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드니 이작가 Jan 29. 2021

나도 아가미가 필요하다

바다와 하나되기 

지난 며칠 동안 시드니의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면서 완전 초여름 날씨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금이 코로나 시국이란 것도 모르는지 눈치 없이 치솟기만 한다. 더 눈치가 없는 것인지 천진난만한 것인지 호주 사람들은 바다로 엄청 몰렸다. 나도 호주 사람 다 되었다. 마스크 끼고 다닐 때는 언제고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들고 바다로 간다. 왠지 뜨거운 태양에 바이러스가 다 타 죽을 것 같고 비말이나 침도 말라서 바스락 거릴정도로 더우니 바다속이 마스크 속보다 안전할 것 같기는 하다. 


바다와의 인연은 내 고향 울산부터이다. 공업 도시여서 연기 나는 굴뚝과 공상 도시 같은 밤의 야경을 떠올리겠지만 항상 바다가 지척에 있다. 그리고 군 제대 후에 필리핀 보라카이섬에서 PADI 다이버 마스터로 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니모를 찾아서>처럼 알록달록한 산호들과 그 속에 숨어있는 아네모네 피시, 친구 도리, 화난 것처럼 항상 가시를 뻗고 있는 라이언 피시, 공처럼 부풀어 오르는 푸퍼 피시, 그리고 거북이가 눈 앞에 있으니 꿈인지 영화인지 모를 지경이다. 


내가 내뿜는 공기가 만들어지는 물방울이 점점 커지면서 수면 위로 올라가고 여전히 태양이 따뜻하게 비치고 있고 발아래에서는 미지의 공포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다아빙을 시작해 규정된 휴식시간을 갖고 해가 진 후에 수중 랜턴으로 물고기들이 자는 것까지 보고 나도 잠이 들었다. 야자수에 조명을 달아 만든 클럽을 지나 BCD와 공기탱크를 등에 메고 걸으니 달빛에 내 몸도 반짝거렸다.  

 

호주 캐언즈에서 3-4시간 배를 타고 나가서 그레이트 베이어 리프( Great Barrier Reef )에서도 스쿠버 다이빙을 많이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관광객들이 접근하는 곳은 거북이와 열대 물고기가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산호들이 하양게 죽어버리는 백화현상이 많이 진행되어 아쉬웠다. 몇시간을 배를 타고 나가면 몸은 물에 젖은 햄버거처럼 생기없이 너덜너덜해지고 여기저기서 배멀미를 하니 물속의 물고기는 좋겠지만 물밖의 우리 얼굴도 백화가 진행된다.  


LG전자를 퇴사하고 호주 산업잠수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태즈메니아에 갔다. 10월, 11월 초여름이지만 남극이랑 가까워서 수온도 낮고 7m 드라이슈트를 입어야 다이빙을 할수있다. 청정하여 연어 가두리 양식도 하고 해마, 펭귄, 물개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잠수가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잠수를 일로 하게 되면서 몸이 상하고 바다가 무섭고 힘들어서 찾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산은 포근한 엄마 같다면 바다는 무서운 아빠 느낌이다. 산은 힘들 때 좋을 때 가도 포근히 날 감싸주지만 바다는 준비가 안된 상태로 가면 혼이 난다. 그래서 혼이 난 후로는 산에만 다녔지만 어느새 다시 바다를 찾기 시작했다.  


요즘 사람들은 낚시, 스피어 피싱도 많이 하지만 난 여전히 입을 찢는 날카로운 바늘로 물고기를 잡거나 뾰족한 금속으로 몸통을 관통하는 것은 못하겠다. 친구들은 비싼 다이빙 자격증 - PADI 다이브 마스터(Dive Master), ADAS PART 2 Commercial diver, 한국산업공단의 산업잠수사, 실용적인 일에 쓰라고도 한다. 그래서 앞으로 전복이랑 랍스터 정도는 잡아오려고 한다. 


요즘 스쿠바다이빙보다는 스노클링을 더 좋아한다. 가볍게 마스크와 대롱만 가지고 가서 나의 숨이 허용하는 만큼만 물고기 친구들과 조우하면서 아쉬운 맘을 갖고 밖으로 나온다. 나이가 들면서 소중한것을 아껴가면서먹는 어린아이의 맘처럼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즐기고 나온다. 이 행위는 자연과 하나되고 싶은 본능에 충실한 행위이자 명상이기도 하다.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것은 나에게 참 실용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가미가 생긴다면 나의 피부가 반짝이는 비늘로 변한다면 세상은 어떨까? 물 밖과 안을 선택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공상을 해본다. 난 아직도 물속이 너무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자처럼 하루 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