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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Mar 05. 2021

에스프레소 커피 직업교육

Espreeso Coffee Baristar Skill @ TAFE

18년 만에 다시 T.A.F.E.을 갔다. T.A.F.E.는 호주에서 직업교육을 시키는 곳인데 짧게 며칠짜리 수료증 (Statement of Attain)부터 길게는 1~2년 과정의 준학사 (Diploma)까지 교육하는 실습 위주의 직업훈련 교육기관이다. 


내가 2003년 3월에 호주 골드코스트 T.A.F.E. (Gold Coast Institute of TAFE)에 호텔 경영학 (Diploma of Hospitalty & Hotel Management)를 공부하러 처음 호주를 온 것이니 강산이 두번 바꿔서 다시 오게 되었다. 


호텔과 투어리즘을 공부하는 건물로 들어서니 주방에서 요리 (Cookery) 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세프 유니폼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고 스테인리스 벤치탑이 반짝이는 키친은 요리 시작 전 특유의 식기 세척기의 스팀 냄새가 가득했다. 모든 것이 매뉴얼대로 쓰레기통과 바닥은 깨끗했으며 밝고 환기가 잘 되는 분위기였다. 


나는 3일간 커피 바리스타 수업을 들으러 왔다. 커피 감별사인 아내의 영향으로 집에서도 에티오피아, 콜롬비아의 잘 로스팅된 원두를 갈아서 핸드 드립으로 에티오피아의 상큼한 과일향과 콜롬비아의 구수한 초코렛향을 즐긴다. 시드니나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도 스페셜리티 커피 (Speciality Coffee) 전문점 중심으로 동선을 짤 정도이니 커피는 우리 부부의 일상이자 문화이다. 


아침에 커피 한잔으로 기분 좋게 잠들었던 오감을 깨워 하루를 시작하고 또 커피 한잔하며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4 로 살수 있는 행복중에서 이보다 더 큰게 있을까 싶을정도이다. 마침 TAFE에서 무료로 에스프레소 커피 바리스타 교육이 있어서 첨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배워보게 되었다.  


교육은 3일 동안 아침 9시부터 3시 30분까지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 하루 6시간 총 18시간이었다. 첫째 날엔 잠시 선생님의 에스프레소 추출하는 시범을 보고 계속 한 기계에 2명~3명의 학생이 계속 연습을 하게 하였다. 우유 스팀 하는 것과 머신 관리하는 것까지 첫째 날에 다 알려주셨다. 둘째 날은 완전 이론이었는데 호주에서는 음식을 다루는데 위생과 관련 규정에 대해 배웠다. 지루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위생 규정을 안 지켜 벌금을 받은 업체의 사례와 유투브 영상들을 보며 알차게 가르켜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우유를 이용하여 라테, 모카, 플랫 화이트 (Flat White) 등을 연습하고 마지막엔 선생님이 주문한 10개의 커피를 차례로 만들어내면 선생님이 온도 (60~65)와 우유의 텍스쳐 (Texure)등을 확인하고 피드백 주며 실습시험과 또 이론시험을 마무리하였다. 

물론 라테 아트처럼 우유로 예쁜 하트를 만들 수는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메뉴에 대해서 주저없이 뽑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또 커피도 배웠지만 3일 동안 매일 다른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다들 다양한 학생들을 다루는 솜씨 훌륭하여 배우기에 좋았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학생, 실습하는데 구석에서 귀에 이어폰 꽂고 적응 못하는 학생등 16명을 실습한다고 시끄럽고 산만한 환경에서도 다 끌고 가신다. 내가 사범대 출신이라 이런 것도 눈에 들어오 나보다 싶다.  


참 감회가 새로웠다. 18년 전에 처음 골드코스트 TAFE에 호텔 공부하러 왔을 때, 한국에서 입학 요건인 영어 IELTS 6.0을 갖고 어학연수 없이 가방 하나 메고 혼자 왔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휴대폰, 통장 개설하고 학교 근처에 셰어 집 찾고 요리 수업부터 시작한 것이다. 수업을 들어갔는데 세프 선생님이 바쁜 키친에서 큰 소리로 명령하고 시켜도 나는 한없이 작아져서 어디로 숨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고 차라리 이론 시간에도 교과서가 있으니 30%는 알아 들었을 정도이다.  그나마 같이 공부했던 3명의 일본 유학생들은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해서인지 나보다 훨씬 영어도 잘하고 호주 생활이 익숙해 보였다. 사토니, 노리, 카즈 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서퍼스 파라다이즈에 서핑도 하러 가고 공원에서 바비큐도 하고 어리숙했던 유학생활을 눈치껏 잘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근 일본 친구들 참 고맙고 보고 싶어 지네. 


영어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에서 공부한 영어, 필리핀 다이빙하면서 맥주 먹으면서 하는 영어로는 정말 딱 물건 사고 대중교통 타고 의식주 같은 기본생활만 가능했었다. 그런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나도 유학생 시절을 마치고 시드니로 내려와  직장도 다니고 시민권도 받고 이제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되었다.  


이제 영어도 곧 잘하고 잘 알아듣는다. 그래서 커피 수업에 영어가 잘 들리니 다른 친구 눈치 볼 것없이 선생님 말도 이해가 빨리 되고 모르는 것은 스스럼 없이 질문도 하니 유학시절의 흑역사가 청산이 되는것 같다.  유튜브를 보며 우유 스팀 하는 것은 예습을 해가니 커피도 빨리 능숙하게 잘 뽑아내고 우등생이 된 기분이다. 


어린 20대의 내가 외롭고 서러워도 참고 잘 지내줘서 참 측은하기도 하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다시 만날수 있다면 40대의 내가 20대의 나에게 따뜻한 65도의 플랫화이트 커피를 주고 싶어진다. 향긋한 커피향이 20대의 나의 마음에 온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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