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을 정리하며 물건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물건을 제대로 써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하고 난 뒤로, 나는 계속해서 내가 가진 물건들을 돌아보고 그것들을 어떻게 쓸 것인지 검토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겨울옷가지 그리고 시사인까지 정리를 하면서 나를 둘러싼 물건들을 점검하는 것이 실제 내 생활을 점검하는 것임을 피부로 느끼고 나자 미니멀리즘이 왜 그토록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영감을 일으켰다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하다가 이왕이면 호기심을 끌고 재미있게 여겨지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이미 읽고 있던 <project333>에서 제안한 여러 방법 중의 하나였던 미니멀리즘게임. 검색을 하고 다시 한번 내용을 확인했다. 첫날은 하나, 둘째 날은 두 개, 세쨋날은 세 개, …서른 번째날은 30개. 더 이상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들을 정리하는 한 달간의 프로젝트인 셈이었다. 그래, 까짓 거 해보지 뭐.
내친김에 미니멀리즘게임을 시작한 두 명의 이야기도 좀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두 사람은 사람들에게 좀 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가까운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함께 게임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괜찮고 기부하든 판매하든 혹은 버리든 상관없으나 바로 그날 자정까지 집에서 치우는 것으로 정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박아둔다. 그리고 이 과정을 #minsgame 해시태그를 달고 사진과 함께 경험을 공유하도록 독려한다. 요컨대, 혼자만의 약속으로 지속하기는 어려우니 누군가와 함께하고 서로 경쟁하고 독려하며 과정을 지나도록 또 다른 사람들과도 경험을 나누며 도움을 얻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제안하는 룰을 참고해서 혼자 진행하더라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고 간단한 소회와 함께 내용을 인스타계정에 업로드하기로 마음먹었다. 또 물건이 쓸모 있는 것이라면 판매를 그리고 판매하긴 어렵더라도 누군가가 쓸만한 물건이라면 나눔을 앞의 둘에 해당하지 않고 나에게도 쓸모가 없는 것이라면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하거나 폐기하는 순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시사인은 30일의 출발점이 되었기에 첫날의 첫 번째 정리품목으로 삼기로 했다. 내일은 둘째 날에 해당하는 두 개, 모레는 세 개, 생각 끝에 숫자는 하한선이 된다는 기준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둘째 날은 두 개 이상은 정리해도 되지만 그 미만은 불가능. 앞으로 30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내가 정리할 물건이 그렇게 많을까. 부족하면 어떡하지?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은근히 기대되고 걱정도 되는 나름의 스릴이 있는 게임이었다. 무엇보다도, 물건을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들과 그 속에서 얻을 깨달음이 기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