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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text Sep 05. 2024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어원 탐험대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김주원'을 상징하는 대사다. 지금 이것이 당신의 최선인가. 확실한가. 이 질문을 받은 부하 직원들(주인공이 사장이라 그렇지 사실은 높으신 임원분들)은 누구 하나 자신 있게 '이것이 최선이다.'라고 답하지 못한다.


이 짧은 문장에는 듣는 이의 말문을 턱 막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소위 '챌린지'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다 보니 나는 10년이 넘는 회사 생활을 해왔지만 아직 누군가에게 이 말을 직접 해 본 적이 없다. 만약 언젠가 하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정말 큰 결심을 한 후에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았다고 해서 들어본 적도 없다는 말은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이 말을 처음 들으면, 질문자가 마치 나를 몰아붙이고 뭔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 같이 들린다.


…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 의도로 말한 것이 맞기도 하다.


한 번은 나름 열심히 한 일에 대해서 “이게 최선이야? “라는 피드백을 받아서 화가 많이 났던 적이 있다. 내가 들인 노력과 했던 고민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결과만을 보는 것 같은 상사의 말이 속상해서 '최선이 뭔데? 어떻게 더 했어야 최선인데?'라고 혼자 한참 동안이나 그 말을 곱씹다가 갑자기 생각이 이상한 곳으로 튀었다. 정말 '최선'이라는 게 뭔지 궁금해진 것이다.




최선
1. 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 (예 : 최선의 방법)
2. 온 정성과 힘 (예 : 최선을 기울이다.)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op_hty&fbm=0&ie=utf8&query=%EC%B5%9C%EC%84%A0)


'최선'이라는 말을 참 많이 사용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면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선은 말 그대로 '가장 좋은 것 (1번의 의미)'를 뜻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노력을 다한 상태(2번의 의미)'를 뜻하기도 한다. <<시크릿 가든>> 속 김주원은, 당시 나의 상사는 1번 의미로서의 '최선'을 말했겠지만 내 마음이 간 것은 2번의 의미였다.


지금 이 결과물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것이 맞나? 정말로 온 정성과 힘을 다했나? 만약 이것을 물은 것이었다면 나는 선뜻 "예."라고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름'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온 정성과 힘까지는 다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 날 이후로 "이게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나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나? 혹시 더 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요즘 세상에는 결과지상주의가 만연한 것 같다. 방법이 어땠든 결과가 좋으면 인정받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로 간주된다. 결과와 성과가 모든 것을 정의하는 세상 속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의 노력이나 가치가 결과만으로 평가받는 일이 많아졌고 당연해졌다. 그런데 과연 결과가 우리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일까.


당연한 소리를 하나 하자면, 나는 결과 못지않게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 그 과정에서의 성장과 배움은 결과만큼이나 소중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나중에 더 큰 성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실제로 나는 학창 시절에 밴드 동아리를 하면서 정예 멤버에 속할 정도의 실력을 키워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때 열심히 기타 연습을 해둔 덕에 군 시절에 부대 내 종교시설의 크리스마스 행사 때 장기자랑 멤버로 참여할 수 있었고 포상휴가를 얻어내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기대만큼 실력이 늘진 않았지만 당시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던 덕분에 반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코드를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고(!!) 이것이 포상 휴가로 이어졌다. 만약 내가 늘지 않는 실력에 좌절하고 그만두었더라면 2박 3일의 포상휴가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이 팍팍한 세상에서, 과정도 존중할 줄 알고 인정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강요하기보다 나 스스로 이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후회 없이,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멋있고 아름다운가. 이 과정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만으로 내 노력을 평가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물론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가다가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기도 한다.)




'최선이 뭔데?'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최선'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고, '이것이 최선입니까?'라는 질문이 단순히 결과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물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결과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그런 걸 어쩌겠나. 어쩔 수 없다. 다만 결과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 일을 이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도 중요하다.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들도 중요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그 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이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결과를 추구하는 과정만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나였으면 좋겠다. 결과가 어떻든 내가 한 일에 대해 떳떳하게, 자부심을 갖고, 자신 있게 "이것이 내 최선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바라는 '최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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