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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text Sep 18. 2021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겠습니다.

에세이

 점심식사를 하러 근처 식당으로 갈 때의 일이다.

 걸음이 빠른 팀장님과 보조를 맞추다 보니 나와 팀장님은 앞에서 걸어가고 약간의 거리를 둔 뒤쪽에서 다른 팀원 셋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있던 팀원들이 큰 소리로 웃는 소리가 들렸다.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던 터라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팀장님과 걸어가면서 뭐라도 할 말이 필요했으므로 나는 큰 생각 없이 "저긴 뭔가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나 봐요."라고 말했다.

"그러게. 너는 요즘 뭐 재미있는 일 없어?"라고 팀장님이 물었고,

"네. 저는 요새 딱히 즐거울 일이 없네요."라고 답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코로나 블루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재미있는 일이 없는 나날이라 아까와 마찬가지로 큰 생각 없이 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이 팀장님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팀장님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살아보니까 재미있고 즐거운 일은 누가 가져다주거나 만들어 주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 그런 건 자기가 나서서 찾아야 하는 것 같아. 너도 한번 잘 찾아봐."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식당에 도착해서야 다른 팀원들이 웃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뒤에 오던 팀원 중 한 명은 소위 말하는 MZ세대의 표본 같은 이로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친구다. 회사 생활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막상 일을 할 때 보면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태도도 무척 적극적이다. 그렇게 열심히 자기 할 일을 다 끝낸 뒤에는 미련 없이 퇴근해서 일과 후의 삶을 즐기며 산다. 달리기, 서핑, 음악, 친구들과의 여행까지 저걸 다 할 열정과 체력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그런 그가 최근에 새로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며 팀원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제 막 시작했다면서도 음식 사진을 찍는 모습이 여느 숙련된 블로거 못지않아 보였다. 그가 보여준 블로그를 보니 벌써 댓글도 여러 개가 달려 있었다. 블로그를 시작하자마자 친구들에게 소개해서 댓글을 달게 했다는 것이었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것으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것인지 물어보았는데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차피 맛집은 매번 찾아다니는데 그럴 때마다 뭐라도 남기면 좋겠다 싶어서요. 돈이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게 될까요? 그냥 지금은 재미로 하는 거죠 뭐."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은 무척 반짝였다. 당장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돈이 될까 싶어 시작했지만 다른 이들이 보는 것이 민망해서 정체를 감추고, 그나마도 흥미를 잃어 아주 가끔씩만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나와는 접근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저렇게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는 이가 내 블로그를 금방 뛰어넘을 것은 무척이나 자명해 보였다.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서, 즐겁고 재미있어서 한 적이 언제였던가.

 하루하루를 쳇바퀴 굴리듯 살다 보니 모든 일에 매너리즘을 느끼게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한 일들도 '이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하다 못해 돈이라도 한 푼 벌어다 주는 일이 될까?' 하고 생각하다 보면 이내 의욕이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재미있는 일이 없다.'를 입버릇처럼 말하고, 누구를 만나도 '뭐 재미있는 일 없냐'며 묻기만 하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그것이 재미있어지고, 재미있어지면 더 하고 싶어 지고,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생긴 사람의 눈은 반짝반짝 빛난다. 그렇지 않은 이의 눈은 불이 꺼진 채 빛나지 않는다. 자기의 블로그를 자랑하며 이웃 신청을 해달라고 말하던 팀원의 눈은 무척이나 빛나 보였다. 괜히 슬플 것 같아 내 눈이 빛나고 있는지는 굳이 따로 확인해 보지 않았다. 그저 빛나고 있는 그의 눈이 무척 부러웠다. 내 눈은 무엇을 해야 저렇게 빛나게 될까. 당장 오늘부터라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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