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 moon song Jan 02. 2024

냉파, 기록, 정리로 식생활도 미니멀하게

의"식"주 일상실험

1. 미니멀 식생활로 방향정하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최소로, 먹는 즐거움은 최대로  

미니멀옷장 만들기로 시작된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생활은 식생활도 변화시켰다.

처음에는 옷을 정리하는 것과 식생활은 별개라고 생각했었다. 셀프인테리어와 함께 본격적으로 1인가구로 자취를 시작하며 요리에 재미를 붙였고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 터라 내가 만들고 먹는 것들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었고 그러다 보니 핸드폰에 파일로만 남겨두기보다 모아 보고 싶어 기록을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옷장을 정리하고 옷을 줄여나가면서 새삼 가진 옷 한 벌 한 벌의 가치를 돌아보고 그 옷에 내가 바라는 게 뭔지 옷과 나의 관계를 그리고 몇 시간 예쁜 옷차림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옷에 공간을 내어주고 유지하고 관리하는 등 일상 속에서 의생활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고, 음식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맛있는 한 끼를 먹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점차 어떤 식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또 관리할지 식생활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과 노력은 최소로 들이되 선택한 것들은 최대치로,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내 몸에도 좋은 식생활을 지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까, 미니멀리스트의 관점에서!


2. 미니멀 식생활의 기록: 냉장고와 주방수납장 안 식재료 최대한 활용하기 

의생활에서 옷장 속의 옷들이 옷 입기의 기본요소가 되듯이, 식생활에서는 냉장고와 주방수납장에 있는 조미료와 식재료가 기본요소가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옷 입기와 다른 점 혹은 더 까다로운 점이 있다면, 옷은 다만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 식재료는 거기에 더해 유통기한이라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 그리고 각 재료를 조합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르고 썰고 다지는 물리적인 과정뿐만 아니라 찌고 데치고 굽고 볶는 등 화학적인 과정까지도 거쳐야 한다는 것. 또 옷은 벗어 다시 옷장에 정리하거나 주기적으로 모아 세탁을 해서 관리한다면 요리는 차려내고 식사가 끝나고 나서 설거지와 정리정돈을 하는 것까지 매번 반복해야 한다는 것.  

나의 식생활은 식재료도 요리의 과정도, 설거지와 정리정돈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무턱대고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보며 식재료와 조미료를 늘리거나 대용량식재료를 사서 질리도록 같은 요리를 먹는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 나는 내가 가진 식재료를 기준으로 일종의 루틴을 갖게 되었다. 평일 아침은 라테로, 점심은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만들어둔 밀프렘 도시락으로, 저녁에는 냉장고와 주방수납장에 있는 식재료 중에 하나를 골라 그와 관련한 레시피를 찾아 요리를 하거나 피곤할 때 혹은 약속에 맞춰 외식을 하고 휴일이나 집에 있는 날에는 커피나 차에 토스트를 곁들여 아침 겸 점심을 가볍게 대신하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있는 재료를 써나가려고 노력을 했음에도 냉장고나 주방수납장 안의 식재료가 바닥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식재료를 선물 받거나 음식을 나눔을 받기도 했고 때로는 외식을 하고 남은 음식을 싸들고 온 적도 있었다. 거절을 하고 싶다가도 주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다 차마 거절의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 들고 들어오곤 했다.

 




3. 미니멀 식생활 개선하기: 부족한 영양 보완하고 넘치는 부분 줄여 건강 더하기  

9월 이후 기존의 식재료와 외식, 예상치 못하게 받은 식재료나 음식들까지 더해진 식생활의 기록을 사진으로 모아서 옷차림기록을 들여다보듯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평일 출근해서 도시락을 먹거나 외식을 한 것들을 제외하고 혼자 집에서 식사한 것들을 보았더니, 주로 아침 겸 점심으론 잼이나 버터, 야채 중 한 두 가지를 더한 토스트와 커피, 저녁으로는 잡곡밥이 주가 되고 고기나 나물반찬, 양념이 곁들여지는 식사나 라면이나 비빔면, 가락국수, 파스타같이 간단히 조리하는 면요리에 야채 한두 가지를 곁들이고 그것도 버거울 땐 치킨이나 순대볶음 같은 포장음식들이었다.   

미니멀옷장에서 옷을 분류하고 통계를 확인하듯 식사를 분류해 보고 영양지수프로그램(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식생활 습관을 확인하고 개선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으로 통계를 내보았더니 종합적으로는 보통이긴 하지만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식생활의 전체적인 방향은 나쁘지 않지만 특히 단백질과 채소, 과일 등의 섭취를 늘려 영향균형을 보충하고 빵이나 과자, 기름진 음식과 가공육류 섭취를 줄이라는 권고를 받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야채를 곁들이긴 했지만 한두 가지 절임이나 무침 약간에 결국은 토스트나 밥, 면이 주가 되는 탄수화물 위주에 단백질 역시 기름지거나 가공육류 위주였다. 과일도 역시 토스트나 케이크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에 잼이나 꿀에 아주 약간을 곁들였을 뿐이었다. 사진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불균형에 앞으로는 면류나 빵과 케이크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을 좀 더 줄이고 야채의 가짓수를 늘리고 또 과일을 추가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가진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되 부족한 것들을 더해가며 그것들을 기준으로 레시피를 찾고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기록해 나갈 것이다. 누적된 기록들을 살피고 부족한 것들은 추가하고 넘치는 것들은 덜어가다 보면 그 과정에서 더욱 즐겁고 건강한 식생활을 만들어나갈 수 있겠지. 그렇게 매일의 식생활에 정성을 들이고 또 기쁘게 누리다 보면 미니멀옷장 만들기처럼 계속해서 나선형으로 순환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매일 내 앞에 놓인 음식을 조금 더 음미하고 감사하는 하루하루를 그려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