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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text Aug 03. 2021

이직의 시대

회사생활 에세이

 같은 팀의 선임 한 명이 이직을 했다. 


 동기들이나 옆팀, 아는 사람, 아는 사람의 지인이 퇴사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렇게 같은 팀에서 함께 일을 하던 팀원의 이직은 처음이었다. 이직의 이유를 묻는 내게 그는 도전을 위해 떠난다고 했다. 연봉을 올려 간다고는 하지만 회사 규모로 보면 대기업을 다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회사로 옮기는 것이므로 사람들의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새로운 회사에 가면 연봉도 더 높아지고 업무에 권한도 많이 생기니 잘 선택한 거라고 하는 이들과 복지도 나빠지고 일과 삶의 균형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었다. 그가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떤 생각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속내는 다 알 수 없지만 그는 "지금이 아니면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첫 직장을 떠났다.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8년째 되는 해였다. 


 그는 능력도 있고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팀에서는 한 파트를 관리하는 파트장 역할을 맡고 있었고 회사에서 관리하는 인재 풀에 들어있기도 했다. 그런 이가 나가게 되었으니 팀의 업무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얼마 전에 입사한 경력직 책임님이 그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사람이 줄었으니 필요한 일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일은 줄여야 한다며 팀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려다 다른 팀원과 다툼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맡은 바 역할은 어떻게든 해 나갔다. 알고 지낸 기간이 많지는 않지만 이 분도 참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임님은 오늘 점심 식사를 하면서 내게 말했다. "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 책임님은 이직해오기 전에 다니던 회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돌아와 달라며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고 하면서. 회사에 온 지 2개월. 전임 파트장이 나가고 그 역할을 맡은 지 2주 만의 일이었다.




 이직이 자연스러워진 시대. 


 능력이 있는 이는 오퍼를 받아 떠나고 이곳이 싫은 이는 제 살길을 찾아 떠나고 꿈이 고픈 이는 도전을 찾아 떠난다. 이직은 더 이상 흉도 아니고 오히려 능력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직이라는 시장은 모두를 위해 열려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모두가 이직을 꿈꾸고 실제로 해낸다. 모두가 그렇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는 나는 가끔 두렵기도 하다. 내게도 있었을 을 기회가 지금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용기를 내서 옮긴다고 해서 내가 과연 다른 곳에 갈 수는 있을까. 또 어떻게든 이직에 성공했다고 해도 새로운 회사에 가서 부족한 실력이 들통나 곤란해지는 것은 아닐까. 거기엔 도망치듯 옮겨갈 다른 팀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때로는 예전처럼 한번 입사한 회사가 평생직장이 되는 그런 시절이 좋았던 것은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기는커녕, 그 예스를 말할 용기조차 없는 나는 이직이 참 두렵다. 해야 할 것 같아서,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아서.




 제육볶음을 먹으며 내 이야기를 듣던 책임님은 시원한 냉수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처음이 어려운 거야. 어딜 가든 거기도 사람 사는 데야. 잘 생각해 보고, 해야겠다 결심하면 그때부턴 쫄지 마."

 어쩌면 조만간 이력서를 새로 써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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