항감이 일었다.
3.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서
물건만이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이나 불필요한 행동들에 대해서도 묻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끝없는 질문 속에서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을 통해서 일상을, 일상을 대하는 태도를, 삶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묻는 과정이었다.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집중하고자 나머지를 덜어내자는 제안이었다.
나는 <나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내 삶이 가벼워지는 21일 프로젝트>를 참고 삼아 내 거주공간에서, 직업생활에서, 사생활에서, 인간관계에서, 그밖에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적었다. 볼 때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활동을 불편하게 하는 것. 부담을 주거나 피하고 싶어지는 것. 그러다 보니 어렵거나 걱정이 되는 것들까지도 적고 있었다. 분명 각기 다른 카테고리였는데 각 카테고리에 적은 것들은 다른 카테고리와 겹치거나 서로 연쇄적으로 이어져 있었다. 물건을 줄이는 것이 어쩌면 걱정이나 고민 같은 쓸데없는 생각이나 후회하거나 자책하게 되는 쓸데없는 행동을 줄이는 가장 가장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그러니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됐다. 물론, 경험해보고서야 말할 수 있겠지만.
4. 제하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경험해보고서야 말할 수 있는 것, 두말하면 잔소리. 경험해볼 일이었다. 공간을 차지하고만 있는 물건들-일 순위 옷, 이 순위는 책과 서류 그리고 잡지들, 연이어 잡동사니들-, 시간을 차지하고만 있는 것들-검색과 웹서핑, SNS와 목적 없는 대화들-, 직업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자리를 차지하고만 있는 것들-걱정과 고민, 두려움과 주저, 게으름이나 무기력과도 같이 에너지를 갉아먹기만 할 뿐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들-, 그밖에 쓸데없는 것들-손에서 놓지 못하는 핸드폰, 카카오톡과 포털, 유튜브, 검색으로 무한히 연결되는 링크 속에서 허우적대는 중독에 가까운 연결강박….
나열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는 가장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물건부터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볼 때마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게 부담스러워 수납장 속에 넣어 결국은 쌓이고 쌓인 만큼 더더욱 마음을 무겁게 만든 그것은, 정기구독해온 주간지 시사인이었다.
만약 시사인을 정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정리가 정말로 내 마음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계속해서 프로젝트 333처럼 나머지도 1년간 실험해볼 수 있겠지. 제하고 제했을 때 결국 남는 게 무엇인지 내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