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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진씨 Jan 17. 2022

고급차처럼 고고하고 점잖게

역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실속 없는 상태에서는 이런 저런 잡음이 나게 되어 있다. 이 말은 한 사람만이 아니라 집단에도 적용된다. 집단에는 공통의 가치가 존재한다. 각 구성원은 집단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그 가치가 개인이 추구하는 바와 어긋나더라도 절실한 상태에서는 어긋남없이 하나로 움직인다. 그래서 ‘팀 플레이’, ‘원팀 정신’은 모든 집단이 지향하는 목표다. 그런데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가 애초에 잘못된 방향이라면 그때부터는 빈 수레가 요란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것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주위에서는 끝없이 잡음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어떤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를 이용하는 작업에도 예외는 없다. 남들이 보기에도 문제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업은 조용하다. 반면, 자국에 유리하도록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면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극성과 반성의 목소리, 피해국을 비롯한 주변국으로부터의 비판 등이 뒤섞인다. 우리는 이미 이런 국가의 사례를 오래 지켜봐왔다. 중국은 중국몽의 실현을 위해 모든 것을 자국 중심으로 정립하고 있다. 영국 보수당 정권은 브렉시트의 정당화를 위해 대영제국을 소환했다. 최근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의 정당화 작업 도 역시 그렇다.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 사라져버린 과거의 영광을 현재로 끌고왔다는 것이다. 현재와는 당연히 괴리가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2톤이 넘는 대형 세단 승용차에 스쿠터의 50cc 2기통 엔진을 장착한 것과 다름없다.


잘 나가고 있는 국가는 다르다. 대한민국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은 특히 문화 면에서는 다른 국가를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 역시 고대의 영광을 찾으려고 애썼던 적이 있었다. 환단고기 열풍, 잃어버린 만주와 간도 땅 찾기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 비해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많이 줄어들었다. 왜 그럴까? 답은 의외로 쉽다. 이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무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주장을 하지 않아도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어서, 이제 우리는 이것을 ‘국뽕’ 즉 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스스로 잡음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마치 6기통 혹은 8기통 엔진을 장착한 고급 세단과 같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차량 엔진 관리는 겨울에 더 신중해야 한다. 예열과 후열을 통해 엔진을 적당히 달궈야 좋은 상태로 정숙하게 탈 수 있다. 급하다고 갑자기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 아무리 좋은 엔진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특히, 기통 수가 낮은 엔진일수록 진동과 소음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 글을 다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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