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인테리어4: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마감하기

엄마 아빠가 남긴 구옥을 리모델링하다

by 문성 Moon song Kim

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지나고 2026년이 시작되었다. 엄마 아빠가 정리하지도 못한 채 훌훌 떠난 집. 집안에 가득했던 유품을 정리하고 재개발이 되기 전까지 이 집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이 집과 엄마아빠의 시간에 맞게 고치고 또 살아가다 보니 인테리어를 시작한 지 얼추 일 년. 1월 늘 그러하든 작년을 돌아보며 사진첩을 열어 돌아보며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는 지나온 순간들을 짚어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인테리어를 하던 순간들을 다시 기록으로 이어나간다. 엄마아빠와 함께해 온 시간들에 나의 시간을 더한 이 기록이 추억이 되기를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영감이 되기를 바라며.


1. 퍼티로 벽면 마감의 완성도 높이기

가벽을 세웠으니 마감을 할 차례. 마침 인테리어 업체가 남겨두고 간 4kg짜리 퍼티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차피 그냥 두면 말라버릴 테니 그걸로 벽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야무지게 쓰기로 마음먹었다. 가벽 합판의 부드러운 질감과 따뜻한 색감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사계절을 지나다 보면 습기나 먼지, 때가 묻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장마감을 해주어야 한다. 물론 곧바로 벽면용 페인트로 마감을 해도 되긴 하지만, 퍼티로 표면을 정리하고 그 위에 페인트를 마감이 더욱 안정적이 되기에 퍼티로 1차 도장을 하고 2차로 페인트로 마감을 하기로 했다. 벽지도 무광의 화이트라 가벽을 무광의 페인트로 마무리하면 공간은 더욱 화사하고 넓어 보일 터였다.

부엌의 퍼티벽면을 2차로 마감하며 대가족을 건사하던 엄마의 부엌살림이 생각났다. 상부장과 하부장이 있던 자리 그리고 그 사이에 붙어있던 타일을 떼어낸 자리는 1차 퍼티가 거칠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깨부순 타일 자국을 메우느라 각 공정의 작업자들의 작업을 피해서 현장감독과 둘이서 밤늦게 퍼티를 바르다 보니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서 더욱 건조해진 날씨에 천장과 맞닿은 모서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천장까지 꽉 찼던 상부장과 그 안을 가득 채웠던 그릇들은 사라지고 여백이 되었지만 그 자리에서 우리를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던 엄마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엄마, 우리를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았지, 이제는 위에서 나를 편히 내려다보기를.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며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건네어본다.

이어서 현관의 시선과 추위 그리고 열기를 한번 차단하기 위한 가벽 그리고 옷의 먼지와 생활공간을 분리하기 위한 가벽도 이음매 부분과 타카자국 그리고 거칠게 드러난 단면들을 퍼티로 메웠다. 내친김에 조금 남아 있던 방수용 1차 도료로 곰팡이를 제거하고도 얼룩이 남은 베란다에, 남아있던 유성페인트 도료로 지난 시간 동안 조금씩 낡고 닳아 지저분해진 몰딩에 발랐다. 사실 내친김에라고 했지만, 퍼티를 다 쓰고 남은 도료들을 다 쓰며 작업을 끝내는 데에는 며칠이 걸렸고 그마저도 일 사이사이에 진행하느라 실제로는 몇 주가 지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느릿느릿 이어나가는 작업에도 답답하지도 다급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퍼티가 마르고, 페인트가 마르고 달라지는 집안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어쩌면 엄마 아빠가 지내던 흔적들이 조금씩 바뀌는 풍경 속에서 조금씩 옅어지는 그 속도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였는지도 모른다. 너무 빨리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인사를 나누고 정리해 나가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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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테인으로 목창 고유의 아름다움 드러내기

퍼티를 끝냈을 때는, 이미 4월을 넘어 5월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침저녁의 쌀쌀함도 잠시 여름처럼 무섭게 오르는 기온과 함께 목창 마감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 집은 이미 여러 차례 적었듯,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집이라 80년 주택에서 유행하던 특징들과 90년대에 시작된 변화들이 반영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원목으로 마감한 창틀과 창의 프레임, 문틀과 문이었다. 나무 특유의 따뜻한 색과 질감이 드러나고 고급주택들이 그랬듯 비교적 크고 넓은 창을 여러 군데 내고 문도 역시 높이도 폭도 일반적인 크기보다 크게 만들었서 그 자체가 두드러지는 내부의 디자인이자 인테리어인 셈이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생활 속에 쌓인 무수한 물건들을 그 앞에 두어 창을 자주 열고 닫는 것도 문을 끝까지 여는 것도 어렵게 하고 사셨다. 같이 정리를 해드리기도 하고 잔소리를 해보기도 했지만 그때뿐, 다시 되돌아가는 걸 보고 굴곡진 우리나라의 현대사 속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엄마아빠는 물건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몸에 새겨진 걸까 생각하곤 했다. 결국 아빠까지 돌아가시고 유품들을 정리하고 가구들을 들어내고 나서야 처음 이 집을 짓고 막 이사 왔을 때처럼 창문을 온전히 열 수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열지 않아 썩고 곰팡이가 번지고 니스칠이 일어나 바스러지고 있었던 창문과 창문틀을 보며 엄마 아빠가 가정을 꾸리고 우리를 키우며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모습과 겹쳐져 마음이 아렸다.

샌딩 기를 빌려 현장감독과 함께 얼룩지고 곰팡이가 핀, 바스러진 니스칠을 벗겨내며 무언가를 지켜나간다는 건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샌딩으로 드러난 뽀얀 목창과 창틀이 장마와 함께 습기가 차오르기 전에 스테인을 바를 차례였다. 벗겨진 니스를 떠올리며 친환경소재의 오일스테인, 문의 컬러와 비슷하게 컬러를 입힐 수 있는 컬러를 골라 주문했다. 새시만 남겨두고 나머지 창문은 모두 옥탑에 올려둔 채 창틀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동쪽과 남쪽으로 창이난 거실에 새시창만 남아 밖에서 집안이 들여다보일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차피 거실에는 공구와 자재뿐이었다. 바르고 말렸다가 다시 바르기를 서너 차례, 창틀을 끝내고 창문틀도 여러 차례에 나누어 바르다 보니 역시 며칠이 걸렸다. 당연히 일과 업무 사이사이에 진행하다 보니 몇 주가 지나 마지막 날은 큰 맘먹고 밤늦게까지 유리를 닦아가며 다시 하나씩 창틀에 창을 끼웠다.

우리 집에서 몇 년을 더 살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살고 있는 동안은 자주 열고 닫으며 환기를 시키고 풍경을 바라보고 햇살에 감사하며 창문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해야지. 창틀에 쌓인 먼지를 닦고 표면에 윤기가 부족해진다면 스테인을 덧발라 목재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어야지. 마음먹으며 마지막 창문까지 끼워 넣었던 순간이 생각난다. 그리고 일 년이 되어가는 지금,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를 바라보며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다시 한번 되뇌지만, 앞으로 몇 년을 더 이곳에서 보낼지 몰라도 엄마아빠와의 순간들을 추억하고 지금 누리는 이곳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소중히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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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광화이트 페인트, 남은 스테인으로 마감의 완성도 높이기

스테인 작업이 마무리되고 창문도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페인트를 주문했다. 실내용 친환경 무광화이트로 달걀껍데기색이라 불리는 것으로 주문했는데, 미세하게 노란빛이 돌아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조명을 비췄을 때에도 더욱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미 첫 자취집 인테리어를 하며 무광의 화이트벽면에 주백색의 노란빛이 감도는 불빛이 주는 따뜻하고도 아늑한 느낌을 좋아했기에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도착한 페인트로 면적이 작은 현관 앞 가벽부터 옷장역할을 하는 방의 가벽, 부엌의 퍼티벽면과 계단실 역할을 하는 가벽까지 순서대로 발라나갔다. 목재라 그런지 페인트를 빠른 속도로 흡수해 작업은 하루 만에 끝났다.

며칠이 지나고 완전히 마른 가벽과 부엌의 벽면을 오가며 생활하다 보니 새삼 집안이 더욱 환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목재 합판의 밝고 따뜻한 나무색이 사라져 조금 서운했는데, 화이트페인트는 무광 화이트 벽지를 바른 벽면과 이어져 공간이 더욱 환하고 넓어 보이게 했다. 다음으론 남아있던 스테인으로 계단 아래 원목으로 만든 붙박이장의 문을 칠했다. 건조로 뒤틀리거나 습기로 곰팡이가 피고 벌레가 생기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아주길 바라며. 스테인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쓰고 남은 통과 도구들, 깔아 두었던 종이 등을 정리하고 나니 더욱 집이 새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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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뭐라 했을까. 마음에 들어 했을까 아니면 너무 휑해 보인다고 못마땅해했을까. 이따금 혼자 묻곤 한다. 절대로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속에 당신들을 떠올리고 헤아려본다. 그리고 그 답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당신들이 이곳에서 나와 함께한 시간이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당신들을 추억하며 보내는 시간이 기쁨으로 여겨지기를.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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