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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text Jul 30. 2023

아침 시간을 길게 쓰는 법

 지난주는 일이 있어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을 일찍 해야 했다. 30분. 평소라면 핸드폰 잠깐 보는 것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짧은 시간이지만 아침에는 그렇지 않아서,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아침이 정신없이 급박했던 것이 며칠이나 되었다.


 하루는 얼마나 급하고 정신없이 움직였는지 에어컨을 켜고 준비했음에도 집에서 나올 때 이미 땀이 났더랬다. 집에서도 이렇게 급했으니 지하철을 타러 가는 발걸음도 급했고,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움직였는데도 사람은 그리 적지 않았고, 그래서 그 빵빵한 에어컨 속에서도 나는 더웠고, 환승해야 하는 열차가 너무 급하게 와서 또 뛰어야 했고, 지하철 역사는 너무 깊었고, 마음이 급해서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걸어올라야 했고, 또 더웠고, 신호가 걸렸고, 버스가 바로 오지 않았고,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사무실까지 뛰어야 했다. 겨우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았으나 몹시 더웠고 땀도 났고 정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지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이러고 사나.'


 그런데 다른 어느 날은 아침이 굉장히 여유로웠다. 정신없이 급했던 어제와 일어난 시간은 비슷했는데도 말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지하철 역까지 걸어갔는데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햇살을 피해 그늘로 다니면 그리 덥지도 않았다. 땀이 나지 않은 채 타서 그런지 지하철의 에어컨이 조금은 추웠고, 환승해야 하는 열차가 코앞에 왔지만 시간여유가 있어 뛰지 않고 다음 것을 탔다. 에스컬레이터로 지상까지 편히 이동했고 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그늘을 잘 찾아다니며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사들고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아니 어제랑 왜 이렇게 다르지?'


 



 나이를 먹어서인지 회사원의 몸이 되어 버려서인지. 언제부턴가 알람을 맞추지 않고도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면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슬금슬금 앞당겨지면서 이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미라클 모닝이라던가 새벽형 인간, 성공한 사람들의 아침 루틴 같은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했다. 


 각 영상마다 제목은 달랐으나 메세지는 유사했다. 전날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요가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면서 육체를 가다듬는 것. 요약하자면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을 잘하라는 소리였는데, 내겐 이것들이 좀처럼 와닿지 않았다. 아직 '미라클'할 정도로 일찍 일어나지는 못한다는 것은 두 번째 이유이고, 가장 큰 이유는 내 아침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출근 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라클 모닝에 대한 영상 등에서 출근 준비 부분은 보통 "출근 준비를 합니다."라면서 30분 ~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당하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같이 성실하고  애매하게 일찍 일어나는 직장인에게 출근준비는 저 한 문장으로 넘길 수 없는 시간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그날 하루의 기분과 컨디션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한 문장으로 가볍게 넘겨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하거나 부자인 사람들은 꼭 아침에 출근할 필요가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미라클 한 아침을 보내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출근 준비 외에 다른 무언가를 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근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내 출근 준비 시간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둘의 갭이 꽤나 큰데 이 갭이 발생하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출근할 때 입을 옷을 전날 골라놨는지의 여부다.


 나는 옷을 잘 못 입는다. 패션 감각이 없기도 하고 어떤 색이 어떤 색과 어울리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입을 옷을 미리 골라두지 않으면 아침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거기에 쓰게 된다. 오늘 날씨가 어떤지 먼저 확인하며 옷의 길이를 고르고 (반팔을 입어야만 하는 날씨겠군), 옷장을 열어 상의나 하의 중 끌리는 옷이 있는지 살펴보고 (입은 지 가장 오래된 옷을 주로 고르는 편인 것 같기도 하다), 하나가 정해지면 그 옷의 색을 보며 얼추 어울려 보이는 색의 다른 옷을 찾아 입고, 거울 앞에 서 보고, 잠시동안 고민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출근한다. 옷에 끌리거나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출근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다.


 전날 저녁에 옷을 미리 골라둔다고 해서 옷을 고르는 단계가 줄거나 실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닐 텐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한번 옷을 골라두면 다음날 아침에 소요되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선택과 고민의 단계가 없어지기 때문인데, 어찌 되었든 전날 시간을 내서 고민하고 결정해 두었으니 그 결정을 그대로 밀고 나가자는 마음이 생기는 모양이다. 전날의 나를 믿는 걸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옷 고르는 시간을 줄이면 출근 준비 시간이 줄어들고, 그러면 자연스레 아침에 출근준비 말고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나마 생기게 된다. 물을 한 모금 더 마실 수도 있고, 기세가 좋으면 스트레칭이라도 한 번 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아침이 여유로워진다. 나름의 미라클 모닝인 셈이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은 "뭐야, 결국 입을 옷을 전날 골라 두라는 얘기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 지도 모르겠다. 대수롭지 않은 것은 맞지만, 나같이 옷을 고르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 라면 어쩌면 대수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옷 고르기'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 범위를 조금만 더 넓혀 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일수도 있다. 아침 시간을 길게 쓰려면? 출근 준비 시간을 줄이려면? 출근 준비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미리 해 두는 것이 상책이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 같은 부자들이 매일 똑같은 옷만 입는 이유를 설명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에서는 이유를 '옷을 고르는 것 외에도 너무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옷을 고를 때 들어가는 에너지와 정신력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들도 아침을 조금 더 길게 쓰고 싶다거나 출근을 조금 더 빨리 하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출근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잠들기 전에 옷을 고른다.


....


아... 내일은 또 뭐 입지...


차라리 교복이라도 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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