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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에서:  겨울베트남 날씨 역주행

by 문성 moon song Aug 31. 2016

지난주 목요일 비가 내리자 10도가 내려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폭염이 하루만에 물러갔다. 서늘한 날씨가 얼떨떨한 이 기분은 무언지. 폭염은 끝났지만 살면서 지금껏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더위는 며칠이 지나도 아직 잊혀지질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날씨가 반가우면서도 문득 그 간극이 한없이 낯설다. 베트남을 떠올린다. 가늘고 긴 반도를 종단하다보니 하루만에 날씨가 바뀌고 계절이 달라졌었다.

하노이, 베트남 2015겨울하노이, 베트남 2015겨울


하노이, 베트남, 2015겨울하노이, 베트남, 2015겨울


한 겨울 서울을 떠나 도착한 하노이는 늦가을 아무리 봐준다해도 초겨울 날씨에 가까웠다. 후리스집업과 레깅스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한기. 두꺼운 패딩점퍼를 맡기고 오길 잘했다고 여기고 있는데 왠걸 현지인들은 모두 패딩을 입고 지나가 어안이 벙벙했다. 시내를 쏘다니다 들른 카페에서 종업원들이 감기조심하라며 추위를 걱정해주기에 그제야 알았다. 내게는 늦가을의 서늘함이지만 그들에게는 한겨울의 강추위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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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에, 베트남, 2015겨울


기차를 타고 내려오며 날씨 역주행은 계속됐다. 하노이의 늦가을 날씨는 후에에 도착하자 초가을 날씨에 가까웠다. 얇은 바람막이 점퍼와 면바지를 입고도 한 낮의 햇살에는 살짝 더위가 느껴지는 온화한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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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짱, 베트남, 2015겨울


기차는 달릴수록 계절을 거꾸로 돌려놓았다. 후에의 초가을은 나짱에 도착하자 이제 막 더위가 꺾이기 시작한 여름이 되어 있었다. 해변의 야자수는 바람에 흔들리고 이따금 예상치 못한 순간 소나기가 쏟아져 열기를 식히곤 했다. 퍼붓는 비에도 휴양객들은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바다에서 식당에서 바에서 저마다 그 비를 즐기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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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베트남, 2016호치민, 베트남, 2016


마지막으로 다다른 호치민 혹은 사이공.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이 느껴지는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내리꽂히던 햇살을 기억한다. 그늘이 없는 곳에서는 잠시도 견디기 어려웠다. 한낮에는 외국인관광객을 제외하고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현지인을 볼 수가 없었다. 숨이 막히는 무더위는 며칠전까지 겪었던 폭염과 꼭 같았더랬다.


혹 나와 같은 베트남 종단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 있다면 잊지 말길. 도시마다 다른 날씨가 4계절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몸을 챙길 수 있는 간절기 옷과 마음을 챙길 수 있는 급격한 날씨변화를 받아들이는 여유를 준비하길.



열어놓은 창문으로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한낮의 숨막히던 호치민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폭염이 바람과 함께 희미해지는 걸 느낀다. 가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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