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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Jun 22. 2022

신라의 달밤

한국팔도유람 3 - 경주

나에게 경주라면 어릴 때부터 불국사로 온천을 다니기도 하고, 이모, 외삼촌의 포도밭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던 곳이다. 최근에는 서울에 사는 부인을 꼬시기 위한 필살기 데이트 장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 신라의 달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울려 퍼진다 " 현인의 노래로 기억하거나 우리 세대라면 알만한 경주 수학여행의 추억이나 영화 <경주>처럼 평화롭고 서정적인 경주를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다. 


경주를 여행하는 사람을 위한 1박 2일 여행 코스별로 경주를 안내해 보려 한다. 경주 여행의 시작은 남산이다. 삼릉이나 포석정으로 가면 되는데, 삼릉은 세명의 신라 왕의 무덤이고 포석정은 물길을 만들어 놓고 술잔을 띄어놓고 놀았다는 장소이다. 

삼릉의 소나무 숲은 바쁜 일상 속의 자아를 내려놓고 천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자고 권한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내 맘을 들어오면 천 년 전 신라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소나무 숲을 따라 걸으면 얼굴을 잃은 석불과 바위에 세겨진 부처가 보인다. 천 년 전에도 부처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금세 나의 얼굴에도 부처의 미소가 피어난다. 남산은 그런 곳이다. 


그 후에는 반월성, 첨성대, 천마총, 교촌마을 여행해야 된다. 다들 1km 반경 안에 있어서 서너 시간을 뚜벅뚜벅 걸으며 찾아보고 나무 그늘에서 쉬며 또 걸어야 된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남산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들 수가 있다. 반월성은 신라 왕이 살던 성이었고, 첨성대는 선덕여왕이 세운 천문을 관측하던 곳, 안압지는 연회를 하던 곳, 천마총은 자작나무에 말안장의 그림이 유명한 지증왕의 무덤이다. 그리고 100리 안에 거지가 없도록 해야 된다면 최 씨 부자의 교촌마을도 근처에 있다. 


천년의 희로애락이 어찌 짧은 반나절에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어느새 어둑해지고 하늘은 파란색을 띠다가 점점 깜깜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낮보다 아름다운 경주 밤이 시작된다. 원효대사가 옷을 말리려는 핑계로 요석공주를 만나러 건넜다는 월정교가 달빛에 환하게 빛나면 첨성대도, 안압지도 황리단길도 따라 빛나기 시작한다.  

황리단길은 천마총 뒤편의 황남동과 사정동의 큰길 주위로 한옥 카페와 레스토랑을 많아서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이다. 한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고 한옥으로 된 멋스러운 펍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다. 짝사랑하는 여인을 황리단길에 데리고 가면 돌부처도 돌아앉을 것이고 요석공주도 버선발로 맞이 할 것이다. 가보면 안다. 교토나 시드니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현인의 <신라의 달밤>이 "아~" 감탄사로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언어로 설명이 부족하다. 오히려 사족이다. 


아침이 되면 감포가도를 통해 동해로 나가자. 동해의 용이 되어 신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의 혼이 서려있는 감포 대왕암과 그리고 감사하는 맘을 담아 완성한 감은사지에서 천년고도 경주의 여행을 마무리하면 현대와 전통이, 역사와 미래가,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먹거리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다. 밥만 맛있게 먹어도 그 동네가 좋아지고 여행 분위기가 살아난다. 남산 근처에는 순두부집이 많고 보문단지에는 물 육회 그리고 천마총에는 쌈밥이 좋다. 스타벅스도 한옥으로 되어 있을 만큼 한옥 카페가 많으니 경주 찰보리빵에 커피 한잔하면서 무디어진 감각을 끌어올리고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경주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그리고 고려에 합병되기까지 천년 동안 변함없이 신라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천년고도>이다. 동해는 해산물이 많고 울산에는 농사가 잘 되니 신라인들의 맘을 이해한다. 이토록 완벽한 도시를 나는 경주라고 부르고 천년의 사랑을 기약하며 난 이번 주말에 경주에서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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