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내뱉기를 몇 번,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수업이 비는 시간에 ‘질문 상자’를 만들었다.
질문 상자에는 질문지가 들어있는데, 거기에는 두 가지가 적혀있다.
하나는, ‘질문 대상’,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질문 내용’.
그리고는 우리 반 수업시간에 질문 상자를 들고 가, 인당 두 장의 질문지를 나눠주며 평소 우리반 친구들에게 궁금했던 점이나, 서운했던 점이 있으면 종이에 질문을 적어보자고 했다. 물론 담임인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단, 상대방을 존중하는 선에서 적어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질문을 받은 사람은, 교탁의 ‘진실의 의자’에 앉아 그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해야 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면, 나머지 친구들은 ‘아, 그랬구나. 이해해’라고 말해주어야 한다는 규칙을 정했다.
아이들은 기말고사도 끝났겠다, 은근 질문 상자를 반기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익명성 하에 평소 하지 못한 말을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신나게 적기 시작했다.
그리곤 나는 아이들이 작성한 질문지를 하나 둘 거두어 다시 상자에 섞었다. 그다음, 그중 하나를 뽑아 진실의 의자에 앉을 사람을 교탁으로 불러냈다.
진실의 의자에 누군가가 불려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그 의자에 앉아 답변하는 친구들의 ‘당혹감’과, 답변을 듣는 친구들의 ‘후련함’ 사이에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들이 오가는 사이, 서로간의 오해와 서운함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나에게 들어온 질문이다.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진실의 의자에 앉아,
질문지를 소리 내서 읽었다.
그런데 답변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질문은 총 세 개 들어왔는데, 그 질문들의 요지는, 결국 나에 대한 ‘서운함’이었다.
평소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았던 부분, 그래서 오해했던 부분, 그리고 성급하게 결론 내렸던 부분이 나와 아이들 사이를 금 가게 했고, 봉합되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이 질문지에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답변을 잠시 고민하다,
용기를 내,
오해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그리곤, “너희가 나로부터 상처 입은 부분이 있다면, 선생님의 부족함 때문이 맞을 거야. 미안해”라고 말하며, “한편으로는 리더의 고충도 좀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선생님도 더 노력하겠다 “고 덧붙이며 수업을 마쳤다.
어느덧
하교 시간이 되어 종례를 들어가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에 떠들썩하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