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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text Sep 23. 2021

달님에게 빈 소원

에세이

추석 연휴 동안 본 달이 무척 크고 밝아서 달을 볼 때마다 소원을 빌었다.


"부자 되게 해 주세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 주세요."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근래 보기 힘들었던 긴 연휴였지만 이상하리만치 빨리 지나가 버려 씁쓸하던 어젯밤. 여전히 크고 밝은 달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핸드폰 카메라를 달님에게 향했다. 지구인의 기술은 어느새 이렇게 훌륭해져서  어려서 교과서에서나 보았을 법한 달의 표면 사진을 이제는 나 같은 일반인도 손쉽게 찍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달 사진을 찍으며 요 며칠간 빌었던 소원을 총 정리하던 중에 문득, 그간 빌었던 소원은 달님이 들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기만 해도 어렵고 추상적이고 담도 없을 소원들을 내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이 달님에게 전적으로 바라기만 하는 것 같아서였다. 


 기껏 달님의 사진까지 찍었는데 이렇게 마무리하자니 괜히 아쉬워서 총 정리했던 소원의 마지막에 몇 마디를 보태기로 했다.


"제 의지가 너무 금방 약해지지 않게 해 주세요.

 제가 열심히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노력한 것보다 조금만 더 좋은 결과가 있게 해 주세요."


 염치 없지만 이 정도라면 달님도 들어줄 기분이 조금은 더 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노력은 할게요 달님. 다만 제 노력보다 조금만 더 잘 풀리게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왕이면 조금 더 보다 조금만 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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