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주일상 실험
1. 추위가 가시지 않던 4월, 1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다.
2024년이 왔고 1월과 2월 지나며 겨울옷을 정리하는 것으로 미니멀옷장프로젝트 1년을 마무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3월에도 날씨는 심심치 않게 영하로 떨어지기를 반복하더니 4월에는 갑작스레 올랐다가 비가 오며 뚝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으슬으슬한 날씨가 이어졌다. 영하로 일관되게 추운 것보다도 흐린 하늘에 바람이 파고드는 날씨에 추위를 더 많이 느끼는 나는 결국 혹독하게 감기를 앓았고 4월 중순이 되어서야 겨울옷을 정리할 수 있었다. 2022년 12월 중순에 시작한 미니멀옷장 1년 프로젝트가 1년 4개월을 넘겨서야 끝난 셈이었다.
4월 중순 초여름 같던 주말, 겨울옷 빨래를 시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프다는 핑계로 겨울옷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마음에 걸렸던 지라 스스로에게 일 년짜리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은 잠시 미뤄두고 겨울옷들을 행거에서 서랍에서 꺼냈다. 여름옷을 정리했을 때처럼 유튜브선생님들의 친절하고도 자세한 설명과 팁을 따라서 종류별로 물세탁을 했다. 패딩류, 모직코트류, 니트류, 기모류, 겨울바지와 치마, 원피스류, 겨울스카프와 속옷들까지. 햇살에 널고 그늘에 누이고 뽀송하게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차곡차곡 개어 보관용 수납함에 넣기를 끝내기까지 3일이 걸렸다. 여름옷 정리를 할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여름옷정리를 한 번 해보아서 그런지 그렇게 어렵지도 괴롭지도 않았다. 울샴푸와 헤어트리트먼트, 린스까지 준비해 두고 헷갈릴 때는 유튜브를 아예 틀어놓고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 한 종류씩 초벌빨래를 하고 세탁기를 돌려놓고 다음 종류 애벌빨래를 시작하고 빨래가 끝나면 널어두었다가 다음날 걷어 정리까지 3일 차에는 아예 숙달이 되어 있었다. 계절수납장에 있던 봄/가을외투와 여름옷 두 박스를 꺼내고 겨울외투와 겨울니트를 정리할 때쯤이 돼서 콧노래를 부르는 나를 발견했다. 바삭한 햇살내음을 맡으며 차곡차곡 갠 겨울옷들을 박스에 넣고 수납장을 다자 드디어 진짜 미니멀옷장 1년 프로젝트를 잘 끝냈다는 실감이 났다. 뿌듯함을 넘어 나 자신이 대견할 지경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음악을 틀고 볼륨을 최대치로 키워 달콤한 그 순간을 즐겼다. 하지만 아직 정리를 끝내지 못한 봄가을/외투와 여름옷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 봄/여름옷정리를 한 결과, 총 271벌?!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다 저녁을 먹고 정리를 시작했다. 두 박스뿐이니 금방 정리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봄/가을 외투를 옷걸이에 걸고 스팀다리미로 정리한 다음 사진을 찍어 Acloset에 아이템별로 정리를 해나가다 보니 더뎌진 탓이었다. 그래도 트렌치, 재킷, 점퍼, 카디건 등 종류별로 묵묵히 정리해 나갔다.
작년 여름의 끝자락부터 그날의 옷차림을 기록해 나가기 시작한 터라 입었던 옷들 위주로 아이템을 기록해 나갔고 그것들 마저도 옷을 제대로 찍지 않고 대충 생각이 날 때마다 거울을 보고 찍어둔 걸 캡처해두다 보니 초점이 나가거나 화질이 안 좋은 것들도 꽤 있어서 이참에 제대로 목록화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앱에 목록화하고 나서는 분류별로 필터링에 통계자료까지 데이터분석을 하면서 옷 입는 습관을 점검할 수도 있고 옷을 관리하는 것도 한결 편해진다는 것을 경험한 터라 이미 정리된 가을겨울 아이템들에 봄가을외투와 여름아이템들까지도 추가해서 내가 가진 모든 옷들을 디지털데이터로 만들어두고 활용할 생각이었다.
상의와 하의, 원피스까지 종류별로 행거와 서랍장에 정리를 완료하고 사진업로드와 특징분류 등 여름옷 목록화까지 마무리 짓는 데에는 이틀이 더 걸렸다. 그리고 내 모든 옷을 입력한 디지털옷장의 데이터분석을 열어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가진 옷은 총 271벌이었다. 작년에 264벌로 줄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속해서 정리해 나가며 240벌대로 줄여왔는데, 어떻게 다시 서른 벌 가까이 늘어날 수가 있는 거지? 심지어 4월에는 작년에 참여했던 <다시 입다 연구소>의 "21% 파티"에 가서 다섯 벌의 옷을 나눔 하고 온 뒤였다!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해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271벌이 맞았다. 그렇다면 작년 내 계산이 틀렸던 걸까? 기억을 더듬어가며 목록을 열어 계절별로 다시 확인해 보다 깨달았다. 여름옷을 줄이려다가 포기하고 그대로 정리했는데 카디건이며 세트인 것들이 누락된 부분이 있었고 겨울을 지나며 선물로 들어온 것들이나 언니들에게도 받은 것이 있었었다. 며칠 전에도 언니가 온라인쇼핑으로 주문한 옷이 품이 작고 길이가 맞지 않는다고 자기에겐 짧지만 나에게는 맞을 것 같다고 가져다 가져다준 옷 몇 벌이 있었다. 새로 옷이 들어오면 다시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그렇게 야금야금 다시 불어나 결국 다시 264벌을 넘겨 271벌이 된 것이다.
3. 2024년 미니멀옷장 2년 차, lowbuyyear 2년 차를 결심하다.
나는 Aclsoet앱과 봄/가을/여름옷이 걸린 나의 옷장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계속해서 미니멀 옷장 만들기, 그리고 lowbuyyear를 이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작년에 일 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새로운 계절을 맞을 때마다 옷을 줄이고 옷장을 꾸려나가며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계절이 바뀔 때가 되어서야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되어 다음번에는 어떤 부분을 보충하고 시도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기도 했다. 옷을 사지 않고도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고 옷장 속의 옷들을 충분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전히 옷이 많다고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행거가 무너져버렸던 일 년 반 전과 비교한다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미니멀옷장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매 계절마다 옷을 정리해 수납장에 나머지 계절의 옷을 밀어 넣고도 행거가 빽빽해서 옷을 꺼내 입기도 힘들었다. 어떻게 옷을 보관하고 매번 정리를 했는지 나도 놀라울 지경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매번 다 입지 못한 옷들을 제대로 빨래하고 정리하지 못한 채로 자리만 바꾸었던 것 같다. 당연히 옷의 총량도 가늠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눈에 띄는 옷들을 손이 가는 대로 입었던 것 같다. 반면 이제는 내가 가진 옷이 몇 벌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봄/여름/가을 세 계절의 옷들을 모두 옷장에 걸어둘 수 있었다. 예전에 옷장에 여유 없이 120%로 옷을 걸어두었다면 이제는 옷장의 90% 정도가 채워져 있어 옷을 한눈에 고르는 데에도 꺼내 입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니 올해에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면 내 옷장이 그리고 내 의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되었다. 가지고 있는 옷들에 더욱 애정이 생겼다고 할까. 내가 가진 옷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정리하면서 남은 옷들을 더욱 아끼게 되고 관리하는 법도 매치하는 법도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옷들로 채워진 콤팩트한 옷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유지하고 나의 스타일을 가꾸어나가는 걸 더욱 즐길 수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옷을 수선하고 빨래하는 법까지도 배우고 익히면서 옷을 사지도 않기에 옷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욱 줄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지난 1년간 프로젝트 속에서 느낀 기쁨이 자연스럽게 올해에도 미니멀옷장프로젝트와 lowbuyyear 2년 차를 지속하기로 이끈 것이다.
4. 2년 차 미니멀옷장 프로젝트: 2년 차 규칙 정하기
우선은 low buy year, 올해도 옷을 사지 않기로 했다. 이미 옷은 충분히 갖고 있기에 속옷이나 잠옷, 운동복도 떨어져서 대체할 것이 필요할 경우에만 그러니까 내보낼 것이 있을 때 보충할 것만 사기로 했다.
두 번째로, 내가 가진 옷의 총개수는 264벌로 상한선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제 디지털옷장에도 기록을 완료했기에 혹시라도 새로운 선물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들이려면 낡거나 좋아하지 않는 옷을 내보내 상한선을 반드시 유지하기로 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333 프로젝트의 룰에 힌트를 얻어서 각 계절 3개월 그러니까 약 90일 동안 33벌의 옷을 돌려 입는 것의 딱 2배 66벌을 상한선으로 잡았었다. 단순계산이긴 하지만 옷을 단번에 줄이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갖고 있는 옷을 최대한 활용해 보며 줄여나가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지난 1년간 누적한 기록을 살펴보니 그래도 그 룰 덕분에 백여 벌이 넘는 많은 옷을 정리한 셈이었다. 중간부터 기록을 놓치며 옷이 늘어났지만 다시금 264벌을 상한선의 기준으로 삼아 각 계절별로 옷을 활용한 후 줄여나가기로 했다.
세 번째로, 가진 옷을 다 파악했으니 최대한 옷을 활용해 보고 네 번째로 활용을 하기 어려운 것들을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데이터통계를 기준 삼아 좋아하는 옷과 선호하는 스타일을 점검하고 손이 가지 않는 옷들도 시도해보고 싶은 스타일로 개중에 어울리는 스타일 등으로 실험해 보면서 내가 가진 옷들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지 않는 것,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될 테니 그것들을 판매, 나눔, 기부 등으로 통해서 줄여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위의 네 가지 규칙으로 삼아 매 계절별로 옷장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어떤 옷들을 정리했는지 기록으로 남겨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까지 콤팩트한 옷장이 되는지 어떤 스타일을 즐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겠지. 앞으로 내 옷과의 날들이 사뭇 궁금해진다.
*2년 차 미니멀옷장 만들기 프로젝트 규칙
1. 일 년 동안 옷 사지 않기
(속옷, 잠옷, 기능성운동복 제외)
2. 새로운 옷이 들어온 만큼 있는 것 정리해 상한선 유지
(총 264벌=계절당 66벌 X4계절 상한선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들이면 그만큼 나눔이나 기부로 줄이기)
3. 가지고 있는 옷 즐기는 재미 찾기
(내가 가지고 있는 옷 파악하기, 데일리룩 사진 찍어 나의 선호 알아보기,
이미지검색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스크랩해 두고 갖고 있는 옷들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
4. 현재 활용하지 못하는 옷 줄이기
(매 계절이 지날 동안 옷을 최대한 활용 후 그 계절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옷들 정리하기: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 디자인이 몸에 맞지 않아 불편한 옷, 컬러나 재질이 잘 어울리않는 옷,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손이 가지 않는 옷, 세탁이나 보관과 같이 관리유지가
어려운 옷들 정리하기, 비슷한 디자인과 용도라면 가장 내구성이 좋고 활용도가 좋은 것,
잘 어울리는 것으로, 점차 개수 줄이기. 일차 목표는 옷장의 80%만, 약 234벌 남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