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떠올리면 가장 뭐가 떠오를까?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도시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대표적인 대기업 테크 회사들
우버, 에어비엔비, 슬랙, 코인베이스 같은 네임드 스타트업들
미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VC)
스탠퍼드 대학
선진 기업 문화
엄청난 복지 혜택
혁신
기업가
높은 연봉
비싼 생활비와 집값
국내에서도 유명한 ‘실리콘밸리’라는 인기 미드가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조금은 과장되지만 실제의 모습과 특색들을 드라마 속에서 잘 녹여놨고 거기에 2010년에 페이스북 설립 스토리를 주제로 한 ‘The Social Network’라는 영화에서 실리콘밸리의 회사가 어떻게 탄생을 하는지 미국 할리우드 영화스럽게 다양한 드라마틱한 스토리들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단면을 그려냈다.
이러한 미드와 영화를 통해서, 그리고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스타트업 스토리나 기업 소개가 많이 돼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이미 실리콘밸리의 모습이 이미지화가 많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 과연 진짜 모습이 과연 어떨까?
우선 실리콘밸리가 정확히 어디를 지칭하는지부터 알아보자.
실리콘밸리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실리콘밸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포함을 하는지는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실리콘밸리 하면 가장 먼저 샌프란시스코가 떠오르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지리적으로는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리콘밸리라는 지명의 포함하는 지역이 점차 확장되어서 지금은 기존의 산타클라라 카운티 (Santa Clara County)를 시작으로 산마테오 (San Mateo), 알라메다 (Alameda), 산타크루즈 (Santa Cruz),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San Francisco County)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지역 명칭이 되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샌프란시스코를 기준으로 남쪽 83km(50마일)까지 포함해서 면적만 서울 면적의 6배 이상이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넓은 지역이다.
이 넓은 지역 곳곳에서 많은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고 또 새로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넓다 보니 사실 ‘실리콘밸리는 이렇다’라고 정의 내리는 게 쉽지 않다.
업종 마다도 많이 다르고 같은 업종이라도 회사 마다도 또 다르다.
실리콘밸리의 스토리로 알려진 많은 이야기들은 실제 실리콘밸리란 이름이 붙여지게 한 실리콘 칩 제조 회사들이 아니라 대부분 새로 생긴 소프트웨어/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에 해당되는 경우들이 많다.
실리콘밸리라는 지명 이름은 이제 인터넷 밸리, 테크 벨리, 스타트업 밸리로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이다.
실제로도 실리콘밸리라는 지역명보다는 좀 더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베이 에어리어 (Bay Area)가 더 많이 쓰인다.
흔히들 착각하는 게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에 있다고 날씨가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LA 같이 야자수가 하늘거리고 1년 내내 햇살이 가득한 날씨를 생각한 다면 큰 오산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날씨가 변덕도 심하고 지형적인 조건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고 춥고 날씨가 흐린 날이 많다.
샌프란시스코는 여름엔 오히려 외투를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흐리고 추운 날씨는 보인다.
대신 실리콘밸리 남쪽에 위치한 페닌슐라 (Peninsula)나 사우스 베이 (South Bay) 지역은 샌프란시스코에 비해선 날씨는 훨씬 좋지만 엘에이 같은 느낌의 캘리포니아의 날씨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동안 오래 지속된 가뭄으로 사막 느낌의 건조한 날씨가 대부분이고 주변 지역만 둘러봐도 전반적으로 푸릇푸릇 한 느낌보단 삭막한 황토색의 사막 느낌을 곳곳에서 받을 수 있다.
물론 한국의 겨울처럼 살을 에는 추위나 여름의 무덥고 습한 날씨는 없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자면 그래도 습하지 않은 여름과 춥지 않은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날씨 좋은 곳을 찾으면 남가주 (SoCal: Southern California)에 위치한 실리콘 비치 (Silicon Beach)가 있다.
날씨 좋고 해변가 근처에 테크 회사들이 모이면서 실리콘 비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대표적인 회사로는 스냅챗 (Snapchat),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훌루 (Hulu), 어니스트 컴퍼니 (The Honest Company) 등이 있고 많은 수의 대표적인 테크 기업들의 지사들도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실리콘밸리가 포함하는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실리콘밸리 안에서도 도시마다 환경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고 해서 실리콘밸리의 지역적 특색을 딱 잘라서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단순히 보자면 샌프란시스코를 제외한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도시들은 단순히 회사들이 엄청 많은 거 빼고는 다른 여타 미국 도시들에 비해 특별한 점은 없다.
세계 최고의 회사들이 한 지역에 다 모여있는 게 특색이라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회사들의 규모와 그 수가 엄청나다.
시스코 시스템즈, 이베이 본사,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스, 어도비, 애플, 씨게이트, AMD, 야후, 인텔, 엔비디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마이크론, 구글, 시만텍, 샌디스크, 휴렛팩커드, VMware, 핀터레스트, Intuit, 테슬라 모터스, 오라클, 일렉트로닉 아츠, 페이스북, 넷플릭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실리콘밸리 내의 도시들 마다 대표하는 네임드 회사들이 하나씩 구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Cupertino = Apple
Mountain View = Google
Menlo Park = Facebook
Redwood City = Oracle
Los Gatos = Netflix
…
회사들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네임드 회사들이 자리 잡은 도시는 회사가 그 도시의 분위기까지 바꾸고 있다.
회사가 중심이 돼서 돌아가는 도시들이다 보니 회사와 거주 지역을 빼면 심심한 도심 외각 지역들이다.
때문에 도시 생활을 즐기고 싶은 젊은 친구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매일 왕복 2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출퇴근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수많은 젊은 스타트업들이 지역적으로 가장 비싸지만 젊은 인재 영입에 수월한 샌프란시스코 근방에 위치하고 있다.
우버, 리프트, 에어비엔비, 트위터, 핀터레스트 등의 회사들이 대표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고 있는 회사들이다.
샌프란시스코를 기준으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우스 베이 지역에 위치한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회사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인재 영입과 관리/유지를 위해서 회사 자체 내의 셔틀버스를 운영하거나 샌프란시스코에 따로 오피스를 열어서 운영한다.
셔틀버스 내에서는 인터넷 사용할 수 있게 해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고 인터넷이 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어서 대부분 이메일 확인이나 문서 읽는 수준의 일만 하는 게 대부분이다.
셔틀버스 서비스를 제공 안 하는 회사를 다니는 경우에는 이 지역 통근 열차에 해당하는 바트 (Bart)나 칼트레인 (Caltrain)을 타고 출퇴근한다.
한국 출퇴근 시간의 지옥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 통근열차를 타려면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열차를 타고 서서 1시간 거리를 출퇴근해야 한다.
이러한 출퇴근 환경 때문에 생겨난 회사 내의 문화가 자율적인 출퇴근 시간과 재택근무이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기 때문에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출퇴근할 수 있고 멀리서 출퇴근하는 경우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자택 근무를 자율적으로 허용하는 편이다.
실리콘밸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니면서 커피숍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주택가 차고에서 사무실을 차려 놓고 제2의 애플/구글/페이스북을 꿈꾸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물론 현실은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들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요즘엔 실리콘밸리에서 차고가 있는 주택에 살려면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꿈꾸기 힘들다.
스티브 잡스가 집 차고에서 애플을 시작했던 로스 알토스 (Los Altos)는 미국에서도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가 됐다.
트위터, 우버, 리스트,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의 대도시스럽게 치안이 좋지 않고 노숙자 (Homeless)들이 길거리를 활보한다.
사실 노숙자는 미국 대도시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처럼 큰 도시에는 안타깝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다른 도시들과는 또 다른 래밸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다른 것보다 길거리에 널려있는 주사기들이었다.
대마초는 길가 주변 곳곳에서 피고 다니면서 돌아다닐 정도로 흔하고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다니다 보면, 특히 노숙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지하철 역 근처에 가면 팔에 주사기를 꼽고 마약을 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어느 한 역 근처에는 주사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인 Syringe Disposal을 설치해 놓기까지 하였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거기에다가 노숙자들이 많이 있는 거리는 악취가 진동을 한다.
다리 밑은 노숙자들이 텐트를 치고 집단 거주지역을 만들어서 장악을 하고 있다.
길거리를 걷다가 시비를 거는 노숙자 말 상대를 했다가 쫓아오면서 위협을 하고 고래고래 쌍욕을 하기도 한다.
노숙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나 지하철역에 해당하는 바트 스테이션 (Bart Station)에선 구급차들이 와서 응급 처치를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 있는 텐더로인(Tenderloin) 이란 동네를 가보면 요즘엔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하지만 여기가 내가 알고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위험한 동네이고 아직도 범죄율이 높은 동네라 아직도 걸어서 그곳을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이다.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특히 밤에 차를 주차를 한다면 다음날 유리창이 무사히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는 게 좋다.
예전엔 그래도 차에 물건이 있는 경우에만 차 유리를 깨서 가져갔는데 요즘엔 그런 거랑 상관없이 일단 깨서 뒤지고 보는 듯하다.
주변에 사람이 있고 없고는 개이치 않는다.
실제로 대낮에 눈 앞에서 순식간에 차 유리를 깨고 가방을 빼가는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한 적도 있다.
차 안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심지어 그 블랙박스도 훔쳐 간다.
설사 블랙박스에 영상을 담았다고 하더라도 워낙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범인을 잡거나 도난당한 물건을 되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된다.
총기 사고 또한 잊을만하면 일어난다.
몇 년 전에 애플 본사에서 애플 직원이 회사 미팅 룸에 들어가서 총으로 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고, 유튜브 본사에서는 한 여성이 총을 쏴 3명을 다치게 하고 자살을 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엔 애플 구글 통근 버스에 비비탄 총을 쏴서 유리창이 박살이 난 사건도 일어났다.
또 한 번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 대형 몰에서 10대 흑인 여러 명이 한 명의 동양인 남성을 공격해서 스마트폰과 지갑 등의 소지품을 탈취해 간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곳곳에 경찰이 배치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치안이 최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