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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Nov 09. 2020

친구들이 위로를 해준다

좋은 친구들을 보니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버지를 보내고 평화롭게 장례도 마치고 오일째 되는 날 아버지의 산소에 가서 무탈한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우리 가족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 역시 5일간은 집에서 영상으로 장례절차를 가족들과 함께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며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부고 중 며칠 집에 혼자 있으며 통화해도 목소리가 잠겨있던 내가 많이 걱정이 되었던지 동갑 친구 재우와 승현이가 저녁을 먹자고 우리 동네로 온다고 한다. 다들 한 시간 운전해서 세명이 모이니 임종을 못 지킨 아들이 웃기도 미안했지만 웃기도 하고 평소 술도 잘 안 마시던 재우는 이제 만난 것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말도 많이 한다. 다들 한국의 부모님을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고 맘이 짠했는가 보다. 그래서 몇 시간을 소주잔을 짠하며 유칼립투스를 먹고 콸라가 된 코알라처럼 눈이 풀어지고 헤롱 거리며 밤을 보냈다. 


한국에서 나도 없지만 문상을 가준 친구 상우, 영성, 도윤에게 전화를 해서 위로를 받고 또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죽마고우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문상이나 부조까지 안 하니 섭섭한 맘이 다른 고마웠던 맘을 덮어버릴 지경으로 커져갔다. 한국 가족들에게 죽마고우들 안 왔는지 여러 번 물어보고 '올 텐데, 올 텐데', '왜 안 오지?' 나도 모르게 그 친구들에게 섭섭하게 한 게 있었나? '몸이 멀어지면 맘도 멀어진다.' 지만 어릴 때 우리 집에서 밥도 먹고 지낸 형제 같은 친구들인데 하는 생각을 계속하니 고마웠던 맘까지 잊혀서 그만하기로 한다. 


코로나로 문상을 최소한으로 했지만 멀리 산청에서 부산에서 처갓집 식구들이 많이 와주셨다. '안 와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먼 길 와주셔서 위로해주신 역시 가족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대소사를 통해서 가족 간의 불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지만 우리 집은 더욱 끈끈해지고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11월 1일이 또 나의 생일이라고 카카오톡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소문을 내고 있다. 나의 부고 소식을 아는 친구들은 조심스레 생일 축하하고 또 모르는 사람들은 반갑게 축하를 해준다. 어쩜 부고를 모른 척하고 생일로 분위기 전환을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상훈형은 2004년 시드니에서 처음 알게 되어 성균관대학 동문이란 것과 직장생활을 울산에서 한 공통분모로 빨리 친해져서 나중엔 형이 LG전자 입사한 후 나를 추천하여 입사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형이다. 형은 나의 부고를 몰랐고 카카오톡 덕분에 나의 생일을 알았기에 형의 집으로 저녁 초대하였다.  80년 된 핌블의 아름다운 주택인데 정원에는 은행나무가 있어서 가을이면 길을 노랗게 물들인다고 한다. 집에 들어서자 벽난로에 뒷마당이 보이는 곳에는 형의 사무실이 있고 비밀스럽게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니 딴 세상이 펼쳐진다. 


la Belle Maison 아름다운 집에 걸맞은 환상적인 바가 있다. 비 오는 토요일 밤에 낮은 조명으로 어두움이 깔려있는 공간에 울려 퍼지는 재즈 반주와 빗방울이 춤을 춘다. 맑은 날이면 불멍을 할 수도 바비큐도 할 수 있다. 우린 오랫동안 도란도란 한 이불을 덮고 자란 형제처럼 만나지 못했던 몇 주의 일들을 얘기하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나누었다. 그렇게 숙성된 와인처럼 우리의 관계도 익어가고 있었다.  


돈 잘 버는 친구 근수도 저녁에 따뜻한 사케에 살얼음 씹히는 물회 먹으며 사는 애기, 문학 애기 오래오래 하였고, 하나투어 이사님, 영일이 형도 화이트 와인에 연어 먹으며 생일 축하 겸 위로를 많이 해주신다. 그리고 테디 형, 후근형도 오늘 낮엔 고향 형인 재철이 형까지 함께 밥을 먹는 식구가 되었다. 




이렇게 일일이 이름을 기록하며 글을 쓰는 이유가 오래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록은 기억보다 선명하다. 글을 통해서 고마웠던 친구들의 맘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진다. 또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서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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