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옷장프로젝트는 식생활만이 아니라 주거도 변화시켰다. 아니 주거야말로 외형적으로 가장 많이 바뀌었다. 아마 그 바뀐 상태가 주거도 식생활도 옷장도 계속해서 미니멀하게 줄여나가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공간이 달라지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면서 쾌적함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한 발씩 한 발씩 미니멀리스트로 발을 내디뎠던 것 같다. 계속해서 공간에서 필요 없는 것들을 줄여나갔고 공간에 여유가 생기며 공간을 유지하거나 관리하는 시간도 줄어들었으며 그 덕에 공간을 좀 더 나에게 맞게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보며 내 생활에 더욱 적합한 공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적으며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은, 지난 일 년간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생활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선택해 나가며 내 취향과 선호를 알아나가고 더욱 다듬고 가꾸며 내 하루하루를 그것들과 함께 좀 더 충만하게 채워나가는 생활이었다. 가을을 지나고 겨울을 맞으면서는 더더욱 분명하고도 구체적으로 미니멀한 주거를 꾸려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시간과 노력을 최소로 들일 수 있도록 공간을 유지하고 관리하되 공간에서의 보내는 시간이나 활동을 더욱 편리하게 또 나의 취향에 맞도록 정돈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 적는 것 같지만, 내 일상의 전반을 바꾸어놓았기에 그만큼 이야기하고픈, 미니멀리스트의 관점으로.
2. 청소와 정리 루틴을 더욱 능숙하게
가을을 지나고 겨울을 맞이하면서 청소와 정리의 루틴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매일 아침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기 전 청소기로 밤사이 쌓인 먼지와 채비를 하며 떨어뜨린 옷먼지와 머리카락 등을 가볍게 청소. 집에 돌아와 저녁을 차리고 식사 후 설거지까지 이어서 마친 후 주방을 정리해 주고 자기 전 씻고 나와 잘 준비를 마치고 한 번 더 청소기로 청소. 욕실은 샤워 후에, 주말에는 분리수거와 쓰레기통 비우기, 빨래하는 것까지가 평상시의 루틴.
계절이 변화할 때마다 침구를 교체하고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수납함과 행거의 옷들을 교체하는 간절기 루틴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는 작년 기억을 되살려 창문과 문의 단열을 위해서 유리에는 뽁뽁이, 문틀에는 문풍지라 불리는 방한용품들로 냉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채비를 하고 전기장판과 보일러 점검까지 빠르게 마친 덕분에 갑작스레 닥친 이른 한파도 무리 없이 넘겼다. 작년에 쓰던 방한용품들을 모아서 보관해 두었던 데다 바닥에도 창문과 문 앞에도 쌓여있거나 가리는 것들이 없이 유지해 왔기에 새로운 용품을 구매할 일도 치우기 위해 분주할 일도 없이 가볍게 정리하는 것만으로 대비를 마칠 수 있었다.
3. 생활의 변화에 맞게 최적의 공간으로 재정돈하기
간단히 간절기 준비를 마치고 내친김에 공간을 조금 더 정돈하기로 했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는 사이 밤은 길어지고 집에 돌아와서 머무는 시간도 집에서 하는 일들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기에 그런 내 생활의 변화에 맞춰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편안하게 만들고 싶었다. 세 계절이 바뀌는 동안 내가 이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불편함이나 바라는 것들을 생각하며 물건을 줄이고 공간을 바꾸어와서인지 이번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할 것도 없이 용도별로 공간을 하나하나씩 손봐나갔다.
우선 화장실부터. 이 집에 들어오며 인테리어를 하며 이후 관리까지 생각해서 다양하게 장만했던 청소용품들 중에서 필요 없는 것들은 처분하고 변기와 벽 사이의 공간에 압축봉을 달아 바닥과 변기, 세면대, 벽면과 유리를 청소하는데 필요한 것들만 걸어주었다. 바닥을 비우고 욕실장에 있던 청소용품이며 목용용품들도 이미 갖고 있는 것과 선물로 받은 것들을 먼저 소진하고 이후에 물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욕실 옆에 의자를 두고 빨래바구니를 올려두어 샤워 후 동선을 편안하게 정리.
다음으론 주방 수납장으로 쓰고 있던 스피드랙의 높이를 조절하고 그 아래에 넣어두던 이동식 테이블을 빼고 그 자리에 분리수거함과 청소기, 제습기를 넣어주었다. 자석으로 고정해 두었던 광목천가리개도 브래킷과 압축봉을 사서 커튼형으로 정리하고 스피드랙에 연결해 둔 멀티콘센트 덕분에 청소기선도 보이지 않게 정리하니 물건을 꺼내어 쓰는 것도 시각적으로도 깔끔해져 좀 더 쾌적해졌다. 스피드랙 아래 있던 테이블은 냉장고 옆에 붙여주었더니 조리대 뒤로 보조조리대 겸 테이블이 생겨서 11자형 주방이 되었다. 마침 처음 인테리어를 상하부장에 썼던 시트지 남은 것이 생각나 냉장고도 시트지로 깔끔히 리폼해 주었더니 주방이 한결 환해졌다.
냉장고를 이용하거나 요리를 할 때 좁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냉장고를 여닫는 데에도 싱크대 하부장을 여닫는 데에도 넉넉해서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냉장고 바로 옆에 테이블을 두니 냉장고나 싱크대에서 식재료를 꺼내거나 정리하는 것도 테이블 아래 보관하던 조미료와 요리재료를 모아둔 트롤리를 꺼내어 요리를 하는 것도 훨씬 편해졌다. 게다가 매번 테이블을 빼는 게 귀찮아 책상으로 요리를 가져가 식사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테이블에서 그대로 요리를 두고 식사에만 오롯이 집중을 하게 됐다.
거실의 긴 수납장과 조명배치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두고 서재 겸 작업공간을 정리했다. 서너 차례 책과 서류, 물건들을 줄이며 고민하다가 다시 넣어두었던 것들을 다시 살피고 솎아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고민했던 것들은 서너 계절이 지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것들을 정리할 결심이 생겼다. 그것들이 지금껏 활용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활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공간을 차지하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다는 것을 서너 계절이 지나며 시간이 알려준 셈이었다. 그렇게 다시 추려내고서 여유가 생긴 칸마다 그림도구와 필기도구, 엽서와 편지지 등 문구용품들을 다시 분류해서 각 자리를 정해주었다.
그리고 잠자리. 침구와 쿠션, 베딩용품들 중에 필요 없는 것들을 정리하고 침대 옆으로 연결된 공유기와 멀티탭들도 선정리를 해주었다. 오랫동안 고민만 하다가 있는 걸 쓰지 하고 마음을 접었던 벽조명을을 큰맘 먹고 주문했다. 가벽에 고정할 수 있고 위아래, 좌우로 조절이 가능한 데다 전선을 연결해 스위치로 켜고 끄거나 앱으로 세기와 색깔, 온오프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전구를 더해서 침대에서도 책을 읽거나 간단한 작업을 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도록 바꾸었다. 기존에 쓰고 있던 집게형 스폿조명은 불빛은 아늑하긴 하지만 책을 읽거나 켜두고 자기 전 채비를 하기에는 너무 어두웠던 터라 정리해서 나눔을 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몇 년 전 인테리어를 시작하며 이케아에서 샀던 크리스마스에디션 무드전구와 선물 받았던 빈티지 전등을 거실 긴 수납장위에 올려두었다. 여섯 시가 되기도 전에 어두워지는 겨울, 연말연초까지 이어질 한겨울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일렁이는 불빛들. 때때로 빔프로젝터에 모닥불 ASMR을 더해주고 가만히 앉아 책을 읽거나 한가히 불빛을 바라보다 보면 그대로 이 겨울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앞으로도 내 생활과 상황은 끊임없이 변해갈 테지. 아마도 난 그와 더불어 새로이 기분을 바꾸고 개운한 에너지를 얻으려고 혹은 속상한 일이나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이 공간을 쓸고 닦겠지. 시간과 변화에 맞춰 물건과 공간을 돌아보고 더 적합하고 바꾸어가며 내 일상의 삼분의 일 이상을 보내는 이 공간을 더욱 사랑을 담아 가꾸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