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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Apr 30. 2023

예술의 힘,
결국 논리를 뚫고 나아가는

<우리는 왜 예술을>인터뷰8-(3): 공연/행사제작자 목민우

<우리는 왜 예술을> 인터뷰

공연/행사제작자 목민우

  



예술의 힘결국 논리를 뚫고 나아가는     


제작자로서의 행보를 밟게 된 것도 팬데믹과 더불어 제작사 대표의 역할을 정리를 하게 된 것도 어떻게 살 거냐 혹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거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처럼 여겨지기도 하네요. 그와 같은 선택에서 중요했던 게 있다면. 

목민우: 제가 보기엔 아티스트와 제작자나 기획자 간에 가장 대비되는 특징이 얼마나 책임지고 있냐인 것 같아요. 아티스트는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표현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되지만 제작자나 기획사는 그 프로젝트나 일 전체를 완성하는데 책임을 져야 돼요. 그냥 아티스트가 표출한 결과물에 대해 책임지는 거 이상 퀄리티에 대해 책임져야 되는 게 많잖아요. 

(제작자들 중에) 지속해서 그 일을 하는 사람들과 중간에 사라지는 사람들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이 책임을 진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는 것. 책임을 지지 못한 사람은 사라지는 걸 많이 봤어요. 내 스텝들, 같이 한 동료들이나 가족들을 배제하면서 뭔가를 이루려고 한 사람이 어떤 결과물을 내지 못했을 때 결국은 주저앉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제작자들뿐만이 아니라 비영리 분야에 있는 많은 사람들, 다시 말하면 힘 싸움에서 경쟁을 하고자 하는 자본주의 틀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르게 그 밖에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못 져서 도태되는 경우를 많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 시점에서 내가 무엇을 책임져 왔고 앞으로 무엇을 책임질 수 있을지를 고려하고 책임질 수 있는 만큼 책임지며 제 싸움을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앞서 말씀하신 걸 참고하면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을 책임지며 자본이나 대중성에 밀려나는 것들을 지키려는 싸움을 하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어째서 그게 그렇게 중요했나요. 무엇 때문에 그런 선택들을 하고 그걸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던 건가요.

목민우: 너무 당연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생각하며 침묵) 

당연한 걸 짚어서 보면, 제 개인적인 성향이 이렇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고요. 그냥 그게 답인 것 같아서 (그걸 위해서) 순간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왔던 것 같아요. 굳이 거창하게 표현할 건 아니고, 전 ‘사람이 전부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을 해요. 그럼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무엇을 원하는지가 전부고, 그런 사람들이 둘, 셋, 여럿이 모였을 때나 협력하는 프로젝트 단위로 모였을 때, 커뮤니티일 때도 그렇게 모였을 때 목적성이 형성된다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형성된 목적성이나 추구하는 가치가 더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은 사람으로부터 출발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목적이든 역동이든 그 출발점, 사람으로부터 (일을) 시작하는 게 저한테 너무 익숙한 방식이에요.      


말씀하신 ‘사람이 전부다’라는 한 문장으로 앞선 이야기들이 단번에 이해되는 느낌이에요. (웃음) 제작자로서 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시나요. 

목민우: 본질적인 거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시스템을 믿지 않고 사람을 믿는데 요즘에는 어디 가서도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또 그게 또 트렌드가 돼서 그런 일 하는 방법이나 이런 것들이 또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시스템 생각하면 그냥 사회 구조(에 바탕에 둔) 시스템을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 걸로부터 연구한 시스템이 아니라. 저는 그 안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사람과 시스템을 (함께) 얘기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결국은 무엇을 하든 또 던져놓은 것이 어떻게 흘러가든 우리가 컨트롤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시작점은 그냥 사람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 하고 계시는 작업은 무언지 여쭤봐도 될까요. 

목민우: 문화예술 기획 작업은 현재는 멈춰 있는 상태고요. 제안을 받아서 아시아권 수인성 질병 아이들에게 정수필터를 통해 식수 보급을 하는 구호사업 단체에 소속되어 (기획을) 하고 있어요. 기존의 무대 기반의 기획 관련 일은 프리랜서로 하고 있고.      


지금 소속된 단체에서 일을 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제작자로서 세상이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쏟았던 것도, 책임질 수 있는 정도까지 하겠다고 제작을 정리하신 것도, 지금 속해 있는 단체에 들어가신 것도 사람을 우선으로 하신 선택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문화예술분야는 아니잖아요. 

목민우: 저는 인생을 탈자본주의화하고 싶은 목적을 갖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꼭 카테고리를 나눌 필요는 없지만, 자본주의 안에 들어가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본주의 안에서 버티는) 근육이 없고 뚫고 나가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제가 속한 단체에서) 좋은 목적을 갖고 있지만 그걸 위해서 일을 풀어가는 방식이 제 방식이 통하지 않고 계속 충돌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대치되는 의견을 계속 가져가는 게 아니라 반대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그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훈련되는 거 같아요. 좋게 생각하자면 중간에 합의점을 찾아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지는 게 되겠지만 나쁘게 얘기하자면 내가 살아오면서 인정하지 않았던 방식을 인정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거죠. 합의점을 찾는 게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가 아닌가 싶긴 하지만 성취해보고 싶은 생각은 드는 것 같아요. ‘옳다는 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구나. 내가 옳다고 여긴 삶이 옳은 삶이 아니라 그냥 내 기호에 맞는 삶이구나.’라는 걸 배우고 있는 것 같고 그래요. (웃음)     


제작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목민우: 제가 소속돼 있는 단체에서 물을 다루기 때문에 이런 상상을 하게 된 것 같은데, 물이라는 주제에서 출발해서 문화예술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단체에 소속되면서 구호사업에 대해 좀 깊이 들여다보다가 발견한 건데, 사람들이 주는 사람은 공여자라고 받는 사람이 수혜자라고 당연하게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관계가 대상화되는 순간 그 (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지는 게 있어요. 그래서 과거에는 당연했던 (구호사업) 방식들도 이제는 그렇게 세팅하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있어요. 단순히 식수를 확보해 주는 좋은 구호 사업만이 아니라, 물이나 땅과 같은 근원적인 것들을 출발점으로 상상해서 뭔가 (문화예술)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게 그런 (공여와 수혜) 관계를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요즘 하는 고민들을 좀 녹여내서 예술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올해 안에 혹은 내년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구호사업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화예술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계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프리랜서로든 소속된 단체에서든 계속해서 문화예술기획자의 관점으로 작업을 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바라는 방향이 있다면 무언가요.  

목민우: 제가 엔지니어 기술직에서 기획자로 바뀌었다가 제작자로 왔다 갔다 작업해 왔는데요, 늘 제 역할에 사람들이 저를 찾았고 제가 힘주어서 하려고 했던 게 뭐지 하면 조율인 것 같아요. 음향에서는 믹싱을 할 때도 밸런스가 중요해요. 마스킹 효과라는 게 있는데, 어떤 한 소리가 커지면 한 소리가 안 들리거든요. 큰 소리가 작은 소리를 죽이기도 하고 20~30가지 소리가 있어도 한두 가지 소리가 확 튀어나오면 나머지 소리가 묻혀버리죠. 그런 걸 계산하면서 사운드 믹싱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믹싱을 하는 사람한테 조율자라는 얘기를 해요. 

제가 기획자로 제작자로 일할 때도 제 역할에서 놓지 않으려고 했던 게 그리고 장점으로 부각됐던 것도 결국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것 같아요. 그걸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똑같은 얘기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설득이 되도록 만드는 게 커뮤니케이션이거든요. 앞으로도 목표로 하는 건 좋은 조율, 좋은 커뮤니케이션이죠. 

저한테는 어떤 목적을 성취할 때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어떤 커뮤니케이션하는가가 지금도 가장 숙제이고. 앞으로 더 다양화된 사람들과 협업이 이루어지는 구조에 있을 거고. 영리와 비영리 경계도 무너졌지만 직업의 경계도 무너졌고 앞으로 점점 더 무너질 거고 점점 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면서도 필요한 세상이 될 것 같아요. 혼자서 이루어낼 수 있는 건 없고 협력해서 이루어내야만 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겠죠. 결국 협의점을 찾아내는 건 좋은 조율이라고 생각해요.      


B.I.에서 많은 이들과 조율했던 순간들


문화예술 기획자, 제작자로서 사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요. 

목민우: 기대하는 게 없다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더 이상 사회에 기대한다기보다는 개개인들이 자기 삶을 살아나가는 것에 대한 바람, 개개인의 삶에 동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정도지.      


개개인들에 대한 바람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걸까요. 예를 들면, 

목민우: 이전 세대는 정답을 아는 것처럼 굴었고 그 이후를 살아가는 지금 세대들은 정답을 회피하면서 각자 삶에서 개별적으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쌓아온 사람들의 노하우를 너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세대가 문제라는 걸 말하는 게 아니고요. 우리가 전반적으로 정답을 모른다는 출발점을 인정하고 지난 시간의 역사적인 경험들을 그리고 세상을 들여다보고 자기 삶에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각 개개인에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그런 담론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거기에 문화예술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덧붙여서, 저는 아무래도 기획 제작자이다 보니까 아티스트로서의 목적이 자기만족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사용해 주고 누군가 보는 것, (본인 외에) 사회와 만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을 통틀어 주장하고 싶은 부분인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세상과 만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자기 얘기를 하면서 에너지 소진하다가 지치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배고픈 것 같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게 되었어요. 제가 ‘뮤지션의 세상과 만나는 방법’이라는 걸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문화예술의 어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미디어 창작자이든 순수 예술 창작자이든 문화예술 창작자는 자기 얘기만 하는 것에 급급하지 세상과 만나는 방법이 미숙하단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조율도 생각했던 거죠. 물론 누구를 만날 것이냐 어떤 방식으로 만날 것이냐 어떤 사회와 만날 것이냐는 어디로 향하기를 원하느냐는 사람과 다 다르겠죠. 하지만 만나야 된다는 전제는 좀 설득하고 싶어요.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면) 문화예술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게 어떤 순수예술 창작자한테는 자존심을 건드는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창작자들에 대한 당부에도, 사람들에 대한 바람에도, 문화예술이 사람들 속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이 느껴집니다. 문화예술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까닭은 무언가요. 

목민우: 논리 싸움은 종착지를 얘기해요. 답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풀어나가다가 난 모르겠어라고 얘기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지금 얘기한 -어떻게 살 것이냐 같은- 것들은 답을 모르거든요. 사람들은 자기 안의 맥락에서 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논리 싸움에 답이 없을 때 잘 모르지만 지향하는 그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건 문화예술인 것 같아요. 답이 없는 것들, 막연한 무언가, 말과 논리가 아닌 어떤 이상향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것 같아요. 논리적인 접근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건 문화예술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합의점을 이뤄내기 어려운 협업을 결국 이루어내는 것. 그게 문화예술의 힘인 것 같아요.   



*

목민우는 비아이워크(BI Work) 대표로 음악 및 무대공연, 행사를 비롯한 문화예술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자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청년기획자플랫폼에서 만난 그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만남이 벌어지는 현장 속에 있는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통해서 음향엔지니어에서 pd로 제작자로 저변을 넓혀가며 다양한 음악가들과 다양한 음악을 공연으로 또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통해서 늘 사람들에게 향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술가와 예술작업을 담는 작업으로 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또 그 자체로 예술작업의 저변을 넓혀온 제작자 목민우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우리는 왜 예술을 만들고 공유하고 또 항유하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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