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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Dec 05. 2020

호주 매미도 맴맴 운다

12월 호주는 한여름이다 

지난달부터 거리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던 자카랜다 꽃이 떨어지더니 어느새 녹색 새잎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어떤 나무는 꽂을 피우고 잎이 나중에 나고 어떤 나무는 잎이 나고 꽃을 나중에 피운다. 또 어떤 나무는 봄에 꽃이 피고 어떤 나무는 가을 아니 겨울에도 꽃이 피운다. 다 제 때가 있다. 꽃을 못 피우는 나무도 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우리도 그렇다. 꽃이 빨리 피울 수도 아님 늦게 피울 수도 있다. 아니면 인셍에서 꽃피는 시절이 없을 수도 있어도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Life goes on 


맴~ 맴~ 맴~  영어를 하지 않는다 한국말한다.호주 매미도 우리 할배 계실 때처럼 똑같이 울어서 할배 생각이 난다. 어릴 쩍 우리 할배가 나를 장손이라고 얼마나 이뻐해 주셨는지 이제 알겠다. 양산 주남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할배, 할매집에 갈 때면 흙먼지가 나는 신작로에 가로수로 아주 키가 큰 미루나무(Cotton Wood)가 끝이 안 보이게 서있었다. 


한 여름 2Km 되는 그 길을 어린이 걸음으로 걷다 보면 미루나무가 거인처럼 커 보였고 잎새를 흔드는 바람이 참 시원했다.그래도 엄마 치맛자락을 흔들며 택시를 타고 가자고 졸라도 꾸역꾸역 걷다 보면 할매, 할배가 중간쯤에서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계신다. 낫으로 오이를 깎아서 주신다. 종종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한모금 주시기도 했고 그중에 최고는 역시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가이다. 걸쭉하고 맛은 구수한 미숫가루 한 그릇 비우면 입맛없을때는 배도 부르고 시원하니 참 좋다. 호주에서 구할 데가 있을런가? 미숫가루 마시고 싶네. 할배, 할매 살아 계시고 엄마, 아빠 젊었던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네.  


그때도 매미가 얼마나 기똥차게 잘 울던지. 맴~ 맴~ 하고 요 녀석들 이렇게 울려고 5년~10년을 번데기로 기다렸다. 파브르 아저씨가 그랬다. 그리고 한 달은 열심히 울다가 또 나무의 거름이 된다고.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 매미를 summer bug로 부르고 우는 소리도 언어로 안 말 들어줄 정도로 푸대접을 받으니 내 추억 속에 있는 한국 매미가 팔자가 좋다. 


맴~ 맴~ 맴~ 그래 알겠다. 이제 여름이라는 거지? 12월 크리스마스도 오고 이제 2020년 한 해가 다 지내가는구나. 올해는 코로나로 한국의 가족들도 못 보고 가이드 일도 못했다. 대신 여유가 생겨 글도 쓰도 매미를 그리워하게도 되었다. 지금 글을 쓰는데도 계속 눈물이 난다. 미숫가루도 먹고 싶고 가족들도 보고 싶고 한국도 가고싶다. 


할배가 경운기 태워서 데리고 가던 고구마밭에 할배, 할매 그리고 아버지 산소가 있다. 내년에는 막걸리에 사이다 달달하게 태워서 노란 양은 주전자의 이슬이 송골송골 맺혀있게 시원하게 해서 오이도 고구마도 깎아먹고 와야겠다. 살아계실 때 맛있는 거도 사드리고 옷도 사드리고 잘 할 것을 호주서 맴맴맴 소리를 들을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는지. 내 마음도 맴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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