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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May 29. 2023

비 오는 날, 과거로의 산책

돈의문박물관마을

* 향유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여러분의 향유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돈의문박물관 마을


며칠간 비가 내리고도 여전히 습한 날.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될 것이다. 어쩌면 우기가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비가 내리거나 개이고 나서도 구름이 가득해 걷기 어려운 날. 군중을 피해 과거 속에서 산책할 수 있는 돈의문박물관으로 간다. 사라진 돈의문과 문안팎 사람들의 흔적이 남은 공간. 촘촘히 쌓인 골목과 80년대부터 일제강점기,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흔적들을 거닌다. 특히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인 돈의문역사관 "아지오"의 1층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서궐도는 100여 년 전의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2층에 올라가 만나는 치밀하게 고증된 섬세한 새문안골목길의 건축모형은 창밖에 녹음에 쌓여 흔적만 남다시피 한 경희궁의 과거와 함께 고요히 사색할 시간을 선사해 준다.  

  

* 위  치: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직진 약 5분

* 관람료:  무료

* 관람시간: 10:00-19: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1.  경희궁 너머 인왕산이 보이는 서궐도 부분,  돈의문 역사관 아지오 1층

기쁨이 넘치고(慶) 빛나는(熙) 궁궐(宮)이라는 뜻의 경희궁. 1829년 여러 전각이 화재로 소실된 후 1831년 중건 후를 그린 서궐영건도감의궤(西闕營建都監儀軌)와 달라 이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 경복궁의 서쪽에 있어 서궐도라는 이름으로 남은 경희궁의 모습과 궐밖 인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이 보인다. 궐의 구조와 각 전각의 사실적인 묘사가 그곳을 바삐 오갔을 사람들과 그들의 활동을 짐작케 하고 빽빽한 나무와 굴곡진 능선에 도시의 안과 밖의 격차를 가르는 경계, 지금은 흔적도 없는 돈의문을 그려본다.  



2. 122년 전 버튼 홈즈의 서울 가는 길, 돈의문역사관 아지오 1층

1901년 홈즈의 여정 속 돈의문을 본다. 제물포항구에서 내려 미국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린 그는 외국인들이 많이 머물던 돈의문 밖 스테이션 호텔에서 짐을 풀었다. 한옥 속 서양식 주택에서 나와 전차를 타고 새롭게 길을 낸 전차를 타고 돈의문을 지나쳤을 것이다. 서구의 문물과 일본인들의 유입 속에 이미 허물어지고 있던 경희궁과 돈의문, 한양도성의 모습은 그 자체로 무너져가던 위태롭던 조선이었다.



3. 돈의문 안팎의 동네와 집들, 돈의문역사관 아지오 2층

1915년 일제는 돈의문을 철거했다. 돈의문의 돌과 나무 자재들은 경매에 부쳐졌고 남은 자리에는 도로가 들어서고 돈의문 안팎은 근대화가 시작된 서울의 상징 빽빽한 집과 골목으로 들어찬 마을이 되었다. 그리고 100여 년이 지나 도시를 재개발하며 공원이 될 뻔한 이곳은 마을 전체가 서울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되었고 우리는 다양한 시대별 건축을 간직한 이곳 마을의 모형을 통해서 서울이 지나온 시대의 흔적을 더듬는다. 창밖으로는 짙은 녹음이 폐허를 채운 눈부신 경희궁의 풍경이 말을 건다. 시간 속에 사라진 것들 그럼에도 여전히 남은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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