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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text Jan 02. 2022

측정할 수 있는 새해목표

생각하는 톱니바퀴 (3)

 날짜로는 1월 1일부터 새해라지만 직장인들에게 진정한 새해의 시작은 1월 첫 주 월요일부터가 아닐까.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마음으로 힘차게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첫 월요일을 하루 앞둔 오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다. 한 살 더 나이를 먹고 경력이 늘어날수록 새해에 대한 기대보다는 나이 들어감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올해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어떤 일들이 내 심력을 갉아먹을까. 출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심란함도 커져간다.


 어렸을 때는 새해만 되면 매번 원대하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곤 했다. 매일 빼먹지 않고 일기 쓰기라거나 동생과 싸우지 않기처럼 얼마 가지 못하고 여지없이 실패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엔 다짐이라는 것을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된 후에는 따로 목표를 정하지 않게 되었다. 목표를 정해봐야 실패할 것이 틀림없는 자신을 너무 잘 알게 되어서? 목표를 정하면 열심히 살아야 되니까? 실패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노력을 하기가 싫어서? 다짐해 봐야 하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서? 이유가 어떻든 따로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그저 작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길, 조금 더 성장하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랐을 뿐이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보통 이렇게 소박한 소망을 품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루고, 이뤄낸 덕에 성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던데. 아쉽게도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클리셰였다. 작년에 비해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 해가 딱히 없었던 것을 보면 내 소망은 그리 소박한 것이 아니라 무척 어려운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다 보니 매번 체념하듯 '내년이라고 다를까?'라고만 생각했지 왜 성장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을 텐데.


 옛 팀장님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다. "직장인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그것을 다음 해에는 올해보다 더 성장시켜야 한다. 그게 직장인의 숙명이고 그래서 직장 생활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 우상향 하는 그래프를 만들어내기 위해 회사는 성장을 위해 매년 초, 빠르면 전년도 말에 목표를 설정한다. KPI 방식이 쓰이기도 하고 OKR 방식이 쓰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하려는 것은 결국 같다. 매출이든 가입자 수든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하고 그것으로 성장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라는 것은 회사나 팀 단위에서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에게까지 내려온다. 팀원들이 정하고 리더와 합의한 목표는 연말 평가의 기준이 된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배님 한 분은 "목표를 정할 때는 구체적일수록, 정량적일수록 좋다. 어쩔 수 없는 항목은 정성평가로 하더라도 최대한 정량화해보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래야 인사권자가 나를 평가할 때도 명확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고 스스로도 목표 달성 여부를 알고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성장하지 못했다고 느꼈던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선배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왜 성장했다고 느끼지 못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내게 너무 관대했던 나는 스스로의 성장을 판단할 수 있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도, 정량화하지도 않았다. 어느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인지, 그 정도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정해두지 않았으니 평가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말하길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라고 했다.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 한 말이라지만 이 말이 딱히 그 분야에만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나라는 사람의 삶을 경영한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관리할 수도 없고 당연히 개선할 수도 없는 형태로 스스로를 운영해 왔던 셈이다. 언제 망했어도 이상할 일이 없었겠는걸...


 어느 방면이 되었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결국 목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나태해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연말에 또 스스로에게 체념하고 말 것이 분명한 내겐 특히 그렇다. 별 수 없다. 열심히 살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지고는 싶으니까.


 올해는 오랜만에 목표라는 것을 세워봐야겠다. 가급적이면 구체적이고 측정할 수 있는 형태로. 작은 성공을 여러 번 반복해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 쉬운 것 위주로 채워야겠다. 우선... 매일 영양제 챙겨 먹기 정도로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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