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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May 31. 2022

문경새재 길따라 한양가기

한국팔도유람 1 - 문경


연두빛 바람이 불어온다.   

5월의 신록은 3월의 삭막함을 기억할 수도 없고, 7월의 짙음을 상상할 수도 없다.

산천이 연둣빛으로 물들었고 내 마음도 연둣빛이다. 따뜻하고 맑지만 짙고 무겁지 않은 마음이다.

울산 어머니를 모시고 분당의 서울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한다.

칠순이 되신 어머니는 머리부터 발톱까지  아픈 곳이 없다고 한다.

머리는 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져 있어서 뇌동맥류 시술을 했고 이후 어지럼증이 더욱 심해져서 집안에서도 혼자 쓰러질 정도로 일상 생활을 못하신다.

눈에서는 가끔 벌레가 기어다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이 있다 하고

위는 만성적인 위염으로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 안 되고 허리는 디스크가 있다.

발은 무지외증이 있고 발톱에 있는 곰팡이균이 허벅지로 올라올 정도로 간지럽다고 한다.

그나마 치아 그리고 내장이 연세에 비해서 좋아서 다행이다.

울산에서 서울까지 400Km를 하루에 5시간 운전하기에는 무리여서 조상들의 지혜를 빌렸다.

영남에 사는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려면 세 가지 길이 있었다.

첫째로 현재 경부고속도로의 중간인 추풍령(221m)을 넘어서 가거나,

둘째로 백두대간 조령 (632m)을 넘어가거나,

마지막으로 죽령(689m)을 넘어서 한양에 갈 수가 있다.

하지만 시험 보러 가는 마당에 추풍령으로 가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 같고 죽령으로 가면 죽죽 미끄러질 것 같아서 새도 넘기 힘들다는 새재, 조령을 통해서 갔던 것이고 이것이 바로 문경새재의 탄생이다.

 

경상북도 문경에서 시작한 제1 관문을 10리, 4Km를 통과하면 조곡교를 건너 제2관문에 당도한다.

그리고 2 관문에서 *책바위에서 기도를 올리고 제3 관문까지 가는데 10리, 4km를 걸으면

바로 새들도 날기 힘들다는 조령 고개이고 한양 땅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아리랑 한 자락을 부르면서 고향에 두고 온 처자식 생각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요번에 또 낙방하면 무슨 면목으로 돌아가나 걱정에 주막에서 들러 편히 쉬지도 못하고

그래도 조령에 올라서면 맑은 백두대간의 연풍이 땀을 닦아주고 눈물을 날려 보내니 여기가 문경새재이다.

나는 어머니랑 조령산 자연휴양림에 거처를 거처를 잡고, 3 관문에서 2 관문 방향으로 한양에서 영남으로 가는 길로 걸었다.


말 그대로 연풍새재,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연풍인지, 5월의 잎들이 아주 녹음이 짙지 않아 연풍인지, 아름다운 강산이다.


아들 혼자 시험을 보러 가는 길이 아니라 어머니랑 아들이 옛이야기하며 정답게 걸으니 이 길이 더욱 즐겁지 않겠는가?


날 좀 보쏘 날 좀 보쏘 날 좀 보쏘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쏘 아리 아리랑  


ps 책바위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문경에 부잣집 도련님이 아주 허약하여 맨날 과거에 낙방하기만 하였다. 지나가던 스님이 도련님에게 책바위에 날마다 돌을 쌓고 기도를 하라고 했다. 매일 땀흘려 돌을 책바위에 나르며 공부했던 도련님이 몸도 건강해지고 과거에도 딱 하니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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