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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Feb 23. 2021

수영강사

2021년에도는 호주에서 수영 강사 되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도 셧-다운되고 나의 본업인 관광업도 함께 셧-다운되었다. 그래서 동네마다 다 있는 Coles Supermarket의 온라인 배송 운전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2021년 관광업이 재개되면 본업으로 돌아가자 생각했으나 올해 말까지 한국 관광객이 호주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호주에서야 일에 대한 귀천이 없다고 여기지만 어쩐지 6개월 정도 배달 운전일을 하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쉽게 보는 것 같다. 여전히 엘레베이터가 없이 계단만 있는 아파트들도 많고 이상하게 계단 위의 사람들은 무거운 콜라 30캔이나 생수 물을 좋아한다. 콜라나 생수물만 사 먹으니깐 계단 많은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것이라고 괜한 저주를 내리기도 한다. 이제 팔도 아프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수영강사이다. 어쨌튼 사람을 가르키는 선생님이라 사람들 앞에 나서는 성격에도 맞다. 또 아침에 배달일 하면 씻지도 않고 노란 형광색 옷에 모자만 쓰고 나가기 일쑤인데 수영강사는 맨날 씻을 수 있으니 더욱 깔끔해 질 것 같다. 여전히 운전하고 돌아다니는것을 좋아하니 운전일도 여전히 할 것이다. 수영강사와 배달운전, 안에서 하는 일과 밖에서 하는 일, 가만히 있는일과 돌아다니는 일, 말 많이 하는 일과 말 안하는 일, 김치에 라면처럼 궁합이 맞다.    


수영은 헤엄이랑 다르다. 헤엄은 그냥 자연스럽게 물에서 생존을 위해 치게 되지만 수영은 배워야 된다. 20대 초반에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웠다. 킥보드로 자유형 발차기부터 시작해서 자유형, 배영, 평형, 접형까지 6개월 정도 하루에 한 시간씩 해서 마지막에는 핀을 착용해서 한 시간을 쉬지 않고 수영을 했던 것 같다. 한국식 스파르타 교육이었다. 그래도 마무리는 서로서로 어깨를 주물러주며 25미터 레인을 한바뀌 걸으며 항상 웃으며 끝났던 같다.


이렇게 수영장에서 정식으로 배운 수영은 쓸모가 많았다. 필리핀의 리조트를 놀러 가서 한창 수영장에 사람이 많다 싶으면 접영으로 한번 반대 벽을 찍고 오면 홍해가 갈라지듯 붐비던 인파가 좀 사라진다. 어릴때 애기지만 사람들이 나를 우러러보는듯한 시선과 자격지심을 느낀 남자들이 사라짐에 흐뭇해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저런 진상하며 싫어서 멀리 했을 수도 있는데 어릴때라는 변명의 조카를 쓴다.  


또 필리핀에서 스쿠바다이빙을 하면서 물이랑은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다. 여름에는 오토바이 타고 울산 일산 해수욕장 가서 바다 수영을 하고 다녔다. 또 한 번은 대한적십자 인명구조요원 교육도 받았다. 수영의 강도가 아주 쎄다. 해병대식 교육이라며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는 아침 9시부터 4시까지 물에서 바닥에 발을 못 부쳤던 것 같다. 자유형, 배영, 평형, 접영뿐만 아니라 잠영, 횡영같이 구조에 필요한 영법과 체력까지 요하는 훈련이라서 정말 토 나올 듯이 수영을 했다. 물에서 땀나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배영이나 횡영 하면서는 물을 코로 조금씩 먹기에 머리도 어지어질 하다. 결국 50미터를 숨을 참고 수영할 정도로 폐활량도 좋아지고 일명 접배평자 는 몇 시간을 쉼 없이 돌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20년 전 일이다. 오래간만에 호주 수영강사가 되기 위해서 수영장에 갔다. 따뜻한 수영장에 수영장 냄새가 뭔가 이질감이 있으면서도 추억을 돋게 하였다. 25미터 자유형, 25미터 배영, 25미터 평형, 25미터 횡영을 하는데 깜짝 놀랐다. 배영 하고 횡영 하는데 계속 물을 먹어서 어지어질했고 내가 제일 늦었다. 또 부력(Bouyancy)와 중력 (Gravity)을 실험한다고 다들 평안히 물에 떠 있는데 혼자 무거운 다리가 가라앉고 물이 코로 계속 들어온다. 어깨도 잘 안 돌아가고 물에서 계속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글라이딩 안되고 힘이 빠져서 홍해를 가르는 접영으로 열등생이된 분위기를 만회를 해볼 엄두도 안 난다. 


와~ 나 과거에 살고 있었구나. 수영을 이렇게 못하다니. 정말 다 옛날 얘기이구나. 그러고 보니 20년 전 한때 잘했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잘 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현타가 왔다. 나랑 같이 교육을 받던 호주 아이들은 17살에서 20살 정도라서 비교가 안되기도 하겠다. 나를 친구처럼 찰리 ~ 찰리라고 부르는 녀석들이 내가 네 아빠 나이란것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여하튼 이틀 연수동안 어떻게 하면 다양한 연령의 사람이 재미있게 물에 친해지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영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보물 찾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얼굴을 물에 넣고 눈을 뜨고 잠수를 배우게 된다. 또 물속에서 잡기놀이를 하며 물의 저항과 부력 또 빨리 이동하기 위해 팔의 스트로크까지 배우게 된다. 성인들도 물에서 점프도 하고 게임하며 재미있게 수영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호주 수영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AUSTSWIM이라는 단체의 이틀 자리 Teacher of Swimming and Watwr Saftety 코스를 수료해야 된다. 기본적인 수영은 자유형, 배영 정도만 할 줄 알아도 관계없고 어린이와 유아들이 물에 안전하게 들어오고 친숙해지도록 가르키는 데 큰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장애인을 위한 수영, 숙련자를 위한 영법등 추가 교육들을 신청해서 계속 강사로서의 역량과 실력을 키워갈 수도 있다. 


코스를 수료하고 실기시험은 현장에서 이론시험은 온라인으로 치른다. 1년에 한 번씩 CPR 도 해야 되고 Working with children이라는 어린이 대상으로 범죄경력이 없다는 것도 증명해야된다. 또 중요한 게 수영 스쿨에서 인텁십을 받으면 모든 서류는 준비 끝이고 AUSTSWIM에 강사 자격증 신청하면 된다. 


결론은 체육학과 출신이 아니어도 수영을 기본적으로 할 수 있다면 한국보다 수영강사가 되는 문턱은 낮다. 호주 전 국민이 아주 어릴 때부터 수영을 하고 학교에서도 의무적으로 수영교육과 카니발을 통해서 수영을 권장한다. 수영을 통해 물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배우고 체력도 키우고 팀워크 형성에도 아주 좋다. 쉽게 말해서 물에서 놀다 보면 빨리 배고파지고 또 금방 친해진다. 


이제 수영클럽에서 인턴십을 하겠지만 2021년에는 수영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건강하고 활력있는 삶을 사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특히나 장애가 있거나 맘이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수영강사가 되려는 목표이다. 안하던 일을 하려니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이 글이 힘을 주는것을 알고 있다. 그래 여하튼 올해는 수영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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