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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Jun 06. 2022

별 헤는 밤

한국 팔도유람 2 - 영양 


"경북 영양을 아십니껴?" "잘 모르니더" (이것은 오타가 아니라 경북 사투리입니다.)  

그러게 살다 살다 내가 영양을 오게 되었다. 


지난번 강원도 여행을 하고 울산 집으로 국도로 내려오는 길에 영양, 청송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백두대간로를 따라 강원도에서 보던 산세들과 달랐다. 여기도 첩첩산중이었지만 산은 더 낮게 웅크리고 있었고 들판이 넓어서 사과도 심고 계곡도 넓어 강이 흐르고 있었다. 낮에 햇살에 반짝이는 강과 바위, 그리고 햇살에 영글고 있는 사과들을 보니 맘이 설레었고 나중에 다시 오리라 맘을 먹었었다. 그래서 다시 왔다.  


지리적으로 보면 북으로는 소백산맥을 넘어야 충북, 경기가 나오고 동으로는 낙동정맥을 넘어야 영덕, 울진 동해가 나온다. 결국 소백산맥과 낙동정맥 사이의 봉화, 영양, 청송은 경북의 BYC로 불리며 개발이 더딘 경북 "촌 of the 촌" 촌중에서도 촌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법무부에 교도소를 유치하려 했던 지역이자 정말로 영양은 있는 것이 라고는 "별" 그래서 "별천지" 영양이고 "산소카페" 청송이란 말이 와보면 이해가 된다.  


특히 영양에 아시아 최초로 실버 등급을 받은 별 공원이 있다는 기사를 읽었고, 마침 6월 1일의 날씨가 구름 한 점 없고 하늘이 깨끗했다. 빨리 영양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예약을 하고 울산 집에서 동해안 국도를 따라서 올라갔다. 


자주 가는 경주 PASS 하고, 포항물회는 어디 가나 많으니 PASS, 영덕시장에 잠시 들러서 건어물 사고 저 멀리 산 위에 있는 전기를 만드는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소도 힐끔 보고, 옛 명성을 잃은 빛바랜 엽서 같은 백암 온천관광지구를 지나 이제 다 왔구나 싶었는데, 낙동정맥을 넘는 고갯길이 꼬불꼬불 뒤틀린 내 창자 같고 심사 같다. 꼬불꼬불한 고갯길은 현대자동차 CF 볼 때나 좋지, 예정보다 긴 운전에 몸도 고개 따라서 꼬인다. 


고갯길을 한참 올라 해발고도 400미터까지 올라오고 나니, 아 여기가 낙동정맥이구나 싶고 이제 오도 가도 못 가는 경북의 BYC에 들어온 거구나 싶다. 그래도 밭 전체를 빨갛게 하얗게 빛을 내는 작약이 있어 우리를 반겨주었다. 검마산 자연휴양림이 오늘 하루 우리 집이다. 


 

저녁 7시쯤 해가 뉘엿 뉘엿 지기 시작하고 산등성이로 하늘이 빨개지기 시작할 때 집을 나왔다. 

이 동네에는 경운기 타고 다니는 어르신도 잘 안 보이고 도로에는 차도 잘 안 보인다. 

네이버를 검색해도 맛집도 없고 카페도 없다. 도로가에 다 쓰러져가는 폐가가 보이는데 저 집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서 주인없는 집만 할머니 새우 허리처럼 접혀서 땅에 꺼질 대로 꺼져 있구나 싶었다.  



이 도로에는 차가 지나간 온기가 남아있지도 않은 것 같고 뭔가 싸하다. 그래도 30여분을 운전해서 영양 별천 공원에 도착했다. 

"어라! 영양별 천문대에도 불이 안 켜져 있고 깜깜하다". 이 천문대 가려고 몇 고비를 돌고 돌아 왔건만 영양 여행이 뭔가 망했다는 싸한 기운이 감돈다. 심지어 주차장에도 차가 몇 대 없다. 

"어라! 근데 문이라도 한번 밀어보자."는 작정으로 입구로 가니 OPEN 이란다. 굳게 닫혀있을 것 같은 문을 미니 부드럽게 밀려가며 약간의 빛을 따라 리셉션으로 가니 딱 직원 한 명이 있다. 


아마 슬리 파신고 잘 준비를 하고 있는 당직 직원인가 싶은데, 내가 문 열고 들어온 이유를 설명해야 될 것 같아서 물어본다.  "혹시 오늘 천문대 하나요?" 

그 직원 별처럼 초롱초롱한 말투로 "네, 오늘 정상적으로 운영합니다." 그리고 두 명 입장료 8000원을 계산해주었다. 

아직도 뭔가 신뢰가 안 가지만 입장료를 내고 다른 분 사람들은 영상을 보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렸다가 같이 별도로 가자고 한다. 


내부에도 리셉션에만 최소한의 불만 켜놓고 깜깜하니 어디선가 신선한 간을 찾아 헤매는 할머니 귀신이 나타날 것 같고, 날 따라 영문 없이 온 부인한테 미안해지고, 그냥 어색해서 신기한 척을 한다.

이제 영상을 다 끝났다면 10여 명을 사람들과 우리 앞에선 유일한 직원이 더욱 힘 있고 찰랑찰랑한 목소리로 밤의 고요와 적막을 부숴버리며 날 따라 2층 관측소로 가자고 인솔한다. 


그래도 아주 친절한 직원이다. 방석을 하나씩 챙겨주며 바닥에 앉으라고 한다. 직원을 가운데 두고 천체 망원경 근처로 뺑 둘러앉으니 이제 천장을 열어 보겠단다. 

짜잔, 여기서부터 완전 반전이다. 옛날에 울산 나이트에서 12시에 천장을 열어주고 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황홀하게 본 적이 있고, 그전에는 백발 폭탄머리의 김박사가 빨간 버튼을 누르자 지붕이 열리고 마징가 Z 출동이 기억난다. 평생 천장이 열리는 경험의 수가 아주 적기에 너무 신기하였다. 내 차는 선루프도 없다. 


"우와, 우와" 어둠 속에서 감탄이 여기저기에서 막 흘러넘치고 있다. 별빛은 옆사람의 얼굴을 비추기에는 턱없이 어두웠기에 다들 펀하게 저기 봐 저기는 북두칠성 하며 어린 적 평상에서 수박 먹으며 별 보던 밤을 추억하며  올려다본다. 오늘은 달도 손톱깎이에 잘려나간 손톱처럼 아주 길고 좁다.  


직원은 북극성을 빨간 레이저봉으로 비춰주었다. 다시 한번 감탄이 나온다. "자본주의의 힘이여." 레이저가 별빛보다 훨씬 밝다. 빨간 레이저봉으로 가리켜가며 봄철 대삼각형이며 목동자리, 쌍둥이자리 알려준다. 

"우와, 별자리도 많이 아시고, 연애 많이 하셨겠어요?" 하며 농을 던지니 수줍게 웃던 그 직원

쉽지 않을 테다. 여긴 별밖에 없다. 별천지 영양이다. 



별을 보며 어린 시절  별을 보던 어린 나를 보기도 하고, 나처럼 별을 보고 있는 부인도 보고, 또 별 보며 소원을 빌던 할머니도 보고, 별 보며 길을 찾고 나라의 운명을 점치던 할아버지의 고조 할아버지의 조상들을 보기도 한다. 


지구별에서 살고 있는 나의 눈에 빛을 보내는 수많은 별들과 그 억겁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자연 앞에 숭고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윤동주는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추억을  떠올려나보다. 


이제야 영양에 불빛이 적은 이유가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알게 되었고 아니면 불필요한 빛, 빛공해가 없어서 별천지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었지만, 나무도 베어나가게 하고 별도 우리 맘 속에서 지워버렸다. 

어둠을 퇴치한 것이 과학이련만 이제 밤하늘의 별을 헤고 반딧불을 잡으려는 낭만은 어디로 갔을까?   

내 맘 어디선가 아직 빛을 받을 날을 기약하며 반짝거리고 있다. 


별천지 영양, 폭망할뻔 했던 여행이 별빛이 환하게 빛이난다. 여기는 별천지 영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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