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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May 16. 2023

미니멀옷장 5월차:
2번의 정리, 3번의 옷교환행사

"의"식주일상실험

1. 환절기 옷정리: 가이드라인이 된 '미니멀옷장 만들기' 규칙

미니멀옷장 만들기 5월차. 3월 급격히 기온이 올랐다가 3월보다 추운 4월을 맞았고 춤추는 기온과 함께 5월을 맞았고 옷장도 그와 더불어 겨울, 봄, 여름옷이 뒤죽박죽 뒤섞인 날들이었다. 최근까지 늦겨울, 초봄 옷을 섞어 입다가 두 번에 걸쳐 옷장을 정리했다.

첫 번째 정리는 4월 말.  놓지 못했던 겨울옷 일부를 세탁해 보관용 박스에 넣고 보관용 박스에 넣어두었던 봄/가을, 여름옷들을 꺼내 미니드레스룸의 행거와 수납함, 서랍장에 정리했다. 한 벌 한 벌 옷걸이에 걸고 접어 서랍에 넣으며 또다시 놀라고 있었다. 내가 가진 옷들을 이제는 대략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많은 옷. 결국 한 여름옷은 서랍도 행거에도 걸기에 부족해 보관용 박스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첫 번째 정리를 끝냈다. 분명 몇 박스나 비워냈는데 공간이 부족하다니. 망연자실해하다가 작년까지는 겨울옷들을 본가의 빈 옷장에 나누어 보관했다는 걸 기억해 냈다. 내 겨울옷만으로도 본가의 옷장이 꽉 찼던 걸 떠올리며 이제는 겨울옷이 보관용 박스 세 개 분량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다. 정리한 옷들이 아쉽지도 않았고 가진 옷으로도 만족스럽게 겨울을 지나왔다는 것까지 깨닫고 나자 기운이 났다. 계속해서 옷을 정리해 보는 거야. 

정리를 끝내고 다시금 정리할 옷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다섯 벌이나 되는 트렌치코트, 열 벌이 넘는 바지, 조금씩 디자인이 다른 여러 벌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자주 입진 않는 화이트셔츠와 티셔츠류,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아 구매한 혹은 언니들이 선물한 원피스류, 하나하나 살피면서도 쉽사리 골라내지 못하고 며칠이 지났다. 비가 오고 기온이 떨어지길 반복하며 매일 비슷한 외투와 니트를 입는 나를 발견하고는 결국 내가 세워둔 미니멀옷장 만들기 프로젝트 규칙을 다시금 상기하며 정리를 시작했다. 

디자인이 불편한 옷, 컬러나 재질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 활용도가 떨어져서 손이 가지 않는 옷을 정리하고도 여전히 다 입을 수 없을 만큼 옷이 많다는 걸 느끼며 규칙을 하나 더 추가했다. 용도가 겹치는 비슷한 종류의 옷들 중에서는 내구성과 재질이 가장 뛰어나고 디자인도 잘 어울리는 옷만 남기고 나머지는 중고의류로 판매하거나 교환 혹은 기부하는 것으로. 


*세부사항이 추가된 미니멀옷장 만들기 프로젝트 규칙
(1년 프로젝트 현재 5개월 차)

1. 일 년 동안 옷 사지 않기
    속옷, 잠옷, 기능성운동복 제외
2. 새로운 옷이 들어온다면 생긴 만큼 있는 것 정리해서 내보내 상한선 유지
    선물 받거나 마음에 드는 옷을 들인다면 그 개수만큼 나눔이나 기부로 줄이기
3. 현재 활용하지 못하는 옷 줄이기 
    계절에 맞는 옷은 모두 행거에 걸어두고 그 계절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옷들 정리하기
    예를 들면,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 디자인이 몸에 맞지 않아 불편한 옷, 
    컬러나 재질이 잘 어울리지 않는 옷,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손이 가지 않는 옷,
    비슷한 디자인과 용도라면 가장 내구성이 좋고 활용도가 좋은 것, 잘 어울리는 것으로 개수 줄이기 
4. 가지고 있는 옷 즐기는 재미 찾기
    내가 가지고 있는 옷 파악하기 
    데일리룩 사진 찍어 나의 선호 알아보기 
    이미지검색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스크랩해 두기 
    갖고 있는 옷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스타일 디테일 정리하고 변신해 보기


다시 옷을 분류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그렇게 트렌치코트 두벌, 세미정장바지 두 벌, 반바지 네 벌과 치마 세벌, 원피스 여섯 벌과 점프슈트 한벌, 카디건 네 벌과 화이트 티셔츠 한 벌, 화이트셔츠 한 벌을 솎아냈다. 


2. 옷교환프로젝트 그리고 새로운 옷들과 2차 정리

솎아낸 옷들은 대부분 21프로파티로 만난 의류교환 참여자들이 기쁘게 가져갔고 일부는 의류교환 참여자들이 기부한 옷들과 함께 아름다운 가게로 주인을 찾아 떠났다. 나에게 활용도가 낮은 옷을 다른 이들이 반갑게 입어보고 또 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새삼 옷은 옷장 속에 두는 게 아니라 입기 위한 것임을 실감했다. 

의류교환프로젝트 결과를 갈무리하고 나서 다시 한번 정리를 해야 했다. 계절이 바뀌며 언니들이 자신에게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며 보내준 옷들 덕분에 내 옷장에는 다시 새로운 옷이 몇 벌 추가된 상태였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정성껏 골라서 꺼내주는 옷들이 고맙기도 했거니와 새로운 옷이 주는 신선함에 혹해 덥석 받아 들었지만 옷장 속 옷의 상한선을 유지하기로 한 규칙에 따라 가지고 온 만큼 내보내는 수밖에. 의류교환을 해보고 나니 좀 더 홀가분하게 옷을 골라낼 수 있었다. 내가 가끔 입고 걸어두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이 즐겨 입도록 옷장 밖으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옷들을 골랐다. 예쁘긴 하지만 몸에 딱 달라붙고 짧아서 손이 가지 않았던 옷 그리고 추위도 많이 타고 더위도 많이 타는 내 체질상 어느 시기에 입어야 할지 애매한 옷을 꺼냈다. 

한 벌은 의류수거함에 기증하고 나머지 세 벌은 잘 개어 서울숲 21% lab으로 가져갔다. 마침 다시 입다 연구소에서 의류교환 및 수선을 할 수 있는 팝업공간을 운영하고 있다기에 옷도 기부하고 수선프로그램도 둘러보고 싶었다. 서울숲에서 오래간만에 흐드러진 녹음 속을 거닐다가 들른 21% lab에서 따뜻하고 다정한 다시 입다 연구소의 사무국장님과 수선전문가인 서포터님을 만났다. 옷의 사연을 적고 옷걸이에 걸고 둘러보다가 이어지는 수다에 의류교환파티 소감까지 신나게 나누고서는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옷이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매개체라는 것,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이기도 하다는 것, 느낀 바를 이야기하며 사회에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자 콘텐츠라는 것, 그럼에도 해외에 비해서 한국에서 아직 의류를 소비와 환경문제와 연결시키는 작업이 더뎌서 직접 환경단체로서 다시 입다 연구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개인적인 일상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를 새삼 느끼며 행복했다.  

혹 이 글을 읽고 동참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주저 말고 참여해 보시길. 의류교환과 의류수선은 5월 말까지 서울숲 언더스탠드애비뉴에서 매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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