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패딩에 출발하던 날을 떠올린다. 티케팅을 시작하자마자 줄을 선 이들은 휴가를 즐기려는 한국인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베트남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두꺼운 외투로 꽁꽁 싸매고 있는 앞줄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거꾸로 입고 있던 패딩을 외투보관서비스에 맡겨버렸다. 목덜미를 훑는 찬바람의 여운에 부르르 떨면서도 어깨를 누르던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가벼움이 주는 쾌감을 만끽했다.
계절에 반하는 그 순간이 주는 묘한 자유로움. 항상 따라야만 했던 질서를 거스른다는 혹은 벗어난다는 것에서 얻는 일탈의 맛 때문에 우리는 굳이 정반대의 계절로 떠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실은 사계절이 교차하는 공항에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물론 인천공항은 겨울,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자 토요일이었다. 여전히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화려한 면세점은 휴일의 느긋하면서도 들뜬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게이트를 통과해 보딩패스 조각을 쥐고 비행기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는 순간까지도 여행에 대한 기대를 부풀어오르게 했다. 비행기의 작은 창문 너머 작아지는 풍경을 뒤로하고 두둥실 떠올랐다.
비행기 안의 온기와 활주로의 한기가 만나 얼어붙은 창문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흐린 겨울하늘도, 좋았다. 지금 다시 봐도 그날의 기대에 찬 순간 알싸한 공기가 떠오른다.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막 떠나는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여행에서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작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