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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Jul 10. 2022

내돈내산 하이원 리조트

한국팔도유람 4 - 정선   

이번 한국 팔도유람의 마지막 편은 강원도이다. 4개월동안 가족들과 보낸다고 둘이서 여행을 한 게 처음이다. 강원도로 "퉁"치고 시드니로 돌아가기 마지막 일주일을 "통"틀어서 마무리해야겠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서울 우이동 북한산이다. 내가 20대 서울살이에서 가장 많이 찾은 곳이다. 금요일이면 산악부실에서 장비를 챙겨서 지하철을 타고 우이동에 내린다. 땀 흘리며 걷던 길, 빗방울이 배낭 위에 떨어져 더욱 무겁게 걷던 길, 막걸리 마시고 비틀거리며 걷던 길, 우이동에서 도선사까지의 아스팔트 길은 산악부원에게는 1시간 반짜리 길이다. 그때 소원이 이 길을 차로 달리는 것이였다. 소나타로 10분을 달리는 동안 호리호리한 시골 촌뜨기 20살 나도 지나가고 형들이랑 웃으며 노래하며 걷던 세월이 "쉥"하고 지나간다. 


북한산 우이계곡에는 간밤에 내린 비로 산악부원의 산노래처럼 우렁차게 물이 넘쳐흐르고 있다. "그래, 도선사 주차장에서 인수봉만 봐도 좋다. 이제 강원도로 가자" 나의 청춘에 경의를 표하고 한국에서의 4개월을 마무리하러 떠난다.  



민호를 우이동의 <산아래>카페에서 만났다. 민호은 2013년 울산 청년창업학교에서 처음 만났고, 내가 30대 중반 민호는 20대 중반으로 나보다 10살 정도 어리다. 나를 형처럼 잘 따르고 몇 년에 한 번씩 연락하고 만나기도 했다. 민호는 창업 준비할 때도 네델란드 어떤 다이어트 음식을 사업화 하겠다고도 하고 일본의 간헐적 단식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겠다고도 했다. 단식하는데 무얼을 팔아야 되는지 난감했지만 나는 응원했고, 창업보다는 취업을 잘해서 지금은 원주 연세대학교의 8년차 교직원이다. 그 세월동안 어려옴도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열심히 사는 민호를 여전히 응원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첫날밤은 에어비앤비를 하는 원주 민호 집이다. 원주 기업도시는 산을 깍고 땅에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고 민호 집도 새 아파트 중의 하나이다. 새 아파트, 새 도로, 새 가구, 주차장의 차도 다 새것이다. 바람과 사람만 옛날 것이고 민호랑의 인연만이 오래된 것이다. 


토요일 아침 원주 <사니다> 카페에서 사이클 동호회원들 틈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정선으로 간다. "내돈내산" 내 돈 내고 내가 산 강원도 2박 3일 리조트 여행기 이제 시작이다. 영월에서 우리 와이프가 20년전에 왔다는 식당이 아직도 산처럼 그대로 있다. 할머니는 없고 딸이 장사를 하고 있다. 


감자전에 곤드레밥을 먹고 정선의 <하이원리조트> 입성한다. 30도가 넘는 초여름 더위에 물놀이가 딱이다. 바다에서 스노클링하고 해안길을 걷는 나에게 워터파크는 뭐하는 짓인지? 돈 뿌려 가며 사람 뒷꽁무니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수심 1m 안 되는 곳을 튜브에 구명조끼까지 대여한다. 워터파크는 여기 직원들 월급 주기 위해서 내가 놀아주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와이프는 엄청 좋아한다. 울산 시댁은 당연하고 친정 산청에서도 그렇게 어금니를 보이며 웃는 일은 잘 없었는데, 튜브에 매달려 파도 타며 웃는다. 자본주의는 부인을 웃게 한다.  


밤에는 드론 쇼와 불꽃 쇼 구경하러 산책하니 원추리가 웃고 있다. 아침에 뻐꾸기가 웃고 있고 일어나 곤돌라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여기 고도가 1340m 정도 되는데 백두대간의 산맥들이 수묵화처럼 펼쳐지고 야생화가 피었다. 아래는 폭염주의보가 발령이라는데 공기가 완전히 틀리다. 습도가 없이 바싹 마른 청명한 공기 역시 자본주의 힘이다. 땀 흘리지도 않고 이 높은 곳까지 곤돌라에서 눈썹 하나 흐트러짐 없이 사진 찍기 좋은 얼굴로 올라왔다. 돈이 좋다. 돈을 쓰니 산이 인스턴트 라면처럼 5분만에 왔다가 사라진다.  


하이원의  한옥카페 <운암정>도 좋다. 경주에서도 최고 한옥카페  <스컹크 윅스> 보다 한수 위다. 개인 돈이랑 회사 돈이랑 클래스가 다르다. 우리 여행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쉼표처럼 커피가 있다. 이제 강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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