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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CC Apr 29. 2020

실리콘밸리 대기업 뒷 이야기들

Episode 1. 용감한 인턴

아마존은 회사 시스템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심각한 정도 (Severity)에 따라 단계별로 나눠서 Sev-1, Sev-2, Sev-3로 분류를 해서 관리를 한다. 

꽤나 안정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메인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의 가장 심각한 단계인 Sev-1은 1년에 몇 번 일어나지 않을 정도였다. 

Sev-1 이슈는 대부분 회사 매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큰 문제였기 때문에 Sev-1 이슈가 일어나는 경우엔 담당 부서의 최고위 간부까지 호출이 가게 되고 24/7으로 운용되는 긴급 대기조 온콜 직원들이 시간 가리지 않고 문제 해결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만큼 심각한 경우에만 생기는 일이었고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까 Sev-1 이슈가 터지는 날이면 회사 전체에 이목이 Sev-1 이슈에 집중이 된다. 

내가 아마존에서 근무했던 4년 동안 3-4번 정도 Sev-1 이슈들이 발생했는데 그중 한 번은 어느 한 인턴이 인턴 기간을 마치고 나가기 직전에 장난 삼아 ‘Bye Bezos’라는 제목으로 Sev-1 티켓을 날리고 간 것이다. 

아마도 아마존에 입사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가, 아니면 아마존을 떠나기 전에 그 장난이 꼭 치고 싶었던가보다. 

당시 인턴들 중에 용자가 나왔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Episode 2. 엘리베이터 두고 계단을 이용하게 된 웃픈 이유

10년 넘게 A사에서 일한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명 인사인 A사 예전 대표의 사무실이 본사의 한 건물 4층에 있었는데 그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웬만하면 엘리베이터를 피해서 계단으로 다녔다고 하였다.

이 친구도 그 시절 같은 건물에서 일을 했었는데 본인의 사무실이 3층에 있었지만 어떤 사건 이후로 계단으로만 다녔다고 하였다.

이유인즉슨 어느 날 이 대표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직원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직원이 자신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해고를 하였다고 했다.

그 사건 후론 직원들이 혹시나 대표를 만나 비슷한 일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엘리베이터를 타기를 꺼려하고 대표를 피해 계단으로만 다닌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었다.


Episode 3. 인정사정없는 이직 프로세스

보통 이직을 할 때 이직이 확정이 되면 회사를 그만 두기 2주 전에 회사에 알리는 게 직장 내의 암묵적인 룰이다. 

사실 원칙적으로는 회사도 언제든 직원을 자를 수 있고 직원도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지만 2주 노티스는 기본적인 도리처럼 여겨져서 주로 이 시간을 이용해서 회사를 떠나기 전에 인수인계를 할 시간을 갖는다. 

물론 경쟁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에는 인사팀에 보고가 들어가는 즉시 회사 배지, 컴퓨터, 모든 것 반납시키고 동료들이랑 인사할 시간조차 안 주어진 채로 회사 밖으로 내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A사에서만 10년을 다닌 동료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됐는데 10년 넘게 이 회사를 다녔지만 이 동료는 회사에 알리면 회사에서 당장 내쫓을 까 봐 회사에 알리는 날 새벽 5시에 회사에 나와서 자신 사무실의 물건을 부랴부랴 정리하고 쫓겨날 대비를 했다고 한다. 

10년 넘게 한 회사에 헌신한 직원에게 회사의 마지막이 그런 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에 적지 않게 놀랐다. 

솔직히 요즘 테크 업계에선 한 회사가 여러 분야에 일을 하고 , 특히 대기업 일 수록 다양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직/간접으로 경쟁하는 부서가 하나도 없을 수는 없어서 경쟁사의 범위가 좀 애매한데도 말이다. 

분위기가 이러다 보니 이직은 항상 폭탄처럼 다가온다.

그냥 하루아침에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미팅하고 일을 하던 동료들이 사라진다. 

어떤 경우엔 간다는 말도 없이 매니저가 보낸 이메일 하나가 전부였다. 

‘xxx is escorted out today’: xxx가 오늘 쫓겨났습니다. 

혹은 미팅에 들어갔다가 “이 친구는 미팅에 왜 안 와?, “응 조금 전에 쫓겨났어. 새로 대체 인원 뽑으면 알려줄게” 

이런 식이다. 

처음에는 이런 식의 동료와의 작별이 생소했지만 나중에는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이면 회사를 나갔구나 하고 으레 짐작하곤 했다. 


Episode 4. 구내식당에서 밥을 무료로 먹으려면 늦게까지 남아라 

A사 회사에 구내식당이 있었다. 

하지만 여느 실리콘밸리 회사들과는 다르게 무료로 직원들에게 식사가 제공되지 않았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게 돼서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는데 계산을 할 때 사내 식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특정 팀들에게만 무료 식사의 혜택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속한 팀의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그 부서는 야근이 잦아서 특별히 무료 식사가 주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입사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또 룰이 한번 바뀌었다. 

이젠 좀 더 많은 부서들에게 7시 이후엔 무료 식사가 제공이 되었다. 

그 후 식당엔 웃픈 광경이 벌어졌다. 

저녁 식사는 6시 이후부터 제공이 됐는데 사람들이 7시부터 나오는 무료 식사 혜택을 받기 위해 미리 가서 음식만 받아놓고 줄을 서있다. 

그러다 보니 7시 될 때까지 사람들이 음식을 미리 받아서 계산대 앞에서 줄만 서있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누구를 위한 룰인지 모를 룰이었다. 

시간 낭비도 그런데 돈 받고 파는 식사는 6시부터 시작하고 무료 저녁은 7시부터만 준다는 결정은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단순히 무료 저녁을 먹으려면 무얼 하든 회사에 7시까지는 남아서 일을 하라는 것으로 밖에 안 받아들여졌다. 

전 세계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A사 정도 규모의 회사가 식사를 가지고 직원들을 출퇴근 시간을 컨트롤하려는 것에 대해 실망스럽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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