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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text Dec 05. 2021

반쪽짜리 타겟팅

데이터 분석가가 보는 데이터 밖 세상 이야기 (1)

 팀원들과 점심을 먹다가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각자가 재미있게 봤거나 보고 있거나 볼 예정인 프로그램들에 대해 말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프로그램 중 상당수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반대로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다른 팀원들이 잘 보지 않는 듯했다. TV를 많이 보기도 하고 툭하면 채널을 돌려가며 다른 채널에선 뭐가 나오고 있나 둘러보는 편이라 어지간한 프로그램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오산이었다. 심지어 30대 여성 팀원들이 말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들어본 적 조차 없는 것도 있을 정도였다.


 디즈니 플러스마저 출시되어 국내에서 쓸 수 있는 OTT 서비스가 한 손으론 셀 수 없을 정도가 되고 온갖 사업자가 저마다의 자체 콘텐츠를 쏟아내는 요즘, IPTV 실시간 채널을 돌려보는 정도가 전부인 나로서는 다른 이들이 어디서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찾아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따라갈 수 없었다. 이쯤 되자 직업병처럼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저희 제품을 좋아할 만한 30대 여성 고객을 찾아 광고를 집행해 주세요."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나는 그들을 제대로 타겟팅할 수 있을까? 




출처 : Adobe Stock


 세상의 여러 비즈니스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고들 하는데 그 궁극적인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딱 하나의 답만 말해야 한다면 결국엔 타겟팅일 것이다. 우리의 물건을, 서비스를 과연 누가 살 것인가. 누구에게 팔아야 잘 팔릴 것인가. 누구에게 홍보하고 광고해야 효과가 클 것인가를 찾는 것이다. 누구를 찾았으면 그다음엔 무엇을. 그리고 그다음엔 어떻게 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이유는 타겟팅을 잘하기 위함이고 이는 결국 자신들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빅데이터 관련 업무란 이 답을 찾기 위한 일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답을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거나 쓸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고, 다른 이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각화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를 이용해 답을 찾아낸다. 어떤 규칙을 정해놓고 거기에 해당하는 답을 찾거나(룰 베이스) 통계적·확률적 방법론에 기반한 추정 모형을 만들거나(모델링) 이도 저도 모르겠으면 기계에게 데이터를 몰아넣고 알아서 학습해서 답을 찾아내라는 방법(머신러닝)을 쓰기도 한다. 이처럼 정답 찾기, 즉 타겟팅을 하기 위한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인 콘셉트는 크게 다르지 않다. "XXX 한 특성을 보이는 사람은 OOO 할 것이다."처럼 어떤 가설을 수립하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결과가 좋기 위해서는 그만큼 가설이 좋아야 한다. 예를 들어 "가입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고객은 서비스를 해지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는 가설이 있다고 해 보자. 이 가설은 과연 옳은 / 좋은 가설인가.

 언뜻 보기에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정말 좋은 가설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시장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만약 가입기간을 꽉 채운 뒤 연장을 할 경우 요금을 50% 감면해주는 정책이 있는 서비스라면? 위 가설은 틀린 / 좋지 못한 가설이다. 그러나 반대로 경쟁사에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고객들에게 고가의 사은품을 뿌리는 뜨거운 시장이라면, 게다가 경쟁사별로 서비스의 퀄리티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면? 위 가설은 옳은 / 좋은 가설이 될 것이다.


 결국 이처럼 좋은 가설을 찾아내려면, 타겟팅을 잘 해내려면 그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분석가가 그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서비스에 대해, 비즈니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석가가 혼자 하는 타겟팅은 빈약한 가설로만 찾은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현장은 어떤가. 비즈니스 담당자는 데이터를 모른다고, 데이터 담당자는 비즈니스를 모른다고 각자의 영역에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쪽짜리 타겟팅, 50점짜리 정답지를 만드는데 그치고 있지는 않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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