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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May 08. 2024

2년 차 미니멀옷장 봄맞이

"의"식주일상실험

1. 2년 차 미니멀옷장프로젝트, 시작합니다

또다시 날씨가 널을 뛴다. 어제는 8도~15도였다가 오늘은 11도~21도. 어제는 초봄으로 돌아간 듯 흩뿌리는 비와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종종거리게 하더니 오늘은 눈부신 햇살에 외투를 벗고 걷는 이들이 눈에 띈다. 이럴 때 더더욱 옷장에 봄여름가을옷을 모두 걸어둘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예전 같았다면 수납장 속에 들어간 늦겨울 혹은 초봄 옷을 꺼내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겠지.

예민해진 것인지 주의가 깊어진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먹어가기 때문인지, 날씨변화나 온도변화에 몸이 민감해진 것을 느낀다. 더불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날씨의 경험도 달라진다는 것도 확연히 느낀다. 얇은 한 겹일 뿐인데도 캐미솔을 한 장 더 챙겨 입으면 냉기를 막아주고 체온을 지켜주고 캐미솔의 재질이 보온 소재이거나 냉감소재이냐에 따라서 겨울에는 계속 따뜻하도록 여름에는 계속 서늘함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는 것도 옷을 신경 써서 입으면 입을수록 깨닫게 되었다.

이런 긍정적인 경험들 덕분에 미니멀옷장 프로젝트, low buy year를 일 년으로 끝내는 게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의생활을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편안하게 그리고 좀 더 즐겁게 꾸려나가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2년 차로 이어가기로 결심하고 지난 일 년간을 돌아보며 바빠서 정신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길을 잃은 듯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규칙을 한 번 더 정리했다. 그리고 이제 2년 차 프로젝트를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차례였다.


2. 봄을 맞이하며 2년 차 미니멀옷장 점검 및 활용준비

(1) 살 것이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기 

우선은 혹시라도 살 것이 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속옷, 잠옷, 운동복 등 기능성 옷들, 양말과 스타킹까지 살펴보고 낡거나 떨어진 것들을 추려서 버리고도 다행히 추가로 살 옷은 없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나에게는 옷이 충분하고 새로운 것들을 보더라도 살 필요가 없다는 걸 상기하고, 옷장의 옷들에게 잘 부탁한다고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보자고 마음속으로 인사를 했다.


(2) 상한선 264 벌로 정리하기

271벌을 264벌로 상한선으로 정리하고 2년 차 미니멀옷장을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3월부터 봄으로 구분하지만 나에게는 오락가락하는 추위와 감기로 겨울옷들로 버티고 4월 말 옷정리를 끝내고 5월부터야 봄옷을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옷장의 모든 옷들을 디지털목록화한 덕분에 옷장앱을 열고 종류별로 보면서 정리할 것들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옷들은 사이즈도 잘 맞고 떨어지거나 구멍이 난 곳도 없는 멀쩡한 옷들이라 고르기가 쉽지 않았기에 다시금 정해둔 규칙을 상기하며 입었을 때 불편하거나 활용도가 떨어지는 옷들 그중에서도 손이 가지 않아서 작년에 거의 입지 않았던 옷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옷들과 비교했을 때 입지 않을 옷들을 골라냈다. 고민 끝에 골라내긴 했지만 그래도 여러 차례 해본 덕분인지 일 년 전보다는 수월했다.

원피스 1벌, 점프슈트 1벌, 청바지 2벌, 블랙셔츠 1벌, 민소매 티 2벌로 총 7벌. 다 골라놓고 보니 너무 짧거나 얇은, 혹은 너무 달라붙거나 딱 붙는 옷들. 그러니까 입었을 때 혹은 보았을 때는 괜찮지만 활동할 때 다른 옷들에 비해 불편하거나 신경이 쓰이는 옷들이었다. 이렇게 내 취향을 한 번 더 알아간다. 잘 정리해서 쇼핑백에 모아두고 다른 물건들과 함께 나눔이나 기부를 하기로 했다.

 

(3) data 바탕으로 옷 활용도 높이기

Acloset에 목록화한 디지털옷장의 기능을 최대한 이용해 보기로 했다. 스타일 통계기능의 옷통계로 옷의 총량체크, 각 종류별 수량, 선호브랜드, 옷의 컬러의 비율을 확인했다. 나는 사용자평균보다 135% 옷을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상의가 106벌, 원피스 51벌, 아우터 44벌, 바지 39벌, 스커트 24벌로 상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라, 톱텐, 유니클로, 망고, 로프트 등 SPA 브랜드에서 여러 벌을 구매한 경우가 많았고 특히 자라에 쏠림이 심하고 다양한 색깔의 옷을 갖고 있고 색의 비율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단 하나 검정이 20퍼센트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앞으로도 옷을 줄인다면 상의와 원피스에서, 블랙의 중복된 옷들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참고가 되었다.

활용통계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그날의 옷차림을 기록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30일간 즐겨 입은 옷, 각 옷의 착용 횟수, 계절별 옷장 활용 퍼센트, 아직 입지 않은 옷들, 착용당 비용, 누적활용통계를 확인했다. 3, 4월 추위와 감기로 손에 닿는 옷만 입는 와중에도 즐겨 입은 옷들은 대부분 검은색이었고 겨울옷은 그래도 가지고 있는 옷들을 90% 활용했지만 사계절을 누적해 봤을 때에는 75% 정도로 옷장을 활용하고 있었다. 누적 횟수가 가장 높은 건 아무래도 패딩과 점퍼, 니트모자와 카디건, 추위를 막는 용도로 입는 옷들이었다.

그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봄옷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보기로 했다. 우선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 5월과 6월에 최대한 봄옷들을 입기로 했다. 특히 아직 입지 못하고 옷장 속에 걸어둔 봄아우터들- 트렌치코트, 블레이저, 재킷 등-과 봄이 지나고 나면 더워서 손을 대기 어려웠던 상의, 하의, 원피스류들도 디지털옷장을 보며 한 번 더 체크해 보았다.


(4) 스타일링 팁을 참고해서 내 스타일링 즐기기

그리고 봄에 입을 수 있는 그 옷들을 좀 더 즐겁게 입을 수 있도록 스타일팁을 업데이트해 두기로 했다. 아침에 옷장 앞에 서면 어떤 옷을 입을지를 생각하는 데에는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가 있는 터라 매번 익숙한 옷을 반복되는 조합으로 입게 되기 일쑤였다. 미리 준비를 해두면 고민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급히 나가게 될 필요도 없었다. 예전에는 일주일 동안 입을 옷을 정해둔다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대단하다고 감탄을 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은 심정이었는데, 이제 정리되고 준비된 옷장을 갖고 나니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치를 모두 정해두고 골라두는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어떻게 입는 것이 좋을지 몰라 걸어만 두었던 옷들을 과감히 꺼내어 입어보고 어떻게 입으면 나에게 더 잘 어울리고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지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핀터레스트에 각 계절별 보드를 만들어 내가 갖고 있는 옷들과 같은 종류의 옷들을 활용한 스타일링 이미지들을 찾아두었다. 봄에는 내가 가진 롱트렌치코트, 재킷 등과 같은 봄 아우터와 셔츠와  블라우스, 원피스와 같은 이너들과 비슷한 옷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이들의 모습을 참고해서 나도 내 스타일로 즐겨보기로 했다. 앞으로 손이 잘 가지 않는 옷들도 스타일링을 참고해서 입어보길 시도해 보고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면 혹은 손을 대지 못한다면, 정리하면서 옷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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