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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Dec 21. 2020

77 살롱

시드니에 살고 있는 77년생 남자들의 이야기  

살롱(Salon)은 17~18세기 프랑스의 귀족사회에서 보통 안주인, 마담이 문화와 지성을 겸비한 인사들을 초대하여 대화와 토론을 나누던 사교의 장이였다. 남녀와 신분을 초월하여 살롱에 초대된 사람들은 마담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자유롭게 지성을 뽐냈던 것이다. 단순히 사교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와 프랑스혁명(1789~1794)으로 이어지는 중산층의 철학과 인생관에도 깊숙이 영항을 미쳤던 것이다.  


그렇다. 살롱은 인생학교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평생교육원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학교와 다른 것은 선생님과 학생이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선생이자 동시에 학생이 된다는 점이다. 바닷가의 자갈이 몽돌이 되듯이 비슷비슷한 서로서로에게 배우는 것이다. 


나는 1977년도에 울산에서 태어나 지금 44살, 40 중반의 아저씨이다. 40 중반이 되니 친구가 많지가 않다. 20대에는 어디서 술 먹고 놀다 보면 항상 무리로 어울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일로 만나는 사람들 말고 육아로 만나는 사람들 말고 진짜 내편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카톡 문자 말고 전화해서 술 한잔하자고 불러낼 수 있는 친구 말이다. 


그래서 만드었다. 시드니 77 살롱. 

시드니에 살고 있는 1977년도에 태어난 남자들로 일단 한정지었다. 나 주위에 10여 년 정도 알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다양한 주제를 정해놓고 대화하며 배우자는 취지를 설명하였다. 나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기에 나눌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다양한 시선과 상식을 배울 수도 있다. 그래서 6명이 모여졌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탁OO, LG전자 호주법인에서 근무하는 허 OO, 파이낸스 중개인인 유 OO, 같이 여행업을 하는 김 OO, 전문 투자자인 이 OO 


내가 마담의 역할을 자처하였고 살롱의 성격과 우리만의 규칙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제 세 번 정도 만났고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서로 잘 모르기도 해서 아직은 큰 틀이 없이 자유롭게 만나서 익숙해져 가길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공통점은 시드니에 살고 있는 77년생이라는 것이고 하나씩 찾고 있는 중이다. 일단 다들 재테크로 주식에 관심이 높아 전문 투자자의 도움으로 배우고 있는 중이고, 골프와 여행을 좋아하니 앞으로 계속 우리들의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지난 18일 금요일에는 다들 시티의 일본 레스토랑에 모여서 우리만의 2020년 송년회를 하였다. 나의 직장, 하나투어가 코로나로 3월 이후로는 잠정 폐쇄상태인지라 송년회도 없고 유일한 행사이기도 했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40년 인생을 다 들어보고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씩 익숙해져 가는 그 시작이 되는 자리였다고 믿는다. 또 살롱을 통해서 주식 수익률을 높이기도 하겠지만 우정도 쌓고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더 좋은 아저씨가 되는 인생학교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며 마담으로써 잘 만들어가겠다. 


이렇게 2020년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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