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교환 실험 21프로파티를 직접 해보고 나서도 두 차례 21%lab에 의류교환을 하러 다녀왔고 더불어 여름옷도 함께 정리했다. 간절기 원피스 3벌, 여름 상의 3벌, 그렇게 여섯 벌을 21%lab으로 보내고 보풀이 많이 나거나 낡은 옷 4벌은 의류수거함으로 보내서 총 열 벌을 줄여 현재 나의 옷은 254벌.
여전히, 많았다. 옷을 새로 사지 않았고 있는 옷도 줄이고 있긴 하지만. 완연한 봄이 되고 겨울옷을 보관용 수납장에 넣으며 그래도 작년에 비해 많은 옷들을 정리했으니 봄부터 가을까지 새로 정리할 옷은 그리 많지 않다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내 착각이었다. 봄/가을 옷은 그래도 두고 여름옷을 꺼내고 그 자리에 겨울옷을 차곡차곡 정리해 넣고 다시 꺼내둔 여름옷을 분류하고 서랍장과 옷걸이에 나누어 거는데 나중에는 옷걸이가 모자라 결국에는 옷걸이를 스무 개 정도 얻어와서 저녁 늦게서야 오전에 시작한 옷정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처음 미니멀옷장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적어둔 노트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여름 원피스 27벌. 여름 반바지 8벌. 여름 치마 10벌. 여름 상의 48벌. 겨울옷은 부피가 크고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면 여름옷은 부피도 적고 자리도 많이 차지 않지 않는 대신 가짓수가 많았다. 여름옷은 그 개수만으로도 너무 많아서 한 벌을 한 번씩만 입는다 해도 다 입기도 전에 여름이 끝날 지경이었다. 이제 여름옷을 추릴 차례였다.
그래도 겨울과 봄을 지나며 옷을 많이 정리한 덕분에 겨울옷을 다시 본가로 가져가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었고 봄가을옷도 보관용 수납함에 꾸역꾸역 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미니드레스룸에 봄가을 옷을 그래도 두고 여름옷을 함께 걸었고 옷이 조금 더 빽빽이 걸려 빠듯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들어가 옷을 둘러보며 고르고 꺼내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이제 봄을 보내고 여름을 지나며 옷을 정리해야겠다. 겨울과 봄에 했듯 좋아하는 옷들을 남기고 맞지 않는 옷, 불편한 옷, 잘 어울리지 않는 옷,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옷, 비슷한 디자인의 개수를 줄여봐야겠다. 좋아하는 옷들로만 채운 여유로운 옷장을 그려본다. 다시 한번 <project333>을 빌리고 비슷한 옷들을 묶어보며 여름을 맞는다.
2. 여름맞이 식단점검
여행을 다녀온 뒤로 어떻게 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건강하게 그리고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몇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밥은 잡곡으로 짓고 반찬은 기성제품과 신선한 재료를 섞어서 반조리하는 형태로 반찬을 만들어보는 것. 예를 들어 이미 조리된 메추리알 장조림을 사서 신선한 꽈리고추와 함께 한번 더 졸여서 꽈리고추메추리알 조림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깻잎장아찌도 사서 신선한 깻잎을 추가해서 같이 숙성시켜서 염도를 낮추어보기도 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 결과, 매번 상을 차리기 쉽기도 하고 맛도 나쁘지 않았지만 많은 양을 천천히 나누어 먹다 보니 질릴 수 있다는 사실. 이제 음식이 쉽게 상하는 날씨이기도 하니 적은 양의 반찬을 여러 가지 사두고 나누어 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싶다. 야채와 단백질을 더 추가한 식단으로.
야채를 꾸준히 먹어야겠다 생각하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하게 상추를 계속 먹게 됐다. 아빠가 텃밭에서 기르는 상추가 나날이 오르는 기온과 눈부신 햇살과 함께 무섭게 자라서 동네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도 딸들에게도 넘치게 나누어주시는 까닭이다. 큰 솥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분량의 상추를 벌써 세 번째 받았다. 상추가 물러지거나 상하기 전에 먹어야 하다 보니 겸사겸사 레시피를 검색해 가며 이것저것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보게 됐다. 고기에 곁들인 상추무침, 상추를 넣은 비빔밥, 상추를 넣은 비빔국수, 상추샐러드, 지금 이렇게 적으면서도 냉장고에 가득한 상추를 이번에는 어떻게 먹어야 하나 생각한다. 아마도 이번 여름은 이렇게 계속 상추와 함께 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더해 호이안에서 먹고 홀딱 반했던 그래놀라볼을 검색해 보다가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한꺼번에 넉넉히 만들어두고 조금씩 우유나 요구르트와 함께 먹으면 그것으로도 호이안에서와 비슷하게 가벼운 끼니가 가능했다. 냉동과일과 생과일을 조금 더 추가하면 더운 여름을 좀 더 가볍고 산뜻하게 지나길 기대해 본다.
3. 여름맞이 집 점검
온도와 습도가 요동치던 봄이 지나길 기다렸다. 햇살이 뜨겁고 습도가 한층 떨어진 오늘. 큰맘 먹고 남아있던 페인트를 꺼내어 집안 페인트칠이 벗겨진 부분들을 보수했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은 날씨에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이미 페인트가 말라가는 게 보인다. 봄을 지나며 구입한 가림천. 파도가 보이는 풍경이 프린트된 천은 파티 때 옷을 갈아입을 피팅룸을 만드는데 쓰고 나서는 블라인드에 걸어두었다. 이따금 돌아보면 바닷가로 떠나와 잠시 쉬고 있는 순간을 그린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크게 보사노바를 틀고 창문을 모두 활짝 열어둔 채 바람이 지나며 잎사귀들을 흔드는 소리를 듣는다. 요즘 새롭게 들인 습관은 자고 일어나서 이불과 매트리스를 개고 방과 부엌, 욕실의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는 것. 가급적이면 매일 두 번 이상 환기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산뜻한 공기와 함께하는 기분이 꽤 근사하다.
북향이라 아직은 서늘하지만 이제 곧 폭우가 찾아오고 무더위에 가만히 견디기 힘든 날들이 시작되겠지. 선풍기와 에어컨을 청소해 둬야겠다. 겨우내 썼던 전기장판을 일광소독하고 겨울이불 속도 역시 일광소독, 이불커버도 빨아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널어두었다. 멀리 도봉산과 불암산도 선명히 보이는 맑은 날. 햇살에 바삭하게 마른 이불커버를 여름이불에 씌우면 아마도 오늘밤 잠자리에서는 바스락거리는 감촉과 함께 햇살내음을 맡을 수 있겠지. 이렇게 다시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