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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생의 오늘 Dec 24. 2021

삼십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쩌다 보니 공강 시간이 겹쳐,

오늘은 교무실에 ‘나’와 ‘원로 선생님’,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우리는 학년 교무실이 본 교무실과

따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 공간치 고는 아늑한 맛이 있다.


우린 같은 학년에 같은 데스크를 마주하고 있지만, 평소엔 각자의 업무에 정신이 없어 개인적인 대화를 거의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은 왠지 모르게 여유를 부리고 싶었다.


그래서 업무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동안 주고받다가,

나는 선생님께 문득 “선생님은 삼십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사시겠어요?”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슬쩍 꺼낸다.


교직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해 진로 고민이 많았던 나는,

이런 질문을 한 번쯤 원로 선생님께 하고 싶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깐 당황하신 듯하였으나, 그러면서도 “절대 교직은 안 해요.”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왜......”,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삼십 년 동안 내 인생이 없었어요.”


머리는 다소 희끗해지셨지만 지금도 아이들을 아끼는 열정만큼은 남다르신 분이셨기에, 그 단호한 대답에 나는 살짝 머쓱해진다.


그리고는,

“현실에 안주하며, 하고 싶은 일을 용기 내어 선택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씀을 더하셨다.


짧은 몇 마디에 많은 사연이 묻어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말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마침, 종소리가 울린다.

수업을 마친 선생님들이 교무실로 하나 둘 들어오시면서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고, 나는 어려운 얘기를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렇다.

용기와 도전 앞에 침묵하기엔

우린 아직 너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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