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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Aug 23. 2023

꿈의 끝

지극히 주관적인 것

사람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순간이 두세 번 정도 왔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물 흐르듯 지나갔던 선택의 시간들은 어쩌면 놓치지 말라 기회를 준 것 같기도 하다. 그나마 선택하지 못해 허덕이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진지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사는 남을 부러워하면서 이미 정해졌다는 듯 내 갈 길 만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건가.


한 길만 파는 사람은 좋게 보면 전문직이고 다르게 말하면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 이런 모질이에게 너도 나도 잘 될 거라는 보장된 미래를 말해줄 때마다 신뢰하지 못해 언짢은 내가 있다. 나의 무능함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보물을 찾기 위해 한 구덩이만을 파고 있다. 나는 어떻게 되고 싶은 건가.


모질이의 소망에 따라, 여행과 모임 횟수를 한 껏 늘린 당신은 주변인들의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모질이를 공부시키려 어떻게 뒷바라지해주었나", "달마다 얼마의 돈을 보내는가", 그리고 "학교에 촌지를 얼마나 주었는가" 등등이다. 학연, 지연, 혈연 하나 없는 모질이를 달마다 돈 400씩 들어가는 불효자로 만들어 놓은 것은 별 감흥이 없으나,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말이 있었다.


나를 공부시켰던 건, 고학벌 과외 선생도, 강의력이 능통한 학원 강사도 아니었다. 머리 숙여가며 구겨진 종이를 POS기로 넣는 당신이었다. 하루 벌어 살아가는 집에서 당신은 당신의 모질이에게 하나라도 더 먹여주고 해주지 못해 참 미안해했다. 그렇게 시작한 꿈의 원동력은 오롯이 당신을 위한 것이다. 나는 지금에야 그 시절 당신의 나이이다.


사람 얼굴에 대고 촌지를 주었었냐고 질문을 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매번 이런 식의 무례한 질문들을 때려 박을 정도로 너무 사람 좋게 보였거나 본인들 편하자고 하는 이기심인 것 같다. 마냥 당신의 아들이 잘 될 거란 믿음 하나로 그런들 뭐 어쩔 거냐는 당신이 있다.

그런 당신과는 다르게 항상 까칠하고 존심 센 당신의 모질이는 이후에 있을 내 꿈의 끝에서도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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