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aum im Wind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폐관수련인 Jul 02. 2023

사랑과 열정의 가족

하나같이 자존심과 고집이 센 구성원들

     야이 새 x야 너가 뭐가 모자라서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건데?
     야이 병 x아 너는 좀 병원에 가 봐야겠다
누가 너보고 돈 달래? 이 시 x 놈의 새 x가 못하는 말이 없어
네가 
   


우리 사랑과 열정의 가족은 가끔 화가 나면 욕을 때려 박는다. 그렇다. 눈에 넣으면 아픈, 당신의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이라 여기는 나의 부모님이 가끔 수 틀리면 나에게 자주 하는 말들이다. 그들의 입이 거칠어질 때는 대부분이 나로 인한 것이다. 능력 없는 아들이 내뱉는 한 마디 말로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 멀리 8000km 도 넘게 떨어진 곳에서 경험도, 지식도 당장에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그들이 어떻게든 모질이 아들에 힘이 되어주기 위해 내린 결론은 자식의 반려자이다. 혼자 보다 둘이 인생을 더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그들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바라는 아들의 미래는 오롯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 모질이는 당신의 눈치를 보게끔 만든다. 언성 높여가며 화를 토해내는 이 머저리 아들의 눈에는 당신이 일평생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시간들 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달, 장사, 손님 그들이 피 땀 흘려가며 일궈낸 그 보물을 나는 받을 수가 없다. 무작정 주겠다는 당신의 진심이 내 스스로를 더 미워지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점점 언성을 높일수록 더 잘난 남들과 비교하고 있는 내가 화가 난다. 그토록 자랑하는 당신의 아들이 할 줄 아는 게 노력 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못하면 먹고살 길이 없다. 재능 없는 놈의 인생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런 불투명한 미래를 가진 모질이랑 누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학위를 앞두고 이성과 연애하라 조언하는 이들의 여유와 능력이 부러운 뿐이다. 이런 모질이의 사고방식이 부모님 속을 태우게 만든다. 가족들을 위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게 맞기나 한 건가. 나는 나이 먹어 갈수록 부모님 가슴에 상처만 주고 있다.


사실 위의 말들도 텍스트로 놓고 봐서 그렇지, 대사와는 달리 대화 톤은 그렇게 험하지 않다. 당신은 오래도록 못 본 아들이 그리워 아들 방에서 소품을 만지거나 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곤 한다. 떨어진 시간이 군대에서 있던 기간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당신에게 절연을 말하는 모질이가 있다. 그렇게 못을 박아 놓고 종일 마음이 불안한 이유는 내 불투명한 미래도, 앞으로의 업무 때문도 아닌 당신에게 이미 상처 준 게 이 병신 같고 멍청한 아들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나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더 늘어간다. 그저 당신의 인생이 나를 떨쳐 보다 더 행복하기를 소망하면서도, 만약 결혼하고 자손을 보게 되면 흘러가는 시간에 당신이 언제 사라질까 두려운 모질이 아들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과 마주할 확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