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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폭염 견디기: 겨울 베트남여행 되짚기

by 문성 moon song

오늘도 35도를 넘어선 서울. 말복을 넘기고도 더위는 꺾일 줄 모른다. 여행을 다녀와도, 물놀이를 해봐도, 시원한 백화점과 마트로 피신해봐도, 카페를 전전해봐도, 결국은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 속에 잠들고 일어나야 하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열대야의 나날들.


이렇게 더운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1994년의 폭염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2016년 올해의 여름 나는 더위로 극심한 두통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구토와 설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며칠을 앓고 나서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더위에 지난 겨울에 만난 베트남을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2015년 12월 26일부터 2016년 1월 2일까지 한겨울의 여행을 더듬어보며 이 더위를 조금이라도 잊어보려고.


사실 여행의 순간들을 더듬는 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의 하나다. 특히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거나 깊은 감동을 받은 순간은 몇 번을 곱씹어봐도 질리지 않는다. 여행을 시작부터 끝까지 찬찬히 더듬다보면 지금 반복되는 일상보다 더 강렬하고 생생하게 그 순간들을 맛볼 때가 있다. 그곳만의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광, 그곳에 뿌리박고 살아온 그곳 사람들 특유의 태도와 표정들, 독특한 향과 맛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그곳의 음식들. 그때는 단순히 지나친 그 순간을 여러 층위에서 다각도로 관조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깨닫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이미 오래 전부터 여행의 순간들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남기거나 휘갈긴 낙서라도 적어두곤 했다. 그렇게 혼자 기록하고 종종 꺼내보며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겼는데 어느날 우연히 웹서핑으로 로 누군가의 블로그에 방문해서 그의 여행기를 읽으며 알았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의 기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는 걸. 공감을 하기도 하고 그를 응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자극을 얻고 새로운 여행을 꿈꿀 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그랬듯 다른 누군가도 이 여행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그러면 좋겠다.


구글지도로 본 유라시아 대륙, 인도차이나 반도의 일부, 베트남


2015년 12월 26일 - 2016년 1월 2일. 8일간의 여행.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고 이어지는 북-남루트로 여행을 하고 호치민에서 인천으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직후부터 연말 연시까지 떠들썩하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겪은 하노이(땀꼭)-후에-나짱-호치민의 순간들.

베트남전도로 본 여행루트(한풀미의 베트남지도참고:http://xn--hg3bp26b3sa.org/bbs/board.php?bo_table=learning&wr_i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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